보이지도 말해지지도 않았던 어떤 시간의 결
가발: 덧씌우거나 제거된 정체성의 기록 어떤 말에는 주술적 기운이 깃들어 있다. 사실보다 바람의 효용이 센 병실에서 오고가는 말들이 주로 그랬다. J언니의 수술실 밖에서, 치료차 입원한 병실에서, 어둡고 습했던 그의 지층 집에서 내가 한 거의 모든 말에도. 다른 누가 아닌, 말하는 자신이 듣고 믿고 싶은 말들. 그런 말들은 꼭 두 번씩 발화된다.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검사 결과를 전하는 J언니의 목소리가 너무 덤덤해서 내가 뭘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의심하면서도 나는 그렇게 두 번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걱정 좀 덜하고 살 걸…” 언니의 그 말에도 주술적 기원이 실리지 않았을까. 몽땅 다 거짓말이어서 앞으로 걱정 덜하고 살게 해주세요, 해주세요, 하는. 몇 번의 경험을 지나온 지금에야 무거운 ..
문화감성 충전
2022. 3. 21. 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