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열여덟번째 일 년에 네다섯 번쯤 마을 울력을 한다. 마을로 들어오는 길가에 코스모스를 심는 '꽃길 가꾸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청소가 주된 일이다. 봄에는 봄맞이 대청소를, 설과 추석이 끼여 있는 가을겨울엔 명절맞이 대청소를 하는 식. 며칠 전이 마침 청소하는 날이어서 아침상을 물리자마자 빗자루를 들고 회관 앞으로 나갔다. 작년 가을부터 올 초봄까지 집을 비운 적이 많은데다, 집에 있는 날엔 춥다고 방에 웅크리고 있느라 동네 분들을 거의 만나지 못해서 그런지, 오랜만에 동네 분들을 뵙는 자리에 나서는 것이 조금 쑥스러우면서도 설렜다. 늙었다고 봄을 모르겠는가 시골에서 땅만 파며 산다고 해서, 게다가 나이가 많다고 해서 봄을 외면할 수 있을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를 리 없..
25년 동안 관통해온 기억을 풀어내며 1. 꿈을 꾸다 [칼럼 소개: 성폭력 피해생존자 너울의 세상을 향한 말 걸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www.ildaro.com] “상처의 치유는 문제를 덮어둠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들춰내며 자신의 경험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 재발견함으로써 가능하다. 폭력 당한 경험을 잊으려는 노력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여성주의 시각으로 재해석할 때 가능하며, 이 때 그들은 희생자가 아니라 생존자가 된다.” -정희진 중에서 꿈을 꾸다 2007년 12월 어느 날 서른 세 해를 마무리 하던 나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짧은 삶을 살아오면서 스스로에게 가장 편하고 행복한 시기라고 자부하며 보내고 있었던 날이었다. 성인이 되어서 처음으로 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