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여행자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노년을 엿보며 도서관에서 ‘희망도서’가 종합자료실에 비치되었으니, ‘우선대출’할 수 있다는 연락을 보내왔다. 난 서둘러 도서관을 향했다.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3일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매 달 3권 정도의 책을 신청하고 있다. 읽어보고는 싶지만 내 좁은 서가를 채우고 싶지 않은 책,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고 싶은 책, 관심은 가지만 구매 확신이 들지 않아 검토해보고 싶은 책 등을 신청한다. 신청 후 책이 도착하려면,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진득하게 기다리는 여유도 필요하다. 이 ‘희망도서신청제도’를 알게 된 지는 3년 정도 되었는데, 좀더 일찍 알았다면, 내 책장의 책이 지금보다 줄어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저녁 노을빛을 닮은 노년..
공숙영의 Out of Costa Rica (8)* 코스타리카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필자 공숙영은 현지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상과 풍경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딸기가 딸기 맛을 지니고 있듯이 삶은 행복이란 말을 지니고 있다.”- 알랭 코스타리카에서 제가 살던 동네에서는 마을 한가운데 성당 바로 옆에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과일과 야채를 파는 장이 서곤 했습니다. 과일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부지런히 매주 토요일 장에 가서 과일을 사는 게 즐거운 일상이었던 반면 그다지 부지런하지 못한 저는 아주 가끔 그 친구들을 따라갔습니다. 과일의 여왕, 딸기 장에 가면 우리나라에서는 못 보거나 흔히 보기 어려운 과일들이 많았지만 수레 가득 향내를 풍기는 새빨간 딸기를 볼 때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 앞에 서서 딸기를 구경하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