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춘신의 생활문학’ (9) 는 개인의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여성의 삶’을 반추해보는 생활문학 칼럼을 개설했습니다. 필자 윤춘신님은 50여 년간의 생애를 돌아보며 한부모로 살아온 삶 이야기, 어머니와 할머니와 외숙모 이야기, 일터 이야기, 그리고 딸과 함께 거창으로 귀농한 현재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엄마는 서서 밥을 먹는다. 밥 먹을 시간조차 없다는 듯이 국 대접에 말아놓은 밥을 한 숟가락 퍼 넣고 움질거리는 동안 일거리를 찾는다. 몇 번인가를 물었다. 엄마 왜 그래. 무슨 밥을 그렇게 먹어, 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서서 먹는 밥이 편하다는 엄마가 천덕스럽게 보였다. 논둑에 번지는 개망초 한 움큼을 캤다. 빨간 플라스틱 바구니에 쑥이며 냉이까지 범벅이 되게 캐서 담았다. 실 가닥 같은..
프랑스 아이들을 통해 배운 권리의식 아이들은 내게 많은 말과 질문을 한다. “선생님, 생각이 안 나요!” “오늘은 저희가 일찍 왔으니까 일찍 끝나나요?” 등등, 지나면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온갖 요구 사항들 앞에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너희들은 ‘생각 안 나요’라고 말할 권리가 없어. 이 수업은 생각하는 공부니까, 생각날 때까지 열심히 생각해라!”, 또 “그럼! 5분 일찍 시작하니까, 너희들은 5분 일찍 끝내달라고 할 권리가 있어.” 등등. ‘권리가 있다’, 또는 ‘권리가 없다’라는 말을 아이들이 잘 이해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나는 아이들이 이해하든 말든 그렇게 말하곤 한다. 또, 이렇게 말하는 것이 재미있다. 이 표현은 프랑스에서 아이들을 통해 배운 것이다. 시민권을 쟁취하기 위해 피 흘린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