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숙영의 Out of Costa Rica (10) 코스타리카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필자 공숙영은 현지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상과 풍경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지난 4월 4일은 부활절이었습니다. 작년에는 코스타리카에서 부활절을 보냈는데, 그곳에서 부활절 주간은 일주일 동안 공식적인 공휴일이 될 정도로 특별한 때입니다. 학교 수업이 없어서 쉬면서 길거리에서 의상을 차려입은 부활절 행진을 구경하고, (신자는 아니지만) 동네 성당에서 열리는 부활절 미사에도 가 보았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에 가톨릭 신앙이 깊이 뿌리박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코스타리카에서 제가 살던 동네에도 곳곳에 성모 마리아 제단이 있고 주말에는 성당 미사에 꽤 많은 주민들이 모여 있곤 했습니다. 매주 미사에 꼬박꼬박 참여하는 독실한 신자..
봄이 올 것 같지 않은 길고 긴 겨울이었다. 3월, 4월이 되어도 쉬이 물러나주지 않던 추위가 언젠가 싶게 날이 풀렸다. 이런 봄날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들뜨고 설렌다. 햇살 맑은 오후, 하천변으로 오랜만에 산책을 나섰다. 지난 가을 이후 처음이다. 개나리들은 어느새 노랗게 사태를 이뤘고, 벚꽃도 곧 꽃망울을 터뜨릴 기세다. 그러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아니 한 번도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았던 그날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 건 하천 둑에서 봄나물을 캐는 아주머니들을 발견하고 나서였다. 환하게 부서지는 봄볕 아래는 나물을 캐고 계신 분들이 제법 많았다. 그들을 보자 나도 발밑으로 눈이 갔다. 이름 모를 싹들이 분주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아주 어렸을 때, 이런 봄날이면 나도 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