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덕천마을에 다녀오다 하천 길을 따라 산책하다 보면, 건너편에 낡고 허름한 집들이 모여 있는 동네가 보인다. 하천을 사이에 두고 그 동네를 에워싸고 있는 현대식 고층아파트단지들과는 아주 낯선 모습이다. 수 년간 산책을 다니면서 그곳에 가볼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내 시선에 잡힌 그 동네는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동네 같아 보여,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동네에 재개발 반대 플랫카드들이 내걸리기 시작했다. 그곳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건 바로 그때부터였다. 일요일 오전, 산책길에서 불현듯 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그 동네의 이름은 ‘덕천마을’이다. 안양천 바로 곁에 위치한 탓에, 여름마다 물난리를 겪어야 했던 가난한 서민들이..
한스 애빙 이 책은 예술가이자 경제학자인 한스 애빙이 쓴 예술계의 경제구조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경제학의 논리로, 예술계의 구조적 폐해에 대해 지적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예술가로서, 예술의 어떤 부분이 사람들을 매혹시킨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경제학적 시선은 사물과 사건의 효용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예술의 투자 대비 효용에 대해 애초부터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예술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에 예술계의 경제는 특수성을 띤다. 신성화되어 경제논리를 은폐하는 분야가 예술이라는 점에서, 경제학적 시선으로 예술계를 검토해 보려는 저자의 시도는 신선하고 흥미롭다. 경제학자가 본 예술경제의 패러독스 예술계는 정치적 공정성이 조금도 작동하지 않는 동네다. 오로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