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사회적 분담 못지않게 ‘젠더 정의’가 중요하다고통으로 잠 못 이루는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엄마가 계단을 기어서 올랐을 때, 눈앞에서 견고한 문이 쾅 하고 닫히는 것 같았다. 지금 저 계단을 기어오르는 사람이 내 엄마라는 걸 인정할 수가 없었다. 너무 불쌍하고 참혹해서,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이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서. 엄마에게 소리 지르고 싶었다. ‘엄마 왜 그래, 걸으라고. 지난주에도 걸어 올라갔잖아.’ 이를 기점으로 엄마는 무너졌다. 거부하던 침대를 수용했고, 손이 떨려 숟가락을 혼자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식사 수발을 받아들였고, 대변을 보고 더이상 혼자 처리할 수 없음을 어렵게 인정했다. 나는 엄마의 급속한 쇠락에 망연자실, 모든 걸 다 처리해야 했지만 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
‘손톱과의 대화’ 난민 여성들의 이야기네일쌀롱, 손톱의 기억을 듣는다는 것 ※ 페미니스트 연구자들이 발굴한 여성의 역사: 가시화되지 않았던 여성들의 자취와 기억을 공적 담론의 장으로 건져 올리는 여성사 쓰기. 이 연재는 한국여성재단 성평등사회조성사업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바로가기 보이지 않지만 말하고 있는 목소리 손톱만으로 말하는 존재를 상상할 수 있을까? 누군가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드러낼 수 없는 상황에서도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어 할 때, 듣는 이는 과연 어떤 대화의 장을 통해 응답할 수 있을까? 그리고 부분적으로만 드러나는 누군가의 몸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까? 여전히 작고 취약한 이미지로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존재들이 있다면, 이들의 표현을 듣고 말할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