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이 충돌하는 순간 김효진님은 의 저자이며, 장애여성네트워크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여성단체, 장애인단체들과 연대하면서 순간순간 예민하게 부딪치는 지점이 생긴다. 언뜻 서로가 지나치게 사소한 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꼼꼼히 되짚어보면 그것은 결코 개인적이거나 단순한 맥락이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맥락이 있기에 부딪히게 되는 문제들이다. 얼마 전 일이었다. 한 장애인단체의 연대회의에 참석하고 나서 함께 식사를 하게 됐다. 회의참석자 대부분이 중증장애를 갖고 있어서, 편의시설이 구비된 식당을 찾기도 어렵고 이동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상황을 고려해 회의실에서 배달음식을 먹기로 합의했다. 설렁탕과 굴 국밥 중 하나를 선택해 배달되어 온 음식을 먹고 있는데, 회의를 주..
지행합일(知行合一)에 대한 사색 화석연료에 의존한 전기 사용을 줄이자는 생각에서, ‘혼자 엘리베이터 타지 않기’를 실천하기 시작한 지도 수개월째다. 물론 시간에 쫓기거나 몸이 피로하다 싶을 때, 마침 1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춰 있는 경우라면 나름대로 융통성을 발휘하기도 한다. 사실 조금 다리가 아프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계단으로 오르내린다면 굳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편리한 문명의 이기를 눈 앞에 놓고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여러 명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는, 그 속에 끼여 편리를 맛볼 수 있도록 실천의 수위를 낮춘 것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때때로는 지켜내지 못한다. 날씨가 춥다거나 짐이 무겁다는 핑계로, 혼자서도 엘리베이터에 그대로 ‘훌쩍’ 올라타 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생각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