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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성 충전

전쟁과 지배의 역사,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1. 1. 11. 16:27

[일다] <세계의 역사 교과서>에서 분석 제언 
 
역사 교과서의 편찬과 교육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수많은 역사적 자료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를 선별하여 교과서로 만들어야 한다. 때문에 특정한 사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교과서를 국가가 관리하고 내용을 선정할 경우, 교과서가 국가 권력층의 의사에 의해 만들어지기 쉽다. 프랑스의 역사학자 마르크 페로에 의하면 권력층은 “규격화된, 즉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할 수 있는 과거”를 교과서를 통하여 주입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역사가 특정한 내러티브에 지나지 않는다는 ‘역사 이야기론’이 대두하기도 했다.

<세계의 역사 교과서>(이시와타 노부오, 고시다 다카시 편. 작가정신)는 일본의 후쇼샤 교과서 파동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의 역사학자들이 세계 11국의 교과서를 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고 전문가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수록한 책이다. 애초에 ‘역사 이야기론’론은 국가주의와 국민주의를 절대화하지 않고 상대화하며 여성과 소수자의 역사를 기술하기 위한 관점으로 대두됐으나, 후쇼샤 교과서는 이를 역이용해 오히려 국가주의적 내러티브를 더욱 강조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역사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가. 전쟁의 피해와 식민지 상황을 어떻게 기술할 것인가의 문제는 비단 한국과 일본의 역사교과서만이 안고 있는 과제가 아니다. 제국주의와 그에 대한 저항이 전 세계적인 테마였던 만큼 많은 국가들이 이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여기에는 교과서 검정과 채택, 교과서의 존재방식, 역사교육의 바람직한 방법 등 참으로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취사선택한 가해/피해사실

우선 가해와 피해 사실 교육 문제가 가장 논란거리다.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같은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은 경제 원조와 발전 문제가 걸려있는 만큼 애써 과거사 청산 문제를 요구하지 않는다. 특히 프랑스, 미국 등 강대국에 의해 수많은 전쟁을 치른 베트남은 정부가 “과거를 닫고 미래를 지향한다”는 슬로건을 내걸 정도다.

반면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를 지배한 가해국이면서도, 일본에게 인도네시아를 빼앗기고 독일에게 지배를 당한 피해국이라는 복합적인 의식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네덜란드 역사교과서에서는 독일나치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다루고 있으나 인도네시아 지배에 대한 책임 문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네덜란드뿐 아니라 영국과 같은 많은 식민지 지배국의 교과서에는 식민지 지배가 근대화와 문명화를 부추겼다는 소위 ‘식민지 근대화’론의 관점이 암묵적으로 내재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들어 식민지에 좋은 일을 해주었다는 식의 기술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 진보다.

과거사 반성을 국가적 테마로 다루는 독일의 경우 유대인 박해문제를 히틀러 개인의 의지에 한정된 문제로 다루지 않고, 당시 국민들의 의식 속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었던 반유대인 감정에 중점을 두어 기술한다. 반유대인적인 감정이 19세기 말부터 인종론에 기초한 반유대인주의나 우수한 종족이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진화론을 인간 사회에 적용한 ‘우생론’이 일반인 사이에 침투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나치 시대에 대한 반성의 표현으로 병역에서 ‘상관의 부당한 명령에는 항의해야 한다’는 의무가 생성됐으며, 양심적인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 같은 역사교육의 성과로 일반인들의 경우 나치 친위대를 비롯한 거물급이 아닌 평범한 독일 국방군 병사들이 주민 학살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경향이 여전하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해자’이자 ‘공범자’로서의 책임을 느끼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관계국가의 교과서를 부교재로!

교과서를 기술하고 교육하는 방식은 어떠한가. 교과서를 국가가 관리하는 한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영국, 독일, 미국 등은 그렇지 않다. 영국의 교과서는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고 생각을 유도하는 편이다. 특히 원폭투하 문제는 단독테마로 다루어지는데, 관계자들의 발언과 당시 피해상황 등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고 원폭투하가 긍정적이었는지 부정적이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토론과 비판적 사고 형성에 대한 이들의 긍정은 다음과 같은 생각에 근거한다. “무슨 일에든 긍정만 하는 것은 생각할 능력이 없든지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관심이 있다면 당연히 비판해야 할 부분으로 보일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설문지에 응답한 전미사회과협의회 소속 교사의 50%가 베트남 전쟁 수업시간의 반 이상을 토론에 할당한다.

지은이들은 책의 말미에서 일본 교과서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한다. 자신들이 애당초 어디에서 왔는지 모른다는 식으로 기술한 프랑스의 역사와는 달리,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선이 존재한다는 ‘단선형’으로 역사를 기술한 점을 한계로 본다. 왜냐하면 탈락된 역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을 문명화로 합리화하는 ‘서구중심사관’, 식민지의 가해와 피해에 대해 별로 언급하지 않는 부분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국가주의적 역사, 지배자의 역사를 상대화하면서도 후쇼샤 교과서와 같은 역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각국의 역사 교류가 증가해야 하며, 인권 및 평화를 중시하는 가치관으로의 전환을 통해 지배와 피지배의 사실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지은이들은 아시아 각국 교과서에서 일본의 침략을 상세히 기술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상황에서, 일본 교과서의 서술방식을 고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동시대사를 함께 체험한 관계국들이 상대국의 교과서를 부교재로 사용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김윤은미)  * 일다 즐겨찾기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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