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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성 충전

자연과 함께하는 훈데르트바서의 예술세계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0.12.23 07:30

<일다> "세상과의 관계를 스스로 창조하라"
훈데르트바서 전시회: ~2011.3.15 예술의전당 /도슨트: 11시 30분, 3시, 5시
 
“무엇이 좋은 그림이지요?”
 
“그림이 마법으로 가득 차 있다면, 행복을 느끼게 한다면, 웃거나 울도록 자극한다면, 뭔가 감동을 준다면, 한 송이 꽃이나 한 그루 나무처럼, 자연처럼 그리운, 그런 것이 된다면, 그렇다면 좋은 그림입니다.”
 
오스트리아의 화가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1928~2000)의 말이다. 스스로 지은 이 이름의 뜻은  ‘평화롭고 풍요로운 곳에 흐르는 백 개의 강’이라는 뜻이다.
 
예술을 통해 지상낙원을 실현하고자 한 대가, 훈데르트바서의 페인팅, 판화, 그래픽, 테피스트리, 건축모형 등 120여점의 작품과 작품제작과정 및 인터뷰를 담은 영상물이 서울을 찾았다.
 
'다섯 가지 피부론'을 통해 보는 훈데르트바서의 예술철학
 

▲ 훈데르트바서 작, "THE I STILL DO NOT KNOW"     
 
화가이자 건축가, 환경운동가 (워싱턴에서의 나무심기 운동, 오스트리아의 핵발전소 건립 반대운동, 전 세계적인 고래보호활동 등)였던 훈데르트바서의 이력은 역동적이면서도 일목요연하다. 그의 삶을 관통하는 철학은 ‘자연+아름다움=행복’으로서, 그는 이 소박한 행복론을 ‘다섯 가지 피부론’으로 차근차근 실천해나갔다.  제1의 피부는 몸을 뜻하며, 제 2의 피부는 의복, 제 3의 피부는 주거공간, 제 4의 피부는 사회적 환경, 제 5의 피부는 생물권으로서 지구 생태계로 확장된다. 
 
훈데르트바서는 때론 괴짜, 반항아로서 합리주의와 기능주의를 앞세운 전체주의와 충돌했다. 그는 행복을 실현하는 기본 단위인 ‘한 사람’의 권리를 위해 싸운 개인주의자였기 때문이다.
 
똑같은 모습으로 대량생산된 옷에 거부감을 느껴 옷과 신발을 직접 만들어 입는가 하면, 모든 세입자들이 자신의 개성을 살려 창문만큼은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권리를 누리게 하자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 제 3피부에 대한 권리-‘창문권’을 주창하기 위해 제 2 피부인 옷을 벗어버리는 ‘나체 연설’을 감행하곤 하였다.
 
제 4 피부인 사회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유대의 별과 아랍의 달을 함께 그린 중동평화의 깃발을 만들어 지도자들에게 보내고,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코루 깃발을 만들거나 소국가와 작은 공동체의 다양성을 지지하면서 오스트리아의 EU가입을 반대하기도 했다. 심지어 그가 재건축한 ‘상크트바르바라’ 성당에 세워진 12개의 아치형 입구는 이슬람, 힌두교, 불교, 유대교, 유교 등 세계 각국의 종교적 상징물로 장식되어 있다. 각 문화에 대한 존경과 화합을 표상한 것이다.
 
제 5의 피부인 자연에 대한 인식은 훈데르트바서의 예술철학의 정점이자, 다른 요소에 대한 토대가 된다. 훈데르트바서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생하여 12살 때 2차 세계대전 겪었는데, 파괴된 도시의 웅덩이 속에서 꿈틀대는 작은 생명들과 아스팔트 틈을 비집고 자라나는 식물에게 경의를 느꼈다고 한다. 아름다운 꽃을 꺾어 책갈피로 꽂아두어 찬란한 빛을 퇴색시키는 대신 그림 그리기를 선택한 소년. 어린 시절 자연과의 소박한 만남을 평생 동안 간직하여,  “인간은 자연에 들른 손님입니다. 예의를 갖추십시오.” 라는 환경포스터를 그리는 일들을 이어갔다.
 
나선과 곡선, 자연지형을 살린 개성적 건축
 

한편, 정신장애인의 그림에서 반복적으로 그려진 ‘나선’에서 생명력을 느낀 훈데르트바서는 이를 생성-소멸, 순환하는 자연의 상징으로 삼았다. 나선과 곡선에 대한 매혹은 직선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는데, 그의 생태적 감수성은 직선으로 똑같이 짜여진 건물들을 ‘병들었다’고 진단하기에 이른다. 그는 ‘건축치료사’로서 몰개성적이며 딱딱한 건축물을 유연하게 숨쉬며, 찬란하게 빛나는 건물로 재탄생시켰다. 대표적인 사례가 훈데르트바서 하우스(공영주택)와 슈피텔아우 쓰레기 소각장의리모델링이다.

                         ▲ 슈피텔아우 쓰레기 소각장 개조 이전과 이후    

그가 지은 건축물에는 ‘나무세입자’를 위한 공간이 반드시 함께 한다. 전기나 가스 외에 물과 대기가 순환하는 공간을 꿈꾸며 이를 실현한 것이다. 아예 자연 지형을 살리면서 건물을 땅 속에 지은 블루마우의 롤링힐즈 온천마을은 영화 <반지의 제왕>의 호빗 마을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풀밭지붕에서 빗물을 정화하고 거름변기로 식물의 생장을 돕는 순환 시스템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인간을 더 온전하며 행복하게 만들었다.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훈데르트바서 전시장 입구에는 그의 작품에 종종 등장하는 양파를 닮은 돔 모양의 로고가 박혀있다. 양파의 구형 모양과 동심원이 내세를 상징한다고 여겨 고대 이집트인들은 양파를 숭배했다는데,  훈데르트바서에게 이 양파 모양은 자신의 ‘다섯 가지 피부론’에 대한 상징이 아닐까?

우리가 지금 이곳을, 자연과 다양한 문화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자각을 일깨우는 작가, 훈데르트바서. 그는 현대의 문맹인은 ‘창조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자기가 선 자리에서 다섯 겹의 피부를 인식하고 살아 숨쉬며, 어떻게 세상과 관계 맺어갈지를 -스스로 창조하라. 훈데르트바서의 이미지는 힘 있고 아름다운 소리로 귓바퀴를 뱅글뱅글 돌아 들어오는 동시에, 먼 곳으로 울려 퍼지며 진동한다. (강물하)

*일다 즐겨찾기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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