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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과 ‘철학’이 함께 숨쉬게 하라
[인터뷰] "도서관 나들이" 칼럼 연재중인 이경신씨
                                                                                                          <여성주의 저널 일다> 조이여울  
 
 
 
▲ <일다>에 “도서관 나들이”를 연재 중인 이경신씨.     ©일다 

 
<일다>에 “도서관 나들이”를 연재 중인 이경신씨(45세, 여성)가 지난 한 해 쓴 칼럼을 엮어 같은 제목으로 책 <철학하는 일상>(부제: 삶과 앎과 함을 위한 철학 에세이, 이매진)을 펴냈다.
 
“철학하는 일상” 칼럼을 통해 이경신씨는 매주 일상 속에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독자들과 소통해왔다. “철학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 그 글들이 이제 책을 통해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길 바라며,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책으로 엮어져 나온 <철학하는 일상>을 보니, 처음 칼럼을 기획했을 때가 생각난다. 일상 속 철학에 관한 글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해달라.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과, 그 생각을 몸으로 옮기면서 깨닫게 된 것들에 대해 타인과 공유하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 다른 여성들과 같이 생각을 나누고 싶었다. <일다>를 통해 그 기회가 왔고, 소통의 계기로 삼았다. 책도 칼럼의 연재 순서와 같이 4계절 자연의 흐름을 따라가며 만들었다. 당시의 시간과 사건들이 담겨있다.”
  
▲ 이경신님의 <철학하는 일상> 표지. 
 
 
-<철학하는 일상>은 그 자체로 ‘철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도록 제안하고 있는 것 같다.
 
“철학이라고 하면 누구나 이론서를 떠올린다. 이론도 물론 중요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접근할 수가 없다. 대학원 시절에 친척할머니가 “철학 배운다며, 그럼 인생에 대해 뭐 얘기할 게 있냐?” 물으셨다. 그 질문에 대답하기 힘들어 어영부영하고 말았다. 내가 배운 것, 생각한 것을 ‘할머니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언어’를 갖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강단에서 배운 철학이론은 주로 서양의 옛날 학자들 얘기를 했다. 갈수록 철학이론이 사람들의 삶과 동떨어지게 되었다. 전문화되고 현학적이 되었다. 이론과 대중과의 간격이 크면, 인류문명에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다면, 누구든 철학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내가 그 매개 역할을 하고 싶었다.”
 
-매주 깊이 있는 주제로 긴 호흡의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1년간 연재해내는 것을 보며 감탄했다. 어떻게 가능한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실천해 온 주제라서 가능했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담아두었던 생각들의 총 집합이었고, 오래 묵은 생각들이었다. 아마 그래서 1년밖에 못 쓴 것일 게다. 그게 나의 지식과 체험이 결합된 전부니까. 지금 연재하고 있는 “도서관 나들이”는 나 역시 배우면서 쓰는 것이라 덜 부담스럽다. 아직 생각일 뿐이고 경험으로까지 습득된 것은 아니다. “철학하는 일상” 연재를 마감했을 때 이게 나의 전부란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는 독자들이 각자 연구해서 자기 것을 만들어가길 바랐다.”
 
-<일다> 독자위원회 모니터링 모임에서도 “철학하는 일상”은 자주 논의거리로 등장했다. 그만큼 호응이 좋았다. 독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일상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독자들 역시 (다른 기사나 칼럼보다) 더 많이 생각해본 주제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얘기라면 그만큼 관심을 갖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보는 것도 피곤한 일일 수 있다. 내 글을 꿋꿋이 읽어주고 반응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 들어주는 이가 있으니 쓸 수 있는 것이다. 1년간 즐겁고 재미있었다.” 
 
▲ "철학은 '행복하게 살기'와 관련"이 있고, "행복은 '좋은 삶'에 대한 것"이라는 이경신 씨. © 일다
 
-때로 이경신씨의 글이 삶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불편하다는 의견도 들려왔다.
 
“철학이 원래 불편한 것이기도 하지만, 아마 자신의 생각과 다르거나 실제 삶에서 간격을 느꼈을 수도 있다. 실천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생각과 행동 간에는 간격이 있게 마련이다. 생각만 너무 빨리 앞서나가고 몸은 따라주지 않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나는 일상 속에서 생각과 실천의 간격을 좁히려고 노력해왔고, 그만큼의 내용을 글에 담았다. 읽는 이에 따라 ‘나는 어떠한가’ 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그 주제에 대해 생각해주길 바란다.”
 
-“철학하는 일상”에는 육식이나 자동차문화, 유기동물, 푸드 마일리지(food milage), 도시재개발 등 유독 ‘생태’ 관련한 주제가 많이 다뤄졌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철학은 ‘행복하게 살기’와 관련이 있다. 행복은 ‘좋은 삶’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한 지혜를 가져다 주는 것. 이 시대에 ‘좋은 삶’이란, 자연과 가까이 하고 자연을 아껴주는 것이 그 길이라고 생각한다. 자연과 생태 문제에 관한 고민이 없다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얻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자신의 삶은 ‘행복’한가.
 
“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좋은 삶’을 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책을 읽고, 자연과 가깝게 살고, 타인과 어울려 살고, 그리고 일하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기를 바라는데, 요즘은 “도서관 나들이”를 연재하다 보니 좋은 삶에서 조금 멀어진 것 같다. 밤 늦도록 책을 보기도 하고, 주말에도 글을 쓰느라 산도 못 가게 되고. 사람들과 어울릴 시간이 줄어들기도 한다. 얼른 연재를 마쳐야겠다. (웃음)”
 
▲ 유학 시절의 추억이 깃든 몽펠리에를 담은 이경신씨의 그림.   
 
-<고마리 연구소>를 통해 십대들에게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교육자로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우리가 대화를 나눈 테이블 위엔 멀리 지리산 부근에 사는 제자가 직접 만들어 보내준 사과잼이 놓여있었다.)
 
“보람되다. 특히 배우고 생각해본 것들을 실천에 옮기는 걸 보았을 때 감동을 받는다. 어떤 학생들은 입시공부를 하듯 지식으로만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 시간만이라도 ‘행복한 것이 무엇인가’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라, 아이들이 좋아한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너무 지쳐있다. 네다섯 시간 잔다는 아이들도 있다. 왜 아이들에게 정보 습득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주위를 둘러보라. 출세한 친구들이 행복한가? 그렇지 않다. 다들 너무 바쁘고, 돈을 많이 벌어야만 한다. 아이들은 1등이 되고, 부자가 되어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떤 아이는 질문을 던져 확인까지 했다. ‘꼭 공부 못해도 행복할 수 있죠?’ 라고. ‘그렇다’고 답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한 가지 더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사색’이 삶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믿는가?
 
“그렇다고 믿는다. 먼저, 사색 자체의 기쁨이 있다.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다는 행복 말이다. 그리고 좋은 생각이 ‘행동’으로 연결될 때, 그것은 행복의 조건이 된다. 내가 바뀐다, 내가 조금 더 나아진다는 기쁨이 있다. 인간에겐 죽을 때까지 ‘성장의 과제’가 있다. 잠재력을 꽃피우는 것,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것, 아마 종교인들에겐 영적 성장일 것이다. 내게 그런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이런 글도 쓸 수 있었던 걸 거다.” (일다/ 조이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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