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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에 소화기 뿌린 경찰이 ‘아동학대’ 운운
진짜 문제는 공권력의 보복성 표적수사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경찰의 공권력 남용이 한계수위를 넘긴 지 오래다. ‘보복성 표적수사’라는 시민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유모차를 끌고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까지도 수사대상에 포함되었다.
 
▲ 촛불집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과 함께 참여했다.     © 일다
다음카페 ‘유모차부대’ 회원들에 따르면, 경찰은 수사대상으로 지목된 카페 운영자 및 소속회원의 집에 통보도 없이 찾아가 협박조로 출석을 종용하고 집회 당시 사용했던 깃발과 풍선을 찾아서 제출하라는 요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원은 경찰이 남편의 직장과 직위 등을 물으며, 남편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을 거라는 암시까지 주었다고 주장했다.

 
경찰 측은 “적법한 수사 절차”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한술 더 떠 어린아이를 이용해 위험한 시위현장에 데리고 나온 것에 대해 ‘아동학대죄’ 적용 여부를 검토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발언 이후 일각에서는 어린아이를 동반한 집회참석이 아동학대인가 아닌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유모차부대’ 회원들은 어머니들이 자녀의 먹거리안전을 위해 나선 시위라는 점, 그리고 집회현장이 평화로웠던 점을 들어 ‘아동학대’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실제로 취재하면서 만난 부모들은 촛불집회를 민주주의 학습의 현장으로 인식해 교육적 의도를 가지고 아이들을 동반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집회가 각종 문화행사와 함께 평화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아이를 위험한 상황에 방치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물론 집회에 어린아이, 특히 유아를 동반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쟁적인 의견들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의 선택권이라는 측면에서 보느냐, 부모의 교육적 선택권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논쟁들이 아동권에 대한 인식이 미약한 한국사회에 새로운 인식의 틀을 가져오기 위한 것이라면 환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어청수 경찰청장이 ‘아동학대죄’를 거론하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기 때문에 문제다. 한국은 아동학대죄가 협소하게 적용되고 있는 나라다. 경찰이 시위 참자가에 대해 무리하게 아동학대죄를 적용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이미 ‘어떤 다른 의도’를 드러내는 행위다.

 
▲  유아를 동반한 집회참가자들은 평화시위를 벌였다.    © 일다
‘유모차부대’의 회원들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의 태도를 보면, 집회 참가자에게 겁을 주어 의사표현의 자유를 막기 위해 그야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집회 참가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라면, 없는 죄라도 만들어낼 태세다. 이는 명백히 공권력 남용이다.

 
‘유모차부대’에게 아동학대죄 적용을 검토한다면,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 통보도 없이 찾아가 적법한 수사절차도 무시하고 부모를 위협하고 한 가정을 불안에 빠트린 경찰의 행위에 대해서도 국가공권력에 의한 아동학대죄 적용을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유모차에 분말 소화기를 뿌린’ 경찰의 행위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아동학대’다. 위험한 집회현장에 아이를 데려간 것이 문제라고 하지만,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여성들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집회에 참여했다. 집회가 위험해진 것은 경찰이 무리하게 폭력진압을 했기 때문이다. 무기가 될만한 어떤 것도 들지 않은 시위대에게 분말소화기를 뿌리고 인체에 치명적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물대포를 쏘았기 때문에 집회현장이 위험해진 것이 아닌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24일 논평을 내고 경찰의 ‘유모차부대’ 수사가 “비폭력이고 평화적인 의사표현 방식까지”도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면 통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반민주적이고 반법치주의적 수사”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주장하는 기간 동안 한국사회는 민주적으로 성숙했고 시민들은 변화했다. 그러나 그 변화를 가늠하지 못하는 현 정부는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모든 상식을 부수며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어떤 물질이든 임계점을 넘으면 끓어오르게 마련이다. 더 이상 사회적 갈등을 극단으로 치닫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2008/09/25 [00:19]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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