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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 국토부, 4대강사업의 일환으로 ‘금강 8경’ 사업 추진 

▲ 자연 그대로의 수려한 풍광 덕에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가 되어온 신성리 갈대밭     ©일다   
 
가을 하늘과 맞닿을 듯 드넓게 펼쳐진 금강 하구 신성리 갈대밭. 영화 <공동경비구역JSA>의 촬영지 등으로 유명한 이곳은 얼마 전 정부의 ‘금강 8경’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어 곧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지난 9월 15일 금강 주변에 ‘지역명소 8곳’을 선정해 ‘생태수변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을 10월부터 착수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2일,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공원 조성이 추진되는 신성리 갈대밭을 녹색연합의 4대강 현장방문 프로젝트 ‘4대강 귀하다 지키자!’(‘사귀자’ 프로젝트) 참가단과 함께 찾았다.
  
공사착수 한 달도 안 남기고 주민들에 일방통보

“얼마 전 국토해양부가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갈대밭에 4~5개의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를 만난 건 며칠 전이 처음입니다. 최소한 계획할 때 주민의 의사를 반영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신성리 갈대밭에 인접한 연봉리의 이재면(56) 이장이 울분 섞인 말을 토했다.
  

▲ 서천군 연봉리의 이재면(56) 이장은 지역주민들이 국토해양부의 신성리 갈대밭 공원조성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다 
 
신성리 갈대밭은 폭 200m에 길이가 1km가 넘는 규모로, 면적이 33만 제곱미터에 달한다. 금강이 하굿둑으로 막히기 전에는 갈대밭이 훨씬 무성하여 사람이 안에 들어가면 길을 잃고 헤맬 정도였다고 한다. 자연 그대로의 수려한 풍광 덕에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가 되어왔다. 금강이 하굿둑으로 막힌 지 20여년. 하굿둑이 들어서면서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이재면 이장의 설명이 이어진다.
 
“하굿둑이 생기면서 물의 흐름이 느려져 수질이 나빠지고 강이 자꾸 메워지고 있습니다. 짠물이 들어와야 갈대밭의 잡초도 죽고 갈대밭도 건강하게 유지되는데, 바닷물이 막혔으니 지금은 인위적으로 소금을 뿌려 갈대를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지요.”
 
댐과 다름없는 거대한 보로 막힌 4대강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금강 하구의 모습에서도 대답을 찾을 수 있다. 신성리 갈대밭 주변의 주민들은 갈대밭을 자연 상태에 가깝게 유지하기 위해 하굿둑을 일부만이라도 개방하라고 요구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주민들의 의견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재면 이장은 ‘공원 조성’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우려를 전했다.
 
“지금 산책길을 내어놓은 것도 갈대밭을 훼손한 셈인데, 공원을 조성하면 갈대밭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요. 서천군에서 심혈을 기울여 갈대밭을 유지해왔는데 공원이 들어서면 갈대는 1/3도 안 되는 수준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한국인 친구의 제안으로 녹색연합의 ‘사귀자’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도여성 제니(36)씨는 신성리 갈대밭을 돌아본 후 공원조성 계획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인도에서도 자연이 잘 보존된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제니씨는 “이곳에 오니 고향에 온 것 같다”며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제니씨와 동행한 윤지영(32)씨는 얼마 전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4대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남한강을 다녀왔다고 한다. 윤씨는 남한강에서 참혹하게 베어진 나무들을 보며 “같이 다녀온 외국인들도 사업의 부당함을 쉽게 납득했다”고 전했다.
 
금강 상류 천내습지 사업계획은 철회되었지만

  
▲ 둠벙과 다양한 식생이 특징적인 천내습지의 모습     © 일다

 
‘사귀자’ 프로젝트 현장방문단은 곧이어 금강 상류의 천내습지로 이동했다. 천내습지는 금강 개발사업의 대청지구(8-2공구) 가운데 생태하천조성사업 대상지역으로 계획되어 있었으나 시민단체들의 노력으로 공사계획을 철회하겠다는 구두 답변을 받아놓은 상태이다.
 
원시림을 연상시키는 천내습지는 길이 2km, 폭 200m의 크기로 7~8개 정도의 둠벙(웅덩이)들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천내습지의 다양한 식생은 이 둠벙과 관련이 있다. 둠벙은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갈 터전이 되어준다. 천내습지의 둠벙 안에는 두드럭 조개 등을 비롯해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다양한 어류들이 살고 있다. 천내습지 보존에 앞장서온 금산참여연대 최병조 사무국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둠벙은 강의 소(沼)와는 또 다른 환경입니다. 강과 둠벙에서 사는 물고기의 종류가 완전히 달라요. ‘각시둠벙’처럼 산과 연결된 둠벙은 산에서 내려오는 두꺼비나 개구리의 산란처 역할을 합니다. 산짐승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자연스럽게 강의 생태계와 산의 생태계가 연결되지요. 흔히 모르는 사람들은 ‘물이 고여 있는 곳’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이 둠벙이 없어지면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물들도 모두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정부의 4대강 사업계획에 따르면, 다양한 식생과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으로 보존가치가 높다고 평가된 천내습지는 ‘꽃밭’으로 변하게 될 예정이었다.
 
“120종 이상의 생물이 살고 있는 습지를 없애고 심겠다고 한 꽃들이 원추리, 갈대, 물억새, 갯버들, 노랑꽃창포 등 고작 18가지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모두 천내습지에 살고 있는 식물들이지요. 버드나무도 모두 베어버릴 예정이었습니다. 국제적으로 습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버드나무가 있어야 합니다.”
 
최병조 사무국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다른 4대강 사업 대상지와 마찬가지로, 천내습지의 환경영향 평가도 구색 맞추기 식으로 이루어졌다. 생태조사만 3~4년 걸리는 곳을 4계절도 채 보지 않고 끝냈다. 이런 ‘일방통행’식 4대강 사업 추진이 ‘금강8경’ 사업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가 나서서 싸워줘야 한다” 
  
▲ 금강사업 재검토 특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금산참여연대 최병조 사무국장은 간담회를 통해 만난 지역주민들 중 "대통령이 말하는 이유로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한다.     © 일다

 
뒤늦게라도 천내습지에 대한 계획이 ‘보존’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는 시민단체들의 노력과 함께 지난 7월말 충청남도에 ‘4대강(금강)사업 재검토 특별위원회’가 출범한 영향이 클 것이다.
 
금산참여연대 최병조 사무국장은 충남도의 금강사업 재검토 특별위원회에 참여하면서 간담회를 통해 공주, 부여 등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4대강 사업을 바라보는 금강 주변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주민들은 보나 준설에 대해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합니다. 다만 막연한 기대로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하는 것뿐이지요. 4대강 사업에 대한 찬성 이유도 각자 다릅니다. 부여 주민들은 준설토로 농지를 높이는 것에 관심이 있지요. 하지만 대통령이 말하는 이유로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최병조 사무국장에 따르면, 지방선거 이후 4대강 사업에 대한 충남도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도지사가 바뀌고 분위기가 바뀐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도지사의 권한은 많지 않아요. 국회가 나서서 싸워줘야 합니다. 내 역할은 국회가 싸울 수 있도록 근거자료를 모아 제시하는 것이겠죠.”
 
오는 23일까지 진행되는 국정감사 기간 내내 4대강 사업은 중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눈과 귀도 국회로 집중될 때이다. 한편 충남도와 경남도는 공동으로 오는 1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4대강 사업 재검토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청와대가 ‘4대강 사업권 회수 검토’를 운운하며 실력행사에 나선 상황에서 이 또한 귀추가 주목된다.  (
박희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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