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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신의 도서관나들이(24) 매미의 생태와 인간의 삶 
 
“하고 많은 곤충 중에서도 유독 매미를 좋아하게 된 것은 아마도 매미가 아름답게 우는 곤충이기 때문이리라.” (이영준, 우리매미 탐구, 지오북, 2005, ‘머리말’)
 
요즘은 매미 소리에 잠을 깨고 그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든다. 가끔 매미가 베란다 망창에 붙어 울면 귀가 멍멍해지기도 하지만, 매미소리만큼 멋진 여름음악이 어디 있겠나 생각하며 지낸다. 지금도 밖에서는 매미들이 쉴 새 없이 울어댄다. 차르르르....... 말매미다.
 
매미는 여름곤충? 
 
▲ '매미박사'  이영준의 책 <우리 매미 탐구>(지오북, 2005)의 표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매미를 여름곤충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매미박사 이영준의 <우리매미 탐구>를 읽다가, 매미가 봄부터 가을까지 우리 곁에 머문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5월 하순에 모습을 드러내는 세모배매미, 풀매미, 11월 초에도 만날 수 있는 늦털매미가 낯설기만 한 내게 매미는 여전히 여름 곤충이다. 적어도, 여름동안 나고 죽는 참매미, 애매미, 유지매미, 쓰름매미, 말매미는 여름곤충이 분명하다.
   
아무튼 매미는 주로 더운 지방에서 살고, 그 종류도 수천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매미는 15종에 불과하다. 그래도 그 개체수는 무시하기 어려울 만큼 많단다. 게다가 몇 년 전 이주해 온 중국매미(꽃매미)까지 그 수를 보태고 있어, 이 땅의 매미 숫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이주곤충인 꽃매미는 울지 못하는 매미라지만, 매미하면, 그 특색 있는 울음소리부터 떠오른다. ‘맴맴맴맴맴맴 매애앰’하고 울어 ‘매미’라는 이름을 얻게 한 주인공은 참매미지만, 다른 매미들도 각기 개성 있는 소리를 갖고 있다. ‘지글지글’ 기름 끊는 소리를 내는 유지매미, 새처럼 우는 애매미, ‘쓰름, 쓰름’하고 우는 쓰름매미, ‘차르르르’하고 우는 말매미. 특히 말매미 소리는 폭포수가 쏟아지는 소리를 닮았다고들 한다. 내가 매미소리를 시원하게 생각하는 까닭은 아마도 폭포같은 말매미의 소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런 특이하고도 요란한 소리를 내는 매미들은 모두 수컷이다. 암컷을 유혹해서 짝짓기를 하려고 우는 것이니, 그 소리는 ‘유인음’이다. 반면, 암컷 매미는 울지 못한다. 소리를 내지 못하는 매미라니 왠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알을 낳아 종을 이어야 하는 종족보존의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울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자연선택이 아닐까 싶다.
 
매미의 울음소리도 종류별로 다르지만, 울음의 크기, 하루 중 우는 때도 제각기 다르단다. 특히 서울 강남지역 주민의 원성을 사고 있는 말매미는 우리 매미 가운데 몸집이 제일 커서 음량도 제일 크다. 80dB에 이른다니 공사장 소음에 맞먹는다. 떼 지어 울어댄다면 소음공해의 주범으로 지목될 만하다.
 
하지만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밀집된 곳, 즉 강남이나 신도시에 말매미가 번창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도시개발과정에서 생존력이 강한 말매미가 다른 매미들을 몰아내고 살아남았다는 설명에서 말매미의 과도한 증식도 인간의 어리석은 도시개발과 무관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말매미가 좋아하는 버즘나무(플라타너스)로 가로수를 조성해두고서는 말매미가 많다고 한탄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한밤중에도 우는 매미들
 
매미의 울음소리는 자신의 체온 및 주변 밝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밝은 대낮에 우는 매미도 있고 해질 무렵에 우는 매미도 있다지만, 완전히 어두운 밤이 되면 매미는 더 이상 울지 않는다. 또 체온의 변화에 따라 발음근의 장력에 차이가 생겨 음량이 달라지는데, 주변 온도가 떨어지면 소리가 작아지다가 (종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일정 온도 이하가 되면 더 이상 소리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도시는 한밤중에도 가로등과 네온사인 등으로 빛을 붙잡아 어두운 밤을 잃은 지 오래고, 밤낮으로 자동차를 몰고 에어컨을 틀어대며 끊임없이 주변 온도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니, 매미가 어찌 울음을 멈출 수 있을까?
 
매미가 번창하는 데도 다 이유가 있다. 따뜻한 지방에 주로 사는 매미가 한반도에서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면, 이 땅이 그만큼 더워지고 있음을 뜻한다. 과학자들은 매미의 증식과 지구 온난화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지구를 데우는 인간들이 매미의 개체수를 늘리고, 매미의 울음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과연 인간이 일에 집중할 수 없고 잠을 설친다고 매미 탓을 할 자격이 있나. 매미 소리가 시끄럽다고 탓하기보다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나의 일상적 행동이 지구를 뜨겁게 데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마땅하다.
 
매미는 억울하다
 
▲ 탈피가 끝난 참매미.  이영준의 <우리 매미 탐구> 중.  

매미가 미움을 받는 것은 비단 소리 때문만은 아니다. 나무의 성장을 저해하고 고사하게 만든다는 이유에서 사람들은 매미를 박멸해야 할 해충으로 본다.
 
종에 따라서 특별히 선호하는 나무가 있다고는 하지만, 매미는 거의 나무를 가리지 않고 수액을 빨아먹고 산다. 애벌레일 때는 뿌리를 통해서, 성충이 되면 나무줄기나 가지에서 즙을 빨아먹는다. 이 과정에서도 나무에 피해를 주지만, “매미의 암컷이 산란관으로 나뭇가지를 찢고 그 속에 알을 낳는 것”이 과실수에게 치명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과실수의 성장을 저해하는 말매미, 유지매미, 털매미는 농가의 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들어와 최근 몇 년 사이 전국으로 퍼진 꽃매미도 현재 심각한 골칫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가죽나무, 참죽나무에서 그치지 않고, 포도나무, 배나무와 같은 과실수에까지 영역을 확대해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명체는 너나 할 것 없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대한 많은 자손을 남기려고 애쓴다. 매미도 예외는 아니다. 서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로 이어져 있는 자연생태계에서 살아남는 것, 어른이 되고 자손을 남기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매미만 하더라도, 알에서 깨어나면 힘겹게 알과 구멍을 빠져나와야 하고, 땅으로 몸을 날려 틈을 찾으면 땅 속으로 들어간다. 땅 속에서 여러 차례 탈피를 하면서 기나긴 애벌레 기간을 묵묵히 견뎌야 한다. 말매미는 7-8년을, 참매미는 2-4년을, 애매미는 1-2년을 땅 속에서 보내야 한다. 그 기간이 지나면 애벌레는 땅 표면까지 길을 내고, 날씨 좋은 날 해질 무렵을 골라서 땅 위로 올라온다. 곧이어 적당한 나뭇가지에 몸을 붙이고 마지막 탈피를 완수해야 한다. 날개를 펴고, 몸이 제 색을 찾고, 날 수 있을 만큼 날개가 빳빳해질 때까지 여러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동틀 무렵에야 비로소 어른 매미가 되어 세상 속으로 날아갈 수 있다.
 
어른이 되었다고 수컷 매미가 바로 유인음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 수컷이 열심히 울어 제 짝을 만나 짝짓기를 완수하기도 힘들긴 매한가지다. 울음소리를 듣고 날아온 암컷이라고 해서 짝짓기를 다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거부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겨우 짝짓기가 이루어지면, 암컷은 수백 개의 알을 여러 차례 나누어, 적당한 곳에 낳은 뒤, 생을 마무리한다. 성충 매미의 삶은 길어야 한 달 남짓일 뿐이다.
 
화학 살충제 사용으로 매미 퇴치? ‘어리석은 일’
 
이토록 힘겨운 매미의 일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지켜본다면, 그 목숨을 인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며 하찮게 취급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실 매미의 수가 그토록 늘어난 것에는 인간이 자연에 과도하게 개입한 책임이 크다. 꽃매미가 유입되고 증식된 이유도 일단은 사람이 문제다. 중국산 수입농산물, 목재를 수입했기에 그것들이 이 땅에 들어올 수 있었고, 온난화로 겨울 평균기온이 상승했기 때문에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할 수 있었다 하지 않는가.
 
어떤 사람들은 화학 살충제를 써서 매미를 물리치자고 한다. 심지어 항공방제가 최선이라는 주장도 있다. 살충제가 소위 해충만이 아니라 다른 곤충은 물론이요, 결국 풀, 나무, 물고기, 새, 사람 등 다른 생명체까지 죽일 뿐만 아니라 생태계 자체를 죽이게 되리라는 레이첼 카슨의 경고를 아직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란다. 이영준 박사는 화학 살충제에 의존한 방제로는 매미 개체수를 줄이는 당장의 효과도 얻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또 꽃매미의 경우도, 박새, 침노린재, 사마귀, 벼룩좀벌과 같은 천적을 동원해 퇴치하고자 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것 역시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천적 곤충 사육에는 특별한 기술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의 증식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생태계 혼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차라리 과도하게 늘어난 매미를 간식거리로 삼자는 주장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개체조절이 필요한 존재는 오히려, 자연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우리 인간이 아닐까?
 
내겐 베란다 망창에 붙어 귀가 터져라 울어대는 말매미도, 우리 집 돌나물 주위를 배회하는 꽃매미도, 밤 산책길에서 만난 참매미도 모두 반갑기만 하다. 밖에 잠시 나갔다가 동네 벚나무 주변에서 들은 애매미 울음소리, 얼마나 멋진 노래인지!
 
지금 온동네가 매미울음소리로 들떠있다. 쓰름쓰름, 차르르르, 맴맴맴맴, 츠크츠크... 여름날 음악축제가 한창이다. 
[필자의 다른 글] 지렁이와 친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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