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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글로벌화되는 '대리 출산'의 현주소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0. 8. 9. 14:47

생식기술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자기결정권'
 
장기이식, 대리출산 등 다른 사람의 신체 일부를 빌려 행해지는, 이른바 ‘인체의 자원화’는 누구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할 수 없는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6월 12일, 도쿄대에서 ‘생명의 자원화의 현재’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이 열려, 대리출산의 현황과 문제점 등이 지적되었다.
 
대리출산의 경우 합법화되어 있는 국가나 주가 있는가 하면 금지하고 있는 국가도 있다. 일본에서는 일본산과부인과학회가 협회고지에서 대리출산을 금지하고는 있지만 법적인 규제는 없다. 현재 일본에서 대리출산 시행을 공표한 의사는 한 명뿐이지만, 다른 곳들도 물밑에서는 시행하고 있다고 이야기 되고 있다.


▲ 생식기술과 관련한 각국의 규제정책     © 페민 제공 
 

도시샤대 오기노 미호 교수는 기조강연 ‘생식에 있어 신체의 자원화와 페미니즘-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에서 대리출산이나 난자 제공 등의 문제에 대한 일본과 미국의 페미니스트들 간의 견해 차이를 지적했다.
 
여성의 몸은 ‘출산장려’의 대상이 되거나 반대로 ‘출산할 수 없도록’ 중절이나 불임수술을 강요받는 등 항상 인구수와 질을 조정하는 장치이자 조작대상으로서 다루어져 왔다. 일본의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는 ‘대리출산 같은 생식 기술은 새로운 여성의 몸에 대한 관리로 신체의 자원화 수단이다’라고 신중히 경계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이 많다.
 
반면 미국의 페미니스트들에게는 인공임신중절권리 사수와 여성의 신체적 자기결정권 주장이 지상과제로, 출생 전 진단이나 태아의 선별 중절 문제, 대리출산에 대해서도 반대론과 옹호론(대리출산은 여성들 간의 상호부조이자 여성해방으로 간주) 양론이 있다고 한다.
 
오가노 교수는 자기결정권을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주차원에서는 규제할 수 있어도 국가의 법률로 개인의 선택권을 규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하며 “생식에서의 신체 자원화에도 미국적 자유주의가 글로벌하게 침투”한 상황에 대해 우려했다. “자기결정권이라는 개념과 생식기술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가 과제라는 것이다.
 
불임부부에게 심리적 치료 지원해야
 
오구라 소이치로 G-COE 특임연구원은 대리출산이 금지되어 있는 독일의 법을 둘러싼 최근의 이슈와 불임심리상담 등을 발표했다.
 
올해 3월, 대리출산이 금지되어 있는 독일의 한 부부가 인도에서 대리출산으로 쌍둥이를 낳은 후 2년이 지나도록 독일에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오구라 씨는 “(독일 내) 대리출산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지만, 해외에서 하는 사람이 있다”며 이는 “법 규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생식기술이 해결책이 되지 못한 채 불임 부부에게 새로운 고민을 떠안기게 되는 경우도 있어, 이들에게 심리적 케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독일에서는 현재 1500개 이상의 상담소에서 불임 심리 상담이나 정보제공이 이루어지며 불임치료에 있어 환자 곁에서 돌보는 형태의 심신 의료적 진료도 장려되고 있다고 한다.
 
야나기하라 요시에 특임연구원도 “‘세계적으로 허용되고 있다’고 언론매체들은  자주 이야기하지만, 대리출산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많다”며 “금지하려면 이를 포기하는 사람을 위한 심리적 케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리출산의 문제 외면하는 치우친 정보만 제공돼
 
 
▲ 국제적 산업이 된 대리모 출산의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구글 베이비(Google Baby)> (2009)의 한 장면. '고객'에게 주문받은 아이를 임신한 가난한 인도의  대리모 여성들이 줄지어 누워있다.  

 
한편 20년 전부터 대리출산 문제를 취재해 온 『대리출산 생식비즈니스와 생명의 존엄』(슈에이샤)의 저자인 저널리스트 오노 카즈모토 씨는 “대리출산에는 찬성의 여지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해외의 대리모들은 한결같이 가난하며 대리모 제의를 받아들이는 일로 인해 파트너나 가족과의 불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오노 씨는 “대리출산에는 어린이의 관점이 결여되어 있다고 뼈저리게 느낀다”며 “대리출산으로 태어난 어린이들은 자신의 출생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대학 의학부 강사이자 산부인과 의사인 구구 히로시 씨는 제3자가 관련된 생식기술의 문제점을 발표했다. 그는 AID(제3자의 정자에 의한 인공수정)에서 ‘출처를 알 권리’와 ‘제공자의 익명성’의 문제가 모순되는 점, 제공난자를 사용한 체외수정 등 태아와 모체가 유전적 공통점을 갖지 않는 출산에서는 유전적 부정합 등을 이유로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에서 대리출산으로 쌍둥이를 낳은 탤런트 무카이 아키 씨에 대한 보도의 영향으로 일본 내 대리출산을 용인하자는 여론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문제점 등이 보도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도쿄대 이치노카와 야스타카 교수는 “장기이식법의 경우처럼, 매스컴의 정보는 한편으로 치우쳐 있다”며 “장기제공을 하고 후회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좀처럼 들을 수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의견이 되지 못하는 목소리들을 어떻게 공유해 갈 것인가, 정보를 어떻게 바르게 전해 갈 것인가”를 중요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신체를 ‘자원’으로 취급하는 것에는 신체적, 정신적 부담과 경제격차 등 여러 문제가 내재되어 있고 대리출산의 경우 태어나는 어린이의 복지 관점에서도 문제가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와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엮을 것인가. 법 정비의 움직임이 있는 일본이지만, 논의되어야 할 문제는 산더미다.
 
※ 이 기사는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8월 5일자 기사입니다. 구리하라 준코님이 작성하고,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인체의 자원화] 생식기술, ‘본인’만 원하면 뭐든 오케이? | 불임부부 시술지원 ‘출산강요’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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