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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잇따른 성매매 여성들의 죽음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0. 8. 5. 11:57
죽음으로 내몰리는 성매매여성들 
 
▲ 연쇄살인사건으로 희생된 성매매 피해여성들에 관한 진실규명과 인권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에 참석해 묵념하고 있는 참석자들  

 
서울 청량리 성매매업소집결지에서 지난 7월30일 한 성매매여성이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8월 3일 유력한 용의자인 52세 남성 신모씨를 전국에 공개 수배했다.
 
이번 사건은 교살 후 시신을 또 다시 훼손한 잔혹범죄라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해온 여성단체들은 ‘사건의 잔혹성’에만 초점을 맞추거나 “개인적이고 우발적인 살해사건”으로만 보지 말 것을 지적한다. 여성들이 죽음에 이르는 위험한 상황이 방치되고 있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분명히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등 관련단체들은 이 사건이 ‘성매매업소 집결지’내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즉, 불법적인 성매매가 버젓이 이루어지는 현장이 여전히 존재하고, 이 안에서 여성들은 사회적 안전망에서 완전히 배제된 채 무법지대 속에 살고 있다. 언제 이 사건과 같은 위험한 상황에 처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잇따르는 성매매 여성들의 참혹한 죽음 
 
취약한 위치에 있는 성매매여성들이 잔혹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사건들은 계속되어 왔다. 전국을 경악시켰던 연쇄살인범 유씨의 사건도 범죄의 주된 희생자는 성매매여성들이었다. 멀리 갈 필요 없다. 올해 들어서만도 여러 건의 성매매여성의 죽음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올해 1월에는 대전에서 선불금을 갚으라는 이유로 자신의 집에 수개월에 걸쳐 여성을 감금하고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후 도주한 업주 2명이 붙잡혀 구속되었다. 4월에는 여수지역에서 성매수자에 의해 여성이 살해당하는 일이 있었다. 범인은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살해 후 시신을 훼손해 암매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7월 중순에는 나흘사이에 경북 포항시에서 유흥주점 여종업원 3명이 잇달아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얼마 되지 않아 경주의 한 유흥업소에 일하던 여성 한 명도 자살을 했다. 이들은 서로 아는 사이였다. 자살의 표면적인 이유는 ‘사채’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장 상황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여성단체들은 이들의 죽음이 업주와 종업원 사이에 맺어진 사실상 노예계약에 가까운 영업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업주들은 미수금을 종업원들에게 책임지도록 만드는 방식 등으로 피해여성들이 고리 사채를 쓸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피해 여성들은 이를 갚지 못해 협박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문제를 수사한 포항의 남부경찰서는 ‘사채 빚으로 인한 자살’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사건 발생 한 달도 되지 않은 7월 26일 수사를 종결했다. 업주들의 위법행위에 대해 수사를 벌였지만 ‘뚜렷한 혐의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등 여성단체들은 봐주기식 수사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끊이지 않는 경찰의 유착비리
 
이런 가운데 8월 2일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3월 강남의 유흥업소 업주와 유착 의혹이 포착된 경찰관 63명에 대한 대대적 감찰을 벌여 이중 39명을 징계했다고 밝혔다. 6명을 파면·해임하고 33명은 감봉·견책 조치되었다. 경찰은 경찰관과 유흥업소 업주의 유착을 이유로 무더기 징계를 내리기로 한 것은 처음이라며 ‘중징계’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약 4개월간에 걸친 ‘대대적’ 감사라고는 했으나 뇌물수수 등 구체적인 유착사실을 밝히기 위한 계좌추적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징계된 39명은 유흥업소 업주와 접촉을 금지한 경찰청장의 지시를 위반했다는 명목으로 징계수위가 결정되었다.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는 경찰 발표 후 논평을 내고 “이는 오히려 사건을 무마하려고 한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금천경찰서 소속 경찰관 3명이 유흥업소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서울 경찰청이 감찰조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단속을 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성매수범이 된 셈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경찰이 성매매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가를 되묻게 한다. 성매매업소를 단속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불법적 성산업의 비호세력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는 “경찰이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고 유착비리, 성매매범죄를 저지르면서 손 놓고 있는 사이에 성매매여성들은 더욱 위험하고 취약한 상태에서 살해당하고, 빚이나 사채, 연대맞보증과 업주들의 채권추심 압박에 못 이겨 자살”하고 있다며 유착비리 사건의 관련자를 엄중 처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성매매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직시해야 
 
▲ 주택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유흥업소 광고 전단지  
   

 
청량리 성매매업소집결지에서 살해당한 여성은 투병중인 부모와 두 여동생의 뒷바라지를 감당하기 위해 성매매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보도에서는 이 여성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며 ‘성매매단속 자체’를 문제 삼는 인상을 주고 있다.
 
숨진 여성은 성매매업소의 방을 낮 시간 동안만 월세를 주는 형식으로 임대해 성매매를 해왔다고 한다. 이점을 들어 성매매특별법의 도입과 함께 강화된 단속이 변형된 영업을 낳고 이 때문에 여성들이 위험해졌다는 식이다. 위험한 비약이다.
 
분명한 것은 성산업이 오랫동안 여성들의 인권을 착취하고 유린해온 범죄라는 점이다. ‘풍선효과’를 운운하지만, 변종 성매매가 확대되어도 속칭 ‘588’ 같은 성매매집결지는 변함없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사건도 그 집결지 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단속을 피해 음성화된다는 명제는 확인되지 않은 우려일 뿐이다. 한국 사회에서 성매매의 가장 큰 문제는 음성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만연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
 
검찰이 성상납을 받고, 경찰이 업주와 유착해 성매매영업을 묵인한 것이 드러나도 사건을 덮기에 급급하다. 엄정한 법집행을 해야 하는 이들의 사정이 이럴 진데 일반의 상황은 어떨 것인가.
 
잇따른 성매매여성의 죽음에서 또 한 가지 우리가 분명히 보아야 할 것은 이 여성들이 성매매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이다. 이번에 희생된 여성의 경우 성매매를 계속하게 된 데에는 각각 ‘암’과 ‘뇌출혈’로 투병 중인 부모의 병원비 마련 때문이 컸다. 가족들이 큰 병으로 쓰러졌을 때 당장 큰 빚을 지게 되는 저소득층의 사정은 우리 사회의 취약한 안전망과 부실한 복지정책을 뒤돌아보게 한다.
 
성매매는 여성인권의 문제를 살피지 않으면 해결이 요원하다. 여성의 접대를 받아야 한다는 왜곡된 성의식, 저소득과 빈곤으로 쉽게 내몰릴 수밖에 없는 성차별적인 노동시장구조,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등을 총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업주, 성매수자에 의한 살해, 사채와 협박에 내몰린 자살. 그 어느 것도 그저 우발적이거나 불운한 죽음이 아니다. (박희정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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