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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해외자원개발, 대기업만 배불려
[기획연재]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
 

지난 2월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국정과제 중에서 기후, 에너지 부문의 핵심은 ‘원전수출과 해외자원개발’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어서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정부는 고유가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자주개발, 즉 해외의 광물과 석유를 개발하는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연일 치솟는 유가로 인한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했을 때, 그에 대한 대책치고는 한가한 정책일 뿐 아니라, 그 과정도 정의롭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해외자원개발을 위해 약 3조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이 예산은 에너지특별회계에서 집행됐는데, 이는 석유수입부과금이나 석유판매부과금 등으로 조성된 것이다. 결국 국민들이 부담하고 있는 유류세로 해외자원개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표 1]  해외자원개발  예산 집행 내역  (단위 : 억원)     출처 : 국회예산정책처  

우리가 낸 세금으로 정책을 펴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것이 아니다. 해외자원개발을 위한 예산의 집행과정과 이해관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정부는 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에 대해 융자 등을 통해 지원해주고 있는데, 그 수혜자가 몇몇 재벌기업이다. 또한 석유 등 에너지의 개발과정에서 제3세계의 환경을 파괴하고 원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그리고 그 개발이익이 국민들에게 돌아오고 있지 않다.
 
증발해버린 융자금…‘자주개발’의 그늘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기업들에게 융자를 제공하고 있는데, 일반 융자와 성공불융자 두 형식이 있다. ‘성공불융자’란 탐사가 실패할 때는 안 갚아도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석유개발은 위험(risk)이 큰 사업이므로 기업의 투자동인을 확보하기 위해 성공불융자를 제공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성공불융자는 기업 입장에서 봤을 때, 이용하지 않으면 바보인 셈이다.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성공불융자를 지원받은 석유, 가스 개발사업은 총 139건에 2767억 원에 이른다. 반면 일반융자는 매장량을 확인하고 난 후 개발단계에서 지원하는데, 총 27건에 5640억 원이었다. 이들 융자금은 우리가 내는 유류세로 조성된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표 2] 연도별 해외 석유․가스개발 융자현황 (단위: 백만원) 출처: 산자부 에너지자원개발본부 유전개발팀  

산자부(현 지식경제부)는 “사업의 특성상 탐사사업이 종료된 후 사업의 성공, 실패가 판정되므로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한 융자금의 회수여부는 판단 불가”하다고 밝혔다. 또 20076월 현재 “총 114개 사업 중 성공 또는 실패한 56개 사업에 융자된 금액(533백만불) 대비 회수금(32백만불)의 비중은 56.7%”라고 한다. 이 말은 곧, 나머지 23100만불은 허공으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기업이 석유개발에 성공했다는 말이 곧 자주개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말 그대로 기업이 성공한 것이지, 석유를 국내로 싼값에 들어와 수급안정에 기여한다는 의미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우인터내셔널은 정부에서 성공불융자를 제공받아 버마의 가스개발에 성공했지만, 그 가스가 국내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표 3] 민간업체 해외 석유․가스개발 융자 조건      출처: 석유공사

국제사회 지탄을 받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
 
▲국제인권기구는 한국기업의 버마 가스개발로 인해 군부독재 하의 버마인들 삶이 더욱 피폐해지고 있음을 경고한다.  (버마 NLD 한국지부 제공)
2005
4월, 미국의 다국적 석유회사인 유노칼(UNOCAL)이 버마 가스개발을 한 것과 관련해 미국법정은 “강제노동, 환경파괴, 강간 등 인권침해” 혐의로 28백만 달러를 버마사람들에게 지불하라고 판결 내렸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유노칼과 프랑스의 석유기업 토탈사는 버마에서 사업을 철수했다.

 
도대체 버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리고 이것이 한국정부의 “자주개발”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버마의 악명 높은 군부정권의 폭정의 문제는 일단 뒤로 하고서도 몇 가지 문제점들을 이야기할 수 있다.

 
한국의 대우인터내셔널은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융자를 받아 버마 인근 해의 A-1광구와 A-3광구에서 가스를 개발하면서 국제적 지탄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유노칼 소송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국제 NGOERI(Earth Right International)와 국제노동기구(ILO) 등에서는 성명서와 국제회의를 통해 대우의 버마가스개발이 유노칼사의 사례와 같은 문제가 있다며 철수하라고 주장했다.

 
군부독재 하에 억압받는 버마사람들이 가스개발로 인한 혜택을 받기는커녕, 가스파이프라인 공사로 환경이 파괴되고, 원주민들이 강제로 이주를 당하거나, 군인에 의해 강제노동에 동원되고, 아동노동이나 성추행 등 인권유린의 우려가 있다는 경고였다. A-1 광구 인근의 아라칸주에서 벗어나 국경을 탈출한 난민들의 증언을 보면, 이러한 경고가 우려를 넘어 현실이 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더구나 A-1광구는 대우인터내셔널(지분 60%)과 함께 한국가스공사가 지분 10%를 투자하면서, 사실상 한국정부의 예산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A-1 광구개발에 20057월까지 총 11천만불이 투자됐는데, 이중 대우인터내셔널은 자신들의 투자 몫(66백만불)의 57%인 3732만불을 석유공사의 민간업체 융자자금을 지원받았다. 한국정부가 앞장서 버마의 인권과 환경을 파괴한다는 비판에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표 4] 대우인터내셔널 버마 가스개발 관련 융자현황 (단위: 달러)     출처 : 석유공사    

해외자원개발을 위한 ‘뇌물’로 전락한 ODA(공적원조)
 
버마 가스개발의 이면     © 박희정
현재 이명박 정부는 자원외교를 제3세계 외교의 중요한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외교통상부가 국회에 제출한 <에너지 자원 외교전략 및 주요실적> 자료를 보자. 외교통상부는 ‘국내 에너지 정책의 선진화 및 체계화’,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 및 다원화’, ‘에너지 외교를 통한 동북아 안정에 기여’라는 세 가지를 목표로 설정했다.

 
그런데 추진계획의 두 번째 항목으로 “에너지 자원 부국과 전략적 에너지 외교 추진”을 설정하면서 “중동과 동남아 국가와 공고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세부적으로는 고위인사 교류 활성화와 공적 원조(ODA) 제공”을 명시하고 있다.

 
최빈국이나 저개발국가에 대한 인도적 지원(ODA)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써 당연한 의무임에도, 우리 정부는 공적 원조를 자원개발을 위한 기업의 상업적 이권과 연계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을 정부가 아무런 자성 없이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참고로 한국은 OECD 국가 중에 가장 적은 공적 원조 국가이며, 그 지원방식이 경제적 이권과 연계된 ‘구속성 원조’(tied aid)라는 점에서 국내외로부터 비판을 받아 왔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나쁜 에너지’ 개발하는 MB정부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산유국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정부의 구호 이면에는 버마 등 제3세계 사람들의 고통과 눈물이 자리잡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정부와 해외에너지 개발기업들은 석유나 가스 등 에너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해당국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진지한 대책을 세우거나, OECD 회원국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다국적기업 해외투자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기 위한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더구나 유류세 등 국민의 세금을 통해 조성된 국가예산으로 몇몇 소수의 에너지 재벌기업에 ‘성공불융자’라는 엄청난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 정부는 ‘자주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소수재벌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제3세계 사람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나쁜 에너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나쁜 에너지 개발을 거부하는 세금 불복종 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는 것 아닐까? 
 
[에너지정치센터와 일다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에 관련한 기사를 공동으로 기획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필자 이강준님은 에너지정치센터 기획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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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30 [14:34]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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