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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원가 공개, 정유사 폭리 막아야
[기획연재]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②
 

한국사회는 석유중독에 결렸다고 말하곤 하는데,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석유를 소비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해 우리나라 원유 수입량은 8.7억 배럴이었으니, 이를 리터로 환산하면 약 1,382억 리터, 즉 200리터 드럼통 69억 개가 된다. 쉬운 예를 들면, 우리가 1년 동안 수입한 원유를 드럼통에 담아 쌓으면, 63빌딩 높이로 약 2,600만 개를 만들 수 있다.

 
또 이를 일렬로 연결하면, 지구와 달을 8번 왕복할 수 있고, 우리나라 하루 물 소비량의 8.5배에 이른다. ‘물 쓰듯 한다’는 말을 이제는 ‘석유 쓰듯 한다’고 고쳐야 할 정도로, 분명 우리는 석유중독에 걸려 있다.
 
 <표1. 원유 도입량 환산표> 소주 출고량(2006) 959,000㎘, 맥주 출고량(2006) 1,878,000㎘, 물 소비량(2004) 26,193,000㎘  

석유중독에 걸린 한국, 소비량 세계 7위
 
우리나라 에너지수입 의존도는 97%에 이르고, 석유의존도는 44.4%이다. 또한 석유소비량은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하루 소비량이 230만 배럴(180만 드럼)에 이른다. 원유 수입액은 600억 달러에 달해, 지난해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390억$), 자동차(373억$), 무선통신기(303억$), 선박(277억$), 철강(231악$)의 수출액을 훨씬 상회했다.
 
<표2. 국가별 석유소비량 (단위:천배럴/일)_  출처: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
우리는 석유중독을 인정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담배나 콜라가 그러하듯이, 석유 또한 중독의 배경에 거대한 자본의 논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화석에너지를 피하고 싶어도,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더구나 연료의 경우, SK에너지와 GS칼텍스 등 소수의 거대 정유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회사별 석유제품의 차별성도 없으며, 게다가 정유사들끼리 가격담합을 하기도 한다.

 
고유가에 서민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지만, 정유사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정유사 폭리구조를 본격적으로 얘기하기 전에, 먼저 원유와 석유의 차이, 그리고 정제과정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자.

 
원유는 말 그대로 원래 상태의 기름이란 뜻으로, 묻혀 있는 상태에서 뽑아 낸 것이고, 이를 정제과정을 거쳐 휘발유.경유.등유.중유.납사 등의 석유제품으로 탈바꿈한다. 이때 정제과정을 거쳐 생산된 석유제품의 비율을 수율이라고 하는데, 2006년의 경우 경유(25.3%)—중유(22%)—납사(19.4%)—항공유(10.1%)—휘발유(8.4%)—등유(4.3%) 순이었다.

 
경유는 대형차량과 건설기계.선박 등의 디젤엔진에 주로 쓰이고, 중유는 디젤 기관과 보일러의 연료나 윤활유.방부제.인쇄 잉크 따위의 원료로 쓴다. 납사는 합성수지·합성고무·합성섬유를 만드는 석유화학 원료로 쓰인다. 한편, 이들 석유제품의 부문별 소비 현황을 보면, 산업부문에서 전체의 절반 이상(52.7%)을 쓰고, 수송(34%)—가정.상업(7.9%)—에너지산업(4.3%) 순이었다.

 
 <표 3> 2006년 5대 정유사 정제투입량 및 석유제품 생산량 (단위: 천배럴)     출처 : 산자부 (현 지식경제부)

휘발유.경유만 2년간 최소 5,939억, 최대 1조6,280억 추가 폭리 취해
 
2003년부터 2006년 사이 국제 유가는 2.3배 증가했고,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생산량이 비슷한데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정유사들의 당기순이익은 1조 1,550억원에서 2조 8,650억원으로 약 2.5배 증가했다.(관련기사: 고유가 시대 해법은 ‘착한 에너지’)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정유사들이 유가 인상분보다 더 많은 추가 마진, 즉 폭리를 취했다는 것이다. 석유제품의 가격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유도입가, 환율, 유류세, 마진, 석유제품 판매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먼저, 경유의 폭리 현황을 살펴보자. <표 4>에 정리했듯이, 2005년 상반기 원유의 배럴당 평균단가는 45.6$이었고, 이를 환율을 적용해서 리터로 변환하면 리터당 원유도입가는 291.4원(A)이었다. 당시 경유의 세전 평균 판매가(B)는 490.98원이므로, 정유사의 정제 마진(B-A)은 리터당 199.58원이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 2006년 상반기 경유의 정제마진은 234.71원으로 정유사들은 전년대비 리터당 35.13원, 총액 4,018억원의 추가 폭리를 취한 셈이다.

 
 <표 4> 2005년 대비, 정유사 ‘경유’ 폭리 현황        출처 : 산자부(현 지식경제부) 자료 분석 결과

경유의 정제 마진(C)의 변화 추이를 보면, 2003년 리터당 153.3원에서 꾸준히 증가해 2007년 203.27원으로 5년 사이 50.4%나 증가되었다. 혼동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여기서 정제마진은 이미 국제 유가 인상분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이다.
 
휘발유의 폭리를 계산하면, 2005년 대비 2006년 리터당 10.7원, 2007년 210원 등 총액 1,488억원의 추가 폭리를 취한 것이다. 2005년 상반기의 정제마진은 정당한 것이었는가의 문제는 차치하고, 전년 대비 유가 인상 외에 제품가격 인상 요인이 특별히 없는 상태에서 더 많은 폭리를 취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편, 2003년의 정제마진을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2006년과 2007년에만 경유 1조 4,941억원, 휘발유 1,339억원 등 총 1조 6,280억원의 추가 폭리를 취한 셈이다.

 
 <표 5> 2005년 대비, 정유사 ‘휘발유’ 폭리 현황      출처 : 산자부(현 지식경제부) 자료 분석 결과

우리를 더욱 화나게 하는 일이 있는데, 주로 산업용으로 쓰이는 벙커C유의 경우, 2005년 상반기 대비 2007년 상반기 정제마진이 리터당 4.2원이 줄었다는 점이다. 2년 동안의 판매량을 계산하면 총 333억 원에 이른다. 이는 소비자 파워가 센 산업용 유류는 정제마진을 줄이고, 공급자 파워가 센 경유.휘발유 등에서 폭리를 취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요컨대 소수 독점시장에서 담합을 일삼고, 게다가 석유화학산업 등을 겸하고 있는 정유업계가 산업용은 싸게, 서민용은 유가 인상분보다 훨씬 많은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일부에서 계산방식에 시비를 걸 수도 있겠는데, 이는 작년 6월 11일자 재경부의 보도참고자료의 계산방식을 적용한 것임을 밝혀 둔다. 당시 재경부는 자료를 통해 “원유가 하락시 국내 휘발유가격 하락은 미미하나, 원유가 상승시에는 휘발유가격이 비대칭적으로 더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공정위의 “정유사 담합 과징금(526억원) 부과” 사실을 들어 정유사들의 유류세 인하 요구에 대한 반론을 편 바 있다.
 
석유제품 생산원가내역 공개하고 '횡재세' 도입해야
 
▲ 한국은 석유가 나지 않는 국가이면서 석유소비량은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은 석유산유국 이라크의 한 주유소.     ©일다
정유사들의 폭리 시비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1997년 횡재세를 도입한 영국에서는 2005년 당시 재무장관 고든 브라운이 북해 석유기업들에 대한 소득세를 10%에서 20%로 올린 바 있다. 미국에서는 의회를 중심으로 원유가 급등으로 많은 이득을 챙긴 정유사에게 '횡재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프랑스 소비자단체 ‘UCF 크 쇼아지르’도 거액을 벌어들인 토탈사에서 50억유로의 단발성 세금을 거둬 대중교통 시스템 개선에 사용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횡재세(windfall tax)는 뜻밖의 돈을 많이 번 사람들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우리나라도 횡재세를 도입해, 앞서 휘발유와 경유에서만 지난 2년 동안 최소 6,000억 원의 추가 폭리를 취한 정유사에게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횡재세 도입과 함께, 정유사 폭리를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서민 생활에 부담을 주고 있는 유류비 문제는 석유 고갈에 따른 유가상승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지만, 다른 한편에는 정유사의 막대한 폭리구조가 한 몫하고 있다. 유류비의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5대 정유사의 경영구조를 투명하게 감시.감독하는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특히 국가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고려할 때, 무엇보다 정유사들이 생산원가 산정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소비자.정유회사.노조.전문가.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가칭 ‘유가조정위원회’ 통해 합리적인 가격결정구조를 만드는 한편, 대표적 정유사 한 곳의 공공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경영의 공적통제를 통해 정유업계의 담합이나 폭리를 구조적으로 제어하는 한편, 에너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에너지정치센터와 일다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에 관련한 기사를 공동으로 기획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필자 이강준님은 에너지정치센터에서 기획실장입니다. 이 기사는 에너지정치센터 블로그
(blog.naver.com/good_energy)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2008/09/11 - [사회] - 고유가 시대 해법은 ‘착한 에너지’


2008/06/09 [13:58] 여성주의 저널 일다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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