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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바다 지키려는 강정마을 사람들 | |||||||||||||||||||||||
2008년 여름, 해군기지 반대하는 생명평화축제 | |||||||||||||||||||||||
[무더웠던 여름, 제주 지역은 해군기지 건설문제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고 한다. 특히 강정마을 주민들은 평화바다를 지키기 위해 열정을 불살랐다. 2008년 강정의 여름을 제주참여환경연대 양동규 정책국장이 전한다. -편집자 주] 2008 생명평화축제, 강정에서 평화와 놀다
공무원 출근시간 전부터 퇴근시간까지 가장 더운 낮 시간을 거리에 서서 보냈던 릴레이 일인시위도 이어졌다. 그런가 하면 강정마을을 해군기지로부터 지키고 강정의 바다를 평화바다로 만들겠다는 ‘평화바다 선포식’ 등 그야말로 2008년 강정의 여름은 평화를 향한 염원으로 충만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릴레이 일인시위와 5박 6일간의 도보순례를 통해 ‘해군기지 없는 생명평화의 강정마을’을 갈망하는 의지를 보여주었고, 이것은 2008 생명평화축제(Peace Act Festival) “강정에서 평화와 놀자~!”로 이어졌다. 지난 달 22일~24일까지 강정마을 일대에서 진행된 2008 생명평화축제는 주민에 의해, 주민을 위해 만들어진 진정한 축제였다. 무대를 만들고, 축제장소에 가는 길을 밝혀 줄 ‘평화의 등’을 만들고, 조명을 만들고, ‘평화바다 구럼비’ 표지목을 만드는 등 마을주민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이벤트 회사에서 준비하는 축제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있었다. 주민에 의해, 주민을 위해 진정한 축제 만들어
평화바다 ‘구럼비’에 무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을 때, 강정 앞바다를 배경으로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무대와 객석이 만들어지겠구나 하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무대제작에서부터 조명, 스크린 설치까지, 무엇보다 축제 당일 날씨에 대한 걱정이 우리를 힘들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목수일을 전문으로 하는 주민을 만나게 되면서 차츰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아니, 우리들의 걱정이 목수에게 옮겨갔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에게 무대감독 임무가 부여되면서, 무대와 스크린, 조명까지 신경을 쓰느라 밤잠을 못 잤다는 후문이 들려왔다. 무대제작을 담당해 준 주민은 필요한 자재에서부터 함께 도와줄 사람들까지 손수 구해왔다. 자재를 빌려주고 노동력을 제공해 준 이들도 모두 마을청년들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무대제작 준비를 하고 완성되는 데 하루가 꼬박 걸렸다. 공연자들이 안전하게 공연할 수 있어야 한다며 꼼꼼하게 나무를 자르고 망치질 하던 주민들의 세밀함 덕분에, 태풍이 불어도 끄떡없을 무대가 만들어졌다. ‘구럼비 무대’로 향하는 길을 밝혀 줄 연등도 주민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평화의 등’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연등 하나를 제작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고,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양이 나왔기 때문이다. 몇몇 분들의 제안으로 절에서 청사초롱 틀 수십 개를 빌려왔다. 하지만 마을 사무국장은 당초 의도했던 방향이 아니라고 반대해, 결국 원점에서 ‘평화의 등’ 만들기가 시작됐다.
작년 축제 때 쌓아 놓은 방사탑에 “생명평화 강정마을”, “평화바다 구럼비”라고 적힌 표지목을 만든 것도 강정주민들의 솜씨다. 주민 한 분이 당장 쓸 일이 없어 내팽개쳐둔 나무를 의례회관으로 가지고 오자, 평소 조용하고 말을 아끼던 청년이 나서서 글을 써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표지목은 평화바다 ‘구럼비’를 찾는 사람들을 안내하는 안내판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됐다. 강정에 숨어(?) 지내던 시인도 나타났다. 마을사람들 내에서는 잔잔하게 소문이 나있던 시인이었는데, 강정마을 카페에 그의 글이 올라가면서 명성이 날로 높아졌다. “강정, 평화에 물들다” 토요 문화제에서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고, 만인 앞에서 자작시 낭송을 하기에 이르렀다. 축제 메인 행사로 진행된 ‘평화바다 선포식’에서 낭송한 “평화바다 기원문”은 바로 이분의 마음과 손끝에서 나온 글이다. 마지막 일부를 소개한다.
소라 전복 문어 우럭 어랭이 괘맹이 미역 톨 이제 우리 모든 이들의 뜻을 모아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뜻을 모아 이제 이후로 이 바다를 평화 바다라 선포합니다.
이 밖에도 맛있는 식사와 막걸리 안주를 제공해 축제 준비에 힘을 더해주신 분, 축제준비로 어지러워진 의례회관과 축제장 뒷정리를 도맡아 해주신 주민 등등. 이렇게 주민들의 손길 하나하나가 모여 ‘2008 생명평화축제, 강정에서 평화와 놀자~!’가 만들어진 것이다. 다양한 마을축제들이 있지만, 강정의 평화축제는 전혀 다른 차원의 축제였다. 해군기지 건설반대, 평화의 길을 포기하지 않을 것
끝나지 않는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마을주민들의 마음은 타 들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평화를 지키려는 주민들의 노력과 눈빛은 더더욱 빛난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지만, 주민들이 선택한 이 길이 곧 평화의 길이기에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되는 길이다. 2008 생명평화축제를 마치면서 2009 생명평화축제 모습도 생각해본다. 평화를 갈망하고 염원하는 주민들이 있기에 내년에도 ‘구럼비’에서 생명평화축제가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2009 생명평화축제에는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생각만으로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나를 보게 된다. *다음까페 “해군기지 건설반대! 강정을 생명평화의 마을로~!!” cafe.daum.net/peacek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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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9 [15:33] 여성주의 저널 일다 ⓒ www.ildar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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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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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강정마을 어르신들 힘내세요!
정말 큰 일 하고 계십니다. 2008.09.09 20:33 -
바람개비 강정마을, 제주의 아름다운 바다를 지켜냅시다! 2008.09.0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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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 작년 강정마을에서 하룻밤 묵었는데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거친 파도에 깍인 기암 절벽이 아주 장관이었거든요. 그런 곳에 해군기지라니 정말 말도 안됩니다. 힘내세요 주민 여러분 2008.09.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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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원하면 평화는 공짜로 얻어지는 줄 아는모양이네.
전쟁을 준비하지 않으면 평화란 한낮 물거품인걸 왜 모르는지
이건 님비주의일 뿐이야.
평화 ..그런건 니들같은 님비들 때문에 무너지는거라구. 2008.09.10 07:52 -
peace mker 제주 해군기지 얘기가 나오기전에 강정마을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습니다. 작년부터인가 해군기지 얘기나오면서 이름이 알려진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정마을이 평화바다 이다. 평화가 무엇인가요? 말로만 평화평화하면 지켜지는것이 평화인가요? 글쓴이는 혹 여호와증인교에 소속되어 있는지요? 종교적인 신념으로 국방의 의무를 지키지 못하신다면 동의할수 없지만 비난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대한민국의 자식들이 오늘 국방의 의무를 지키고 있고 그들은 국가의 평화와 가족의 안녕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고 있습니다. 해군기지역시 우리의 평화를 보장 받기 위한 필요 시설 이고 그렇기 위하여서는 일정부분 희생도 필요 합니다. 말로만 평화를 논하시는분 진정한 평화는 수많은분들의 희생으로 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2008.09.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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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환개자식 평화바다라기보다는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지키는게 맞을겁니다.
왜 자연을 자꾸 훼손시키려는지 모르겠네요. 2008.09.10 10:46 -
차라리돈더달라해 현 대한민국의 님비주의의 표상인 강점마을 사태를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제주도가 언제부터 평화의 섬이었는지 그 이유가 뭔지 속시원한 해명도 없죠..
차라리 생태계 보호, 자연훼손 방지가 목적이라면 아니 보상금 좀 더 달라는게진짜 목적이라면 이해라도 갈텐데...
'군사시설만 없으면 평화로운것이다'라는 유치한 생각은 도데체가 누구 머리에서 나온거랍니까?
제주도에 군사시설이 없으면 그 누구도 무력침탈을 하지 않을거라 생각하나보죠?
군사시설 때문에 적의 선제공격 대상이 될수있다는 논리는 동전은 앞면밖에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뭐가다르죠?
막강한 군사시설 덕문에 오히려 더 안전할 수있다는 생각은 못하죠?
세계적으로 해군기지 덕분에 지역 관광수입이 얼마나 증대되는지 알아보기나 했나요?
이런일에 반대해서 이름값좀 올려보려는 인간들도 사회악같은 존재들이고 그들의 꼬임에 놀아나는 사람들도 한심하긴 매한가지입니다.
한심한 인간이 되기전에 좀 생각좀 하고 살아요~~ 2008.09.10 11:26 -
보름도래기 진정한 평화가 수 많은 분들의 희생으로부터 나온다고 외치시는 분은 그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를 알고 있습니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기 전에 그 희생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그 희생에 의해 태어나는 평화가 어떤 평화인지 한 번이라도 설명을 했다면 지금의 이런 상황은 없었을 겁니다. 그걸 설명할 자신이 없으니까 어거지만 쓰는거죠. 2009.03.15 1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