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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박남희 님은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입니다. 지난 달 일본 여성노동자전국센터 총회에 초청을 받아 한국의 여성노동현실을 일본사회에 알리는 한편, 일본 여성노동운동가들과 교류하면서 나눈 이야기들을 기고해주었습니다. –편집자 주
한국 ‘퍼플잡’ 도입 소식에 일본여성활동가들 우려
일본여성노동자전국센터(ACW2 : Action Center for Women)의 초청을 받아 지난 달 일본을 방문했다. 창립 이후 네 번째 맞는 총회가 1월 23,24일 양일에 걸쳐 진행됐는데, 일본 각지에서 70여명이 참석했다.
여성노동자전국센터는 2007년 설립돼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활발한 상담과 교육활동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일본에는 7개 지역에 여성노동조합이 있는데, 여성노조 간부들과 여성학연구자, 타 노동조합 여성간부, NGO활동가 등 여성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정기총회 이외에 한국의 여성노동자 현실을 전달하는 자리가 마련됐는데, 여기서 필자는 전국여성노동조합 활동사례를 발표했다. 또, 이랜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외박> 상영도 있었다.
이어 파견노동 문제와 파트타임 고용문제, 빈곤여성문제 등 한국과 일본여성들이 공통되게 당면한 심각한 주제들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본은 노동법과 고용형태, 노동정책 등에서 우리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 우리 정부가 발표한 ‘퍼플잡’ 도입에 대해, 일본여성활동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여성부는 경력단절여성의 취업률을 높이겠다면서 ‘퍼플잡’이라는 용어로, 단시간 근로자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일본여성활동가들은 여성고용문제를 푸는데 있어서 “단시간근로가 결단코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주었다.
‘정규직 남편, 파트타이머 아내’ 성별분리 커져
일본의 비정규노동문제의 핵심에는 ‘파트타임’이라는 여성노동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일본의 파트타임 노동에는 ‘부부’의 성별 역할분업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정규직 사원은 ‘세대주 남편’이며, 파트타이머는 ‘남편이 부양하는 부인’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다. 이때 파트타이머인 여성의 지위는, ‘육아와 집안일을 동시에 하면서 밖에서 활동하는 노동자’라는 전제가 분명히 깔려 있다는 것이다.
아내의 수입이 103만엔 이하이면, 남편의 과세기준이 되는 소득에서 배우자공제와 배우자 특별공제가 적용된다. 즉, 일본의 가정에서는 아내가 103만 엔을 기준(이하)으로 파트타임 취업을 하게 되는 보이지 않는 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여성노동활동가들은 아무리 한국정부에서 ‘양질의 단시간 근로’를 외치지만, 결국에 가서는 여성의 일자리가 ‘단시간근로’로 고착되고 저임금직종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해결하는 방법은 ‘여성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는 의견에, 여성노동운동가로서 전적으로 동의한다.
日 민주당 정권 탄생, 여성노동운동에도 자극
‘조용한 혁명’으로 불리며, 지난해 50년 만에 처음으로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을 바꾼 일본은 조용하면서도 급격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인들은 그동안 안정된 사회라 여겼던 일본사회가 극심한 격차 사회(차별과 양극화)가 되었다는 사실과, 빈곤문제를 더 이상 나태한 개인의 책임으로 미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러한 국민정서가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일본의 여성노동활동가들은 이야기했다. 민주당 정권의 탄생은 일본의 여성노동운동 활동가들이 정부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회에서 만난 일본의 여성노동활동가들은 여성노동운동이 당사자들이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를 ‘대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던졌다. 현장의 여성노동사안이 개별 상담대응으로 끝나고, 필요한 정보를 주는 대행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거의 모든 여성노동 이슈가 현행 법에 의지해 개별 대응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노동조합운동과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회사의 전반적인 고용조건을 개선하거나, 정책의 변화를 가져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여성노동자들을 조직할 것인가’의 문제, 즉 조직화 실천을 당면과제로 꼽았다. 여성노동자전국센터는 총회를 통해 올해 주요 사업으로 여성노동조합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사업, 파견법 개정운동, 그리고 빈곤문제 해결 3가지를 결의했다.
개인적으로 일본방문이 두 번째였다. 2008년에도 일본의 여성노동조합과 여성노동단체, 청년노동조합, 생협 파트타임 지부 등 다양한 여성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올해는 새로운 바람이 일본시민사회에 불고 있음을 느끼면서, 끈질기고 한결같이 섬세하게 활동한다는 ‘강점’을 가진 일본의 여성노동운동이 더욱 과감하게 한 걸음 내딛기를 바란다. (박남희 /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 일다는 어떤 곳?
[ 관련 기사 보기 -> 여성부의 ‘퍼플잡’, 무늬만 보라? | 텔레마케터, 과연 여성유망직종인가? ]
한국 ‘퍼플잡’ 도입 소식에 일본여성활동가들 우려
일본여성노동자전국센터 총회에서 한국여성노동현실을 보고하는 박남희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여성노동자전국센터는 2007년 설립돼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활발한 상담과 교육활동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일본에는 7개 지역에 여성노동조합이 있는데, 여성노조 간부들과 여성학연구자, 타 노동조합 여성간부, NGO활동가 등 여성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정기총회 이외에 한국의 여성노동자 현실을 전달하는 자리가 마련됐는데, 여기서 필자는 전국여성노동조합 활동사례를 발표했다. 또, 이랜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외박> 상영도 있었다.
이어 파견노동 문제와 파트타임 고용문제, 빈곤여성문제 등 한국과 일본여성들이 공통되게 당면한 심각한 주제들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본은 노동법과 고용형태, 노동정책 등에서 우리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 우리 정부가 발표한 ‘퍼플잡’ 도입에 대해, 일본여성활동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여성부는 경력단절여성의 취업률을 높이겠다면서 ‘퍼플잡’이라는 용어로, 단시간 근로자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일본여성활동가들은 여성고용문제를 푸는데 있어서 “단시간근로가 결단코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주었다.
‘정규직 남편, 파트타이머 아내’ 성별분리 커져
일본의 비정규노동문제의 핵심에는 ‘파트타임’이라는 여성노동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일본의 파트타임 노동에는 ‘부부’의 성별 역할분업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정규직 사원은 ‘세대주 남편’이며, 파트타이머는 ‘남편이 부양하는 부인’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다. 이때 파트타이머인 여성의 지위는, ‘육아와 집안일을 동시에 하면서 밖에서 활동하는 노동자’라는 전제가 분명히 깔려 있다는 것이다.
아내의 수입이 103만엔 이하이면, 남편의 과세기준이 되는 소득에서 배우자공제와 배우자 특별공제가 적용된다. 즉, 일본의 가정에서는 아내가 103만 엔을 기준(이하)으로 파트타임 취업을 하게 되는 보이지 않는 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여성노동활동가들은 아무리 한국정부에서 ‘양질의 단시간 근로’를 외치지만, 결국에 가서는 여성의 일자리가 ‘단시간근로’로 고착되고 저임금직종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해결하는 방법은 ‘여성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는 의견에, 여성노동운동가로서 전적으로 동의한다.
日 민주당 정권 탄생, 여성노동운동에도 자극
'여성노동자가 파견노동을 원한다고 NO!'
일본인들은 그동안 안정된 사회라 여겼던 일본사회가 극심한 격차 사회(차별과 양극화)가 되었다는 사실과, 빈곤문제를 더 이상 나태한 개인의 책임으로 미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러한 국민정서가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일본의 여성노동활동가들은 이야기했다. 민주당 정권의 탄생은 일본의 여성노동운동 활동가들이 정부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회에서 만난 일본의 여성노동활동가들은 여성노동운동이 당사자들이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를 ‘대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던졌다. 현장의 여성노동사안이 개별 상담대응으로 끝나고, 필요한 정보를 주는 대행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거의 모든 여성노동 이슈가 현행 법에 의지해 개별 대응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노동조합운동과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회사의 전반적인 고용조건을 개선하거나, 정책의 변화를 가져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여성노동자들을 조직할 것인가’의 문제, 즉 조직화 실천을 당면과제로 꼽았다. 여성노동자전국센터는 총회를 통해 올해 주요 사업으로 여성노동조합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사업, 파견법 개정운동, 그리고 빈곤문제 해결 3가지를 결의했다.
개인적으로 일본방문이 두 번째였다. 2008년에도 일본의 여성노동조합과 여성노동단체, 청년노동조합, 생협 파트타임 지부 등 다양한 여성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올해는 새로운 바람이 일본시민사회에 불고 있음을 느끼면서, 끈질기고 한결같이 섬세하게 활동한다는 ‘강점’을 가진 일본의 여성노동운동이 더욱 과감하게 한 걸음 내딛기를 바란다. (박남희 /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 일다는 어떤 곳?
[ 관련 기사 보기 -> 여성부의 ‘퍼플잡’, 무늬만 보라? | 텔레마케터, 과연 여성유망직종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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