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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노동자 ‘고객성희롱 막을 방법 없나’ 
 
“이렇게 자꾸 만지는 거죠. 손을 왜 만질라고 그러시는데 그랬더니, 손 조금 만지면 어떠녜. (중략) 내가 진짜... 한날은 가니까 마 지퍼를 이만큼 열고 계신 거야.” (A씨/ <성희롱 사각지대에 있는 돌봄 여성노동자의 성희롱 실태> 한국여성노동자회. 2009)
 
“(모텔에) 가재요. 돈을 준데요. 저한테. 너무 황당해가지구. 그게 무슨 말씀이냐구 어르신. 그랬드니 맘에 든다고 가재요.” (B씨)
 
“손이 막 여기도(가슴) 올 때가 있어. ‘까불고 있어’, ‘어디 누나한테 함부로 손이 와. 전기도 안 오는데’. 내가 농담 삼아 그러지. (중략) 그렇게 대처해나가고 방어를 했어요. 제가. 그랬는데 그렇게 수시로 그러더라고.” (C씨)
 
집으로 찾아가는 돌봄노동자 10명 중 3.5명 성희롱 겪어
 
환자, 노인, 장애인 등 간병이나 활동보조, 가사와 양육도우미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이 ‘고객에 의한 성희롱’에 시달려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고객의 집에 직접 방문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 서비스 돌봄 노동자’들은 성희롱에 무방비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법적, 제도적 대책이 없어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는 형편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중앙가사간병센터가 공동으로 전국 지역자활센터에서 일하는 ‘재가 서비스 돌봄 노동자’ 대상 설문조사를 한 결과, 944명의 응답자 중 34.8%가 성희롱 피해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실태조사는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돌봄 노동자에 한해 이뤄진 것이므로, 민간부문까지 확대할 경우 성희롱 피해빈도수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일자리 측면에서 돌봄 영역이 향후 가장 많은 고용창출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여성노동자회는 돌봄 노동자들이 겪는 성희롱 실태조사결과를 토대로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10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개최했다.
 
김양지영 한국여성노동자회 조사연구부장은 돌봄 노동자들을 만나 인터뷰한 사례를 보고했다. 그는 돌봄 사업을 총 기획하고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가족부가 노동자들이 겪는 성희롱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대응하지 않는다면, “성희롱 문제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채 여성노동자들의 피해만 양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돌봄 노동자들은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로 인해 일에 대한 의욕저하는 물론이고, 일에 대한 회의와 심지어는 일을 그만두고 싶어 한다”며, 이것은 “자신이 돌보고 있는 그 외 이용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했다. 돌봄 노동자는 한 달에 5~6명에게 재가 서비스를 하는데, 성희롱 피해로 인해 다른 이용자에게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해줄 수 없게 된다는 것.
 
이용자에 대해 예방교육 실시, 계약조건에 ‘성희롱’조항 넣어야 
 
대부분 중장년층 여성들인 재가 서비스 돌봄 노동자들은 일하는 과정에서 성희롱 피해를 입어도, 이에 대응을 하기가 막막한 상황이다.
 
김현숙 부평남부 지역자활센터장은 “특히 가사간병 바우처나 노인돌보미 사업의 경우, 이용자의 대부분이 노인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해자는 음담패설이나 노골적인 성(性)적 표현 등을 성희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도우미가 성적수치심을 느껴 이 문제를 노출시킨다 해도, 이용자는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없는 상황에서는 이를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으며,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큰소리를 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제도적인 구제책이나 예방책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법률에서 ‘고객에 의한 성희롱’은, 필요에 따라 근무지를 변경하거나 배치 전환하는 수준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을 뿐 ‘고객에 대한 규제’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의무도 공공영역에 그치고 있어, 영세사업장인 재가요양기관 등에서 일하는 돌봄 노동자들에 대해선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김양지영 한국여성노동자회 조사연구부장은 “돌봄 영역의 고객은 그 대상이 명확하고, 일정 고객과 지속적으로 접촉을 한다는 특성상, 고객에 대한 규제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예방교육” 방안과, “성희롱 행위자인 고객을 규제”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돌봄 서비스를 관리하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성희롱 대응방안을 마련해 ‘지침’으로 규정하고, “서비스 이용자와의 계약조건에 성희롱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양봉석 중앙가사간병교육센터 장은 “정부에서는 시장경쟁을 통해 양질의 기관들을 걸러내겠다고 하지만, 현실은 영리목적의 민간시설이 난립하여 온갖 탈법과 편법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처지의 돌봄 노동자들은 어찌해볼 수 없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봉석씨는 “이 제도를 왜 만들었는지” 이 시점에서 모두가 자문해보아야 한다며, “서비스 이용자나 제공자 모두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는 제도라면, 어떤 의미를 부여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존립가치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정부와 민간에 의한 공적 통제와 서비스제공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조이여울 기자
 
[관련기사 링크] ‘시장에 맡긴 노인복지’ 질 저하 우려돼 | 식당에 ‘성희롱 경고문’ 게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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