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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5년,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실태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불릴 정도로 인권침해가 심각했던 산업연수생제도가 종식되고, 이를 개선한 형태로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5년이 지났다. 지금, 70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은 얼만큼 보장이 되고 있을까.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의 근로조건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한 채 입국하고 있으며, 계약서의 ‘근무조건’이 입국 후 실제내용과 차이가 나는 등, 핵심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됐다.

또한 몇몇 국가 출신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비싼 비용을 지급하고 있어, 고용허가제 실시 이후에도 여전히 송출비리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높은 입국비용, ‘송출비리’는 강력한 제재필요

세계118주년 노동절 기념 한국이주노동자 대회 및 차별을 반대하는 평화대행진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제공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지난 6월초부터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533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자는 남성이 354명, 여성 107명이며, 한국과 고용허가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15개국 중에서 높은 입국비율을 차지하는 8개국 중심으로 이뤄졌다.

응답자들은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평균 2,635달러의 비용을 지불했다고 답했으며, 특히 베트남 출신 노동자는 무려 6,105달러, 중국은 4,699달러에 달했다.

이경숙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간사는 “송출비리 다발 국가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숙씨는 “노동부 관계자는 송출비리가 그 나라의 문제이지 한국정부가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며 회피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국가와 정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우삼열 아산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소장도 ‘40년 전 가난한 한국인들이 독일에 가서 탄광 광부와 간호사로 일할 때, 당시 독일정부는 한국정부에 대해 송출과정에서 부당하게 돈을 지불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히 요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송출비리를 인신매매에 준하는 국제적 범죄로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측은 “송출비리가 이주노동자의 삶의 조건을 옥죄어 노예적 상황으로 내모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한국정부가 정밀하고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해 비리발생 국가에 대해서는 인력도입 중단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상당수가 “입국 전 계약과 실제 근로조건 달라”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도 커다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국에서 맺은 근로계약과 달라진 점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동일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39.5%에 불과했다. 60%이상이 예상과 다른 근무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스리랑카의 경우 90%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계약서와 근무조건이 다르다고 답했고, 태국, 러시아 등도 입국 전 계약서 작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은 본국에서 한국회사와 근로계약을 맺을 때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계약내용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국내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에 체결한 근로계약에 대해 “내용을 모두 이해했다”고 응답한 이는 26.6%에 불과했고, “일부만 이해했다”는 응답이 49.5%, “이해하지 못했다”는 응답도 11.6%에 달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본국에서 맺어지는 근로계약의 내용에 대해 이주노동자가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기본적인 상식”에 속한다며, 이 같은 결과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가서 할 일에 대한 최소한의 필수적인 정보를 갖지 못한 채 입국하는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노동기본권 인정해야

사진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제공

이경숙 간사는 “이처럼 근로계약의 내용이 다르다면, 근로기준법 상에선 계약해지의 정당한 사유가 된다. 자신의 나라에서 계약한 내용과 다르다면, 이주노동자들도 이직 사유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고용허가제에선 인정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고용허가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 제한 규정”이다. 근무처 변경 횟수와 사유를 제한하고 있고, 구직기간 역시 제한하고 있어서, 이주노동자들은 결정적인 노동기본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또, 근무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쉽게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어 인권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직업 선택의 자유 제한 규정은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이라며, 법 개정을 통해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경숙 간사는 “현재 정부의 고용허가제 법률개정 방향이, 1년 단위로 맺던 근로계약을 3년까지 연장하는 등 이주노동자들을 더욱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우려된다”며, 제도 개선 방향은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이여울 기자/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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