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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을 놓고 장사하려는 MB정부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7월 28일 ‘의료법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시민단체들은 이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입법을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한국의 보건의료체계가 심각한 위기 속에 갈림길을 맞고 있다”고 판단, 건강세상네트워크(konkang21.or.kr) 등 시민단체들은 범국민차원의 운동을 벌이며,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1천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필자 김창보님은 건강세상네트워크에서 정책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편집자주]
 
'건강'은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국민의 기본권
 
우리 국민들에게 ‘건강’과 ‘교육’은 매우 중요한 이슈다. ‘먹거리’도 건강의 차원에서 중요하게 바라본다. ‘교육’이야 자녀를 둔 부모라면 당연히 관심의 대상이 된다.
 
건강과 교육은 국민의 특별한 관심거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이기도 하다.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뜻을 펼치며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수적이며, 기본적인 조건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보장해야 할 의무이자, 국민의 입장에서는 기본적 권리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이런 생각과는 매우 다른 사고를 갖고 있는 이들이 있다. “건강과 교육이 국민생활에 필수적이라면, 그 판에서 장사를 하면 안정적이고 큰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이라고 보는 사람들. 후안무치의 장사꾼들이다.
 
최근 “교육과 의료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겠다”는 발언을 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를 은근히 지원해주고 있는 MB정부가 이들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영리법원은 의료서비스의 질과 효율성, 형평성 등 모든 차원에서 좋지 않다

 
1. 의료민영화의 최첨단, ‘영리병원’ 허용
 
국민의 건강을 놓고 장사하려는 정책을 우리 사회는 보통 ‘의료민영화’라고 부른다. 어떤 사람은 ‘의료상업화’라고 부르기도 하고, ‘의료사영화’라고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의료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아, 장사꾼들이 더 많은 돈을 벌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의료민영화 정책 중 가장 최첨단인 것은 ‘주식회사병원’ 허용 문제다. 정부가 이 문제를 올해 11월에 결론 내겠다고 했으니, 그때라면 정기국회가 한창 진행 중일 때다. 즉, 결론을 내면 곧바로 입법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3월, 정부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정부 산하 ‘보건산업진흥원’이란 기관에서 영국의 학자들에게 의뢰해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달라고 의뢰했던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정부는 이 내용을 부랴부랴 뒤로 감추었지만, 이미 언론에까지 보도됐다.

 
그 내용은 의료서비스의 질과 의료비, 효율성, 형평성, 접근성 등 모든 차원에서 볼 때 영리병원이 좋지 않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국민의 입장에서 영리병원이 좋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정부는 이 자료를 감추고 싶었지만, 실수로 외부에 공개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또 다른 이유를 만들어 영리법원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적 효과가 있고,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영리병원을 찬성하는 자들에게조차 비웃음을 사고 있다. 영리병원 몇 개 만든다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며, 영리병원이 아니라 비영리병원을 만들어도 일자리는 생겨나기 때문이다.
 
2. 비영리 의료법인병원까지 돈벌이 나서라?
 
정부가 이번 국회에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여기에는 비영리법인의 병원도 돈벌이에 나서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는 크게 보면 ‘개인병원’과 ‘의료법인병원’이 있다. 의료법인병원은 비영리법인이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인이다. 개인적, 영리적 목적의 자산이 아니라 사회적 자산, 공공자산임을 의미한다. 때문에 국가는 의료법인 병원에게 세제혜택을 제공해 지원한다.
 
정부는 의료법인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외에도 장례식장, 주차장, 음식점, 이미용업 등 다른 사업도 할 수 있도록, 2006년에 이미 허용해주었다. 그 뒤로 이 범위는 점점 넓어졌는데, 올해 또다시 이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점점 의료법인 병원은 ‘의료서비스 제공’보다는 돈벌이가 되는 ‘부대사업’이 더 중요해졌다. 주와 부가 바뀐 것이다.
 
뿐만 아니다. 의료법인 병원 자체를 명분 있게 사고 팔 수 있도록,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합병을 전제로 의료법인이 해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병원은 ‘공공자산’이 아니라 사적인 용도로 사고 팔 수 있는 대상이 되어버린다. 이 과정에서 우리 동네병원이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런 문제를 우려하며, 정부측에 의료법인을 ‘비영리’답게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찾자고 제안하고 있지만, 정부는 귀를 닫아버린 채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비영리 의료법인’을 국민의 진료를 위한 병원이 아닌 상업화된 병원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3. ‘원격의료’ 또 다른 시장의 형성
 
도서벽지, 산간지역 등과 같은 오지, 그리고 교정시설 수용자나 선박탑승자 등의 경우엔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 이들도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다행히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인터넷과 컴퓨터기술, 그리고 의료공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원격의료’를 이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참으로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MB정부는 이 기술과 관련한 내용을 “의료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자”를 위한 정책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원격의료’의 문제를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산업과에 맡긴 것으로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의료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이를 산업화하면 돈벌이가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그 대상을 넓혀야 했다. 도서벽지나 산간지역과 같은 오지, 그리고 교정시설의 수용자나 선박탑승자 정도로는 장사가 안되니까, 훨씬 더 범위를 넓혀야 했다. 그래서 정부는 거동이 어려운 장애인이나 노인, 그리고 병원 외 장소에서 치료가 필요한 자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그렇게 해보니 470만 명까지 대상을 넓힐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런데 470만 명이라면 우리 국민의 10%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직접 가지 못하고 원격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가? 과연 이들이 의사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컴퓨터모니터 앞에 앉아서 원격의료를 원할까?
 
470만 명이라는 숫자는 국민의 입장에서 판단된 것이 아니라, 돈벌이의 이해관계에 걸려있는 의료기기업자와 대형병원의 입장에서 계산된 것이다. 원격의료를 하려면 적어도 수십 만원에 해당하는 기기를 사야 한다. 물론 이는 전부 환자부담을 통해 의료기기업자들의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다. 또 원격의료는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대형병원에게 집중될 것인데, 이렇게 되면 지방병원, 중소병원은 망하게 되고 대형병원들만 돈벌이가 될 것이다.
 
결국 의료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자를 위해 ‘원격의료’를 하겠다는 말은 명분일 뿐, 사실상 의료기기업자나 상업화된 대형병원들의 뱃속을 불려주기 위한 시장을 만들어주려는 게 MB정부의 본심이다.
 
의료정책의 방향을 보면, 아무래도 MB정부는 국민의 건강보다 기업의 이익 쪽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정부에 우리의 기본적 권리인 ‘건강’을 믿고 맡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커질 뿐이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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