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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타니 사토시 강연, “파견과 기간제사용 규제” 강조

일본은 비교적 최근까지 비정규직 문제가 큰 사회문제로 주목 받지 못했다. 그러나 경제불황과 더불어 총선을 전후로 큰 정치적 격동을 겪으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데 있어, 한국의 고용실태는 반면교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니시타니 사토시 교수(긴키대학 법과대학원)는 노동자가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이분되어, 비정규직 노동자가 극단적인 부담을 지게 되는 사회의 장래는 너무나 불건전하다고 경고한다. 그의 주장은 MB정부가 비정규직 고용제한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에서, 고용안정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일본노동조합법> 한국어판 발간기념으로, 7월 24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개최한 저자 강연을 니시타니 사토시 교수의 허락을 얻어 발췌, 보도한다. –편집자 주
 
비정규직 문제가 크게 대두되지 않았던 일본 
 

불황 속에 일본도 비정규직 고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했다. 특히 20~30대에서 급증했다. ©일다

일본에서는 최근까지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황이 사회적 관심을 크게 받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노동운동의 중심이 정규직만 조직하는 기업별 노조라는 점이고, 그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무관심했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기존의 단시간, 기간제, 파견노동자는 가계보조적인 노동자거나 이주노동자였기 때문에, 비정규직 고용문제가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장기불황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증했다. 1990년대 초까지 20% 미만이었던 비정규노동자는 현재는 35% 정도다. 정규직 직위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이 되는 사람들이 특히 20~30대에서 급증했다.
 
2000년경부터 우선 비정규직 노동자의 ‘저임금’이 문제가 되었다. 정규직 평균 연봉이 550만 엔 정도였던 반면, 연 수입 200만 엔 이하의 비정규 노동자가 다수 존재하는 것이 밝혀졌다. 또 생활보호기준 이하의 저임금으로 일하는 노동자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2002년경부터 전후 최장이라고 하는 호경기가 계속되었기 때문에, 기간제나 파견노동자의 ‘고용불안정성’은 표면화되지 않았다. 기업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는 비교적 용이하게 다른 직장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 이후 급격한 경제악화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자는 저임금에 허덕일 뿐 아니라 너무나 불안정한 고용상황 하에 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정치인들도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직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잘사는 나라 일본에 ‘파견촌’이…충격적인 비정규직 실태
 
작년 9월 리만 브라더스 충격 이후 일본에서도 급격히 경제상황이 악화되었고, 특히 11월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의 해고가 계속되고 있다. 구조조정은 정규직에서도 일어나고 있지만, 해고노동자 중 파견노동자가 61.6%를 차지한다. 게다가 그 중 약 절반이 계약기간 도중에 해고됐다.
 
파견노동자는 노동자 전체의 4.7%에 불과하지만, 고용위기 중 최첨단에서, 그것도 너무나 난폭한 형태로 정리대상이 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해고된 파견노동자 상당수가 파견회사가 제공하는 사택에서 쫓겨나고 고용보험 적용도 받지 못하며, 저축도 거의 없기 때문에 해고와 함께 곧바로 극빈 상태에 빠졌다는 점이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노동자는 길가를 헤매게 되었다. 자원활동단체와 노동조합이 연말부터 도쿄 히비야 공원 등에 ‘파견촌’을 개설하여, 해고된 노동자의 주거를 확보함과 동시에 생활보호 신청을 원조하는 등의 활동을 전개했다. 이처럼 작년 말부터 ‘파견해지’란 말이, 비정규노동자의 불안정한 고용상황을 상징하는 말로 유포되었다.
 
파견과 기간제 사용 ‘규제하라’ 목소리 높아져
 
작년 10월 정부가 노동자파견법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일용파견 규제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 너무나 불충분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올해 6월 23일 민주당과 사회민주당, 국민신당이 공동으로 파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총선 결과 민주당이 정권을 수립하였으므로, 이 공동제안이 곧 정부안이 되었다.
 
개정안의 핵심은 파견이 허용되는 업무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현행법에서는 건설, 항만운송, 의료, 경비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 파견이 가능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제조업의 파견은 전문업무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또 현재는 등록형 파견에 대해서도 특별한 제한이 없지만, 개정안에서는 등록형 파견은 전문적인 26개 업무에 한정한다.
 
유럽에서는 노동자 파견의 규제방법으로 파견노동자와 사용주 노동자를 ‘균등대우’하고, 업종과 기간에 대해 특별히 제한하지 않는 방법을 취한다. 그러나 일본은 노동자간의 균등대우라는 인식이 척박하여, 파견 업무범위를 제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위법파견의 경우, 사용주가 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그간은 노동자를 ‘물건’으로 취급하는 파견노동에 대해서만 관심이 집중되었고, 기간제(유기고용)로 직접 고용된 노동자의 ‘신분’에 대해선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들어 유기고용(기간제)을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일본변호사연합회는 “정부는 근로빈곤층을 해소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대에 제동을 가해, 노동법제와 노동정책을 발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그 방법은 “정규고용이 원칙이고, 비정규직 고용은 합리적 이유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는 것. 올 3월에는 후생노동성에도 유기계약 관련 연구회가 설치돼 문제점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기간제 고용, 계약기간 제한규정 ‘남용’되는 한국
 

한국은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는 방법을 택했지만, 정규직화 효과보다는 계약해지로 인한 대량해고가 일어났다. (사진-이랜드)

기간제(유기계약) 고용에 대해선 현행법이 그 입장을 명확하게 하고 있지 않다. 민법은 유기계약을 허용하고, 노동기준법에서 유기계약의 상한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과 균등대우원칙, 인간의 존엄이념 등에서 볼 때, 노동계약에는 기간을 정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해야 한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유기계약에 의한 고용, 특히 그 갱신을 반복하는 고용(연쇄계약)은 해고제한의 탈법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둘째 사용자가 사실상 갱신 유무의 재량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관계 존속 중 노동자 지위가 너무나 취약하게 된다. 셋째, 노동자로 하여금 생애에 걸쳐 토막고용을 계속하며 생활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이념과 ILO가 말하는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 이념에 반한다.
 
1999년 EC(유럽공동체) 지침은, 계약기간 유무에 의해 노동조건에 차이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균등대우 원칙을 명확히 한 다음, 가맹국에게 다음 3개 조치 중 하나 이상을 도입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①유기계약 또는 계약갱신을 정당화하는 합리적인 이유 ②유기고용 관계의 최장 총계속기간 ③고용계약의 갱신횟수다. 유기계약의 ‘남용’을 금지하려는 취지다.
 
어느 방법이 좋은가. 한국은 유기고용의 최장기간을 제한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그러나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정규직화를 촉진하는 반면, 많은 부분 계약종료가 촉진됐다.
 
유기계약으로 고용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 본래 노동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합리적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예컨대 “경영상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우선 유기계약으로 채용해 둔다”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어야 한다.
 
경영상 고려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독일의 경우, 유기계약에는 합리적 이유가 필요하다고 하여 그 이유를 열거하면서, 최초 2년간에 한해서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도 유기계약으로 사람을 사용할 수 있다.
 
비정규노동자에 극단적 부담 지우는 사회의 장래 어두워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유기계약에 관한 견해가 대립하는 지점은 결국 고용의 안정성과 유연성 중 어느 것을 중시할 것인가의 문제다. 고용의 안정을 구하는 노동자와, 유연성을 가지려는 경영자의 대립은 뿌리가 깊다. 경제위기 속에 고용안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널리 알려졌음에도, 경영자는 고용유연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한층 강하게 주장했다.
 
두 가지 관점은 정부부서 내에서도 대립 형태로 나타난다. 내각부에 설치된 규제개혁회의는, 고용의 유연화를 추구하여, 정규직노동자의 해고까지 용이하게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기업이 이윤을 올리는 것이야말로 경제를 번영하게 하고, 그것이 노동자를 위한 것이 된다고 하는 신자유주의 발상이 있다.
 
이에 반해 후생노동성은 해고제한을 완화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6월 말 <2009년 노동경제백서>에서는, 오히려 장기간 안정된 고용이야말로 경제적으로 보아도 두 가지 역할을 발휘한다고 했다. 첫째는 소득과 소비의 붕괴를 막고, 사람들의 심리적 불안을 불식하면서 경제를 떠받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기업에서 우수한 기술과 기능을 가진 인재를 육성하는 기능도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일본에서, 그리고 한국에서도 안정적인 고용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긴급하게 필요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노동자 파견과 유기계약(기간제 사용)을 효과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기변동과 세계화를 배경으로 한 경제구조의 변화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 영향을 최소한으로 억제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분하여, 비정규 노동자에게 극단적으로 큰 부담을 지우는 사회의 장래는 너무나 불건전하다. 어떻게 하면 노동자 자신이(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현재의 ‘분단’상태가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자각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향을 찾아낼 수 있을까. 번역: 김진(변호사, 민변 노동위원회)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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