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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원 제도 시행된 일본, ‘회복적 사법’ 모색 
 
일본에서는 올해 5월부터 ‘국민 재판원’이 참여하는 새로운 사법제도가 시작됐다. 특정 형사재판에서 사건별로 선임된 ‘국민 재판원’이 재판관과 함께 심리에 참가하는 재판원 제도가 그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보다 성숙한 사법기능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과연 범죄와 폭력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6월 13일 도쿄에서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변화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해”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츠다대학 미디어스터디즈와 ‘어린이와 법21’ 등이 공동주최한 자리로, 참가자들은 범죄에 대한 처벌을 넘어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변화를 꾀하는 ‘회복적 사법’의 가능성에 대해 모색했다. 패널로 참석한 사람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사가 버스 납치사건’의 피해자 야마구치 유미코씨, ‘히카리 시 모자살해사건’ 등을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 무라카미 미치히로씨,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집에 머물 수 없게 된 아이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미슈쿠 휴식의 집’의 직원 미요시 요코씨, 그리고 미국의 종신형 수형자를 그린 영화 <라이퍼즈>(Lifers)의 감독이자 츠다대학 교수인 사카가미 가오리씨다.
 
고속버스 납치살인범 소년과의 면회
 

“피해자도, 가해자도 변화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해” 토론회에 참석한 네 명의 패널모습 ©페민-제공

2000년 니시니혼철도 고속버스를 납치한 당시 17세의 한 소년이 야마구치씨를 포함해 세 명의 여성승객을 칼로 찔렀고, 그 중 한 사람이 사망했다. 야마구치씨는 전신에 열 군데 이상의 상처를 입었다.
 
야마구치씨는 칼에 찔렸을 때, 찔린 팔을 심장보다 높게 올리고서 필사적으로 몸을 지탱했다. 그런데 그녀는 당시에 소년이 마음 속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 느껴져, 그를 살인자로 내몰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스스로의 목숨을 지켰다고 생각한다”고 야마구치씨는 말했다.
 
또한 소년이 “아직 살아있네. 끈질기게” 라고 말했을 때, “다행이잖니?”하고 소년의 마음을 진정시킨 젊은 여성이 있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야마구치씨는 이후 소년과 세 번 면회했다. “가해자가 자신의 가해를 자각하도록 누군가가 마음의 궤적을 따라가줘야 하지 않을까” 하고 그녀는 이야기했다.
 
가해자의 ‘반성’이 처벌보다 중요해

 
한편, 어느 연속살인사건의 주범인 한 소년의 변호를 담당했던 무라카미씨는 고등법원에서 사형판결을 받은 그 소년이 반성하고 “유족에게 사죄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던 일에 대해 증언했다. 결국 소년과 유족이 만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사형을 희망하던 유족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났던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이 사건을 겪으며, 이후 히카리 시에서 발생한 모자살해사건도 변호를 맡아 “흉악사건은 있어도, 흉악범은 없다. 가해자는 자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타인을 소중히 생각하게 되고, 과거에 자신이 일으킨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애당초 소년은 왜 범죄를 일으키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한 답변은 ‘미슈쿠 휴식의 집’에서 29년간 2백 명의 어린이들과 생활해온 미요시씨가 제시했다.
 
“보호가 꼭 필요한 어린이들이 실제로는 10분의 1밖에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범죄자로 태어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어린이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곁에 있어주는 어른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변화’가능성 열어둬야
 
<라이퍼즈>(Lifers)의 감독 사카가미씨는 아동뿐 아니라 성인의 형사사건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대화를 통해 관계를 회복하거나 갱생을 도모하는 이른바 ‘회복적 사법’이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미국 필라델피아의 사례를 소개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무너진 관계를 지역 커뮤니티에 의해 회복시키고자 시작된 ‘벽화 그리기’가 그 예다. 마을에는 3천 개나 되는 벽화가 있고, 매년 많은 가해자와 피해자, 예술가들이 참가해 각자의 마음을 표현한다.
 
“이 작업은 시의 지원금 등의 수입원으로 NPO가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교정시설에서는 대화에 의해 마음을 열고 표현하거나, 변화의 가능성이 닫혀있다. 범죄와 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에게는 다각적이고 장기적인 지원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시민들도 이에 무언가를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엄격히 벌하는 것’만으로는 그 배경과 사실을 명확히 볼 수 없고, 무엇보다 범죄억제력이 생겨나지 않는다. 재판원제도가 시작된 지금, 일본 시민사회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고심 중이다. (※ 일다와 제휴를 맺고 있는 일본언론 페민에 실린 7월 5일자 기사와 사진이며, 구리하라 준코씨가 작성하고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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