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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 또한 사형집행 건수의 증가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엄벌화’의 문제 역시 대두되고 있다. 과연 빈곤과 감옥, 둘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지난 달 16일 도쿄에서는 감옥인권센터와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일본 공동주최로 200여 명이 참여하는 집회가 열렸는데 그 주제는 ‘빈곤과 감옥-엄벌화를 만드는 ‘미끄럼틀 사회’다.
 
빈곤에서 범죄로 미끄러지는 사회
 

범죄대책이 빈곤대책보다 많은 사회는 문제가 있다. 사진은 일본 감옥 내부 모습 © 페민

류코쿠대학 하마이 코이치 교수(형사정책, 범죄학, 통계학)에 따르면 형무소 등에 수용되어있는 사람들의 과반수 이상은 절도, 무전취식, 약물복용 등 비흉악범죄자들이다. 생활곤란자, 무직자, 지적장애 등의 장애인, 외국인의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고령자의 다수는 사회에서 받아들여주는 곳이 없어 가석방이 불가능한 상태라, 형무소에서 사망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빈곤네트워크 사무국장이자 하켄무라(派遣村)마을의 촌장인 유아사 마코토 씨는 “고용, 공적부조 등 본래 제공되어야 할 세이프티(안전) 네트워크가 작동하지 않는 사회를 ‘미끄럼틀 사회’라고 명명한다”고 말했다. 하켄무라(派遣村)마을은 부당한 노동환경에 처한 파견노동자들이 공원, 폐교 등의 공간에서 생활하며 노동상담 등을 하는 곳이다.(도쿄 히비야공원을 시작으로 현재 일본 내 160개 이상으로 확대되었다.)
 
유아사 마코토 촌장은 “빈곤상태의 사람에게 선택지는 기본적으로 5가지밖에 없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거나, 자살하거나, 노숙자가 되거나, 범죄를 저지르거나, NO라고 말할 수 없는 노동자가 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빈곤에 처한 사람을 가족이 감당함으로 인해 빈곤문제가 사회적으로 가시화되지 않고 가족에게 스트레스가 되면서,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등 가족범죄 역시 증가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가 약할수록 엄벌화 경향 강해져
 
빈곤상태에서 범죄로 내달리는 ‘범죄자’에게 엄벌이 부과되는 것이 지금의 경향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난잔대학 모리 치카코 교수(도시사회학)는 빈곤을 형벌로 관리하는 것을 최선으로 생각하는 ‘형벌이데올로기’가 미국에서 만들어져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며 그 경위를 설명했다.
 
“형벌이데올로기는 권력 측에 편리하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만들어낸 사회의 불안정에 대해, 통제와 처벌을 강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유권자에게 어필하며 정부의 책임을 은폐한다. 빈곤을 증대, 악화시키는 복지예산 삭감, 규제 완화라는 정책과 엄벌화 정책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관계다. 엄벌화는 그 나라의 복지상황에 크게 좌우되며, 복지제도가 약한 곳일수록 강력해진다.”
 
또한 하마이 교수는 범죄 피해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활동가들과 언론이 일반시민의 대변자가 되어 정부의 형사정책에 강한 영향력을 갖는 ‘포퓰리즘 형사정책’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 예로, 매스컴이 영화 같은 범죄보도를 반복함으로써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피해자의 목소리에 많은 시민이 공감하며 ‘악’으로 여겨지는 범죄에 대한 분노가 증폭된다. 그러면서 자연히 피의자나 피고인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선 ‘인권이라는 미명 하에 범죄자를 감싼다’는 여론이 만들어지고, 시민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시민운동과 정치가를 결부시키는 상황이 몇몇 국가에서 있었다고 설명했다.
 
복지 예산이 적은 국가, 범죄 대책이 빈곤 대책보다 많은 국가, 대립형으로 상대 정당의 정책을 완전히 부정하는 경향이 높고 위기감이 부추겨지기 쉬운 2대 정당 국가, 합의를 형성하는 것보다는 다수결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국가 등에서 형무소 수감자가 증가한다고 한다.
 
하마이 씨는 “일본이야말로 복지 예산 삭감, 스타 도지사로 상징되는 매스컴 여론을 등에 업은 포퓰리즘 정치, 재판관 제도라는 다수결주의, 2대 정당제 지향 등으로 엄벌화 국가를 향해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엄벌화…높은 비용, 범죄억제효과 없어 
 

형무소가 '거처'가 될 정도로 고립된 사람들이 많다. 사진은 일본감옥에서 수감자들이 종교활동하는 모습 © 페민

집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빈곤과 엄벌화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토론을 가졌다.

 
기쿠치 케이스케 도쿄케이자이대학 강사(철학, 사상사)는 “프랑스나 독일의 극우운동에서는 실업률의 상승도, 치안 악화도 외국인 탓이라는 언설이 성공했다. 일본에서는 이것이 북한 죽이기 등의 형태로 나타나면서, 문제의 원인을 추궁하는 것이 아니라 알기 쉬운 다른 대상에게 공격의 화살을 향하게 하는 사회가 되었다”고 비판했다.
 
또 “프랑스에서는 이에 대한 대항운동이 싹트고 있다. 대항적인 회로를 만들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수감자 한 사람당 소요되는 비용이 4인 가족에게 지급되는 생활보조금의 3배 이상이 되면서, 엄벌화가 범죄 억제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큰 비용이 수반된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하마이 코이치 교수는 형사정책에 대한 재고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형무소는 같은 처지의 동료가 있는 ‘거처’라는 측면도 있다. 좀도둑질 등 고령자의 경범죄는 재범률이 높다. 이에 대해 엄벌을 완화하기만 해서는 안 되며 고립의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한다”고 말했다.
 
모리 치카코 교수는 “사람들이 언론매체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한 가지 관점으로밖에 사물을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대안적인 매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사회가 형무소보다 나은 공간이 되어야”
 
감옥인권센터 부대표 가이도 유이치 씨(변호사)는 “조금씩이기는 하지만 사회가 빈곤과 엄벌화에 눈을 돌리고 관심이 높아져있다. 각자가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북유럽처럼 높은 복지수준의 국가일수록 형무소 인구가 증가하는 것에 제동을 건다는 패널리스트들의 의견도 주목할 만했다. “범죄를 일으킨 사람을 우리의 동료로서 생각할 수 있는가”(가이도 씨), “이 사회가 형무소보다 나은 공간이 되면 된다”(유아사 씨)라는 발언처럼, 범죄를 저지른 자가 진정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사회야말로 누구에게든 살 만한 사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다>와 제휴를 맺고 있는 일본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글과 사진이며, 구리하라 준코님이 작성하고,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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