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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지부 꾀하는 미국, 아프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세계의 기대와 주목 속에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주류하던 군대를 철수시키는 한편, 아프가니스탄에는 최대 3만 명을 증원 파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라크에서의 미군 철수를 환영하면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증파에는 실망하는 여론도 많다.

 
오바마 정권의 정책으로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도쿄 세타가야구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아프가니스탄 군벌의 무장해제에 관여해온 이세자키 겐지 도쿄외국어대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강연회는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는 한방울의 모임’이 주최했다.
 
탈레반의 부활과 새로운 ‘적’ 만들어 내
 
애초에 미국은 2001년 9월 11일 동시다발테러의 실행범으로 추정되는 알카에다를 숨겼다는 이유로, 탈레반 정권이 지배하는 아프가니스탄을 개별적 자위권에 근거해 공격했다.
 
미국은 9개의 군벌로 이루어진 북부동맹의 힘을 빌어 탈레반을 정권에서 축출했다. 그 후 계획된 것이 아프가니스탄의 부흥이다.
 
‘미국의 관점에서 평화로운 통일국가’로 만들기 위해 ‘치안분야 개혁’이 이루어졌다. 새로운 국군 창설은 미국이, 경찰 재건은 독일이 맡았다. 그리고 “일본은 가와구치 당시 외무대신이 무슨 연유인지 자진하여 군벌의 무장해제를 담당했다”고 설명하는 이세자키씨.

▲ 아프가니스탄 군벌의 무장해제에 관여해온 일본 이세자키 겐지 도쿄외국어대 교수    © 페민 제공
당시에는 일본이 미국군 등에 급유를 지원한다는 사실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아, 아프가니스탄에서 일본은 헌법 9조(평화헌법)의 존재 때문에 유엔보다도 ‘중립’이라고 여겨졌다.
 
무장해제는 원활히 진행됐지만, 유엔과 경찰의 육성이 늦어졌다. 무장해제와 경찰 재건이 서로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힘의 공백’이 발생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버리고 만다고 이세자키씨는 염려했다.

 
그리고 2004년, 부시 정권은 재선이 걸려있는 대통령선거 전에 아프가니스탄의 통일선거를 실시하도록 요구했다. 이로 인해 무장해제만이 진행되고 탈레반 세력이 확대돼, 결국 아프가니스탄의 치안이 악화됐다.

 
더군다나 미국군 중심의 다국적군에 의한 공폭은 많은 민간인을 휘말리게 했고, 이에 반발하는 ‘적’들 역시 많이 만들어냈다.

 
현재는 파키스탄과의 국경 ‘부족지역’에 미국과 파키스탄군이 진입하자, 이에 화가 난 부족들이 ‘네오 탈레반’을 구성했다. 그리고 알카에다 등의 해외 의용병, 불법집단 등과 섞이면서 테러와 암살이 횡행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이라크에서 했던 것처럼, 남부에서 민병을 재무장시키고 있어 무장해제를 진행하고 있는 북부와는 민족의 차이에 더해져 대립이 깊어지고 있다.

 
‘탈레반과의 화해’ 전략에 여성들 곤혹

 
아프가니스탄의 치안이 악화되는 가운데,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제국 사이에서 군사적 수단에 한계를 느끼고 정치적 화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괴뢰’라 불리는 칼자이 정권은 온건파 탈레반과의 화해를 2년 전부터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에 놀란 것은 탈레반 정권 하에서 억압당하고, 수많은 피해를 겪어왔던 여성들이다. 미국을 제외한 나토 제국의 ‘탈레반과의 정치적 화해’를 요구하는 비공식 회합에서, 신생 아프가니스탄의 여성의원들은 “국제사회가 시작한 전쟁임에도, 지쳤다는 이유로 적과 화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탈레반은 ‘화해’의 기운을 오히려 ‘승리의 기회’로 보고, 테러를 빈발하게 저지르고 있다. 여성의원 암살이나 여성에 대한 ‘적극적 정책’(affirmative action, 할당제 등)에 대한 반발도 커졌다.

 
이런 가운데 발표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증파. 이세자키 씨는 “아프가니스탄의 안정을 포기한 출구전략”이라고 말한다.

 
“지금의 미국은 이런 큰 전쟁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미국은 군사를 증파하고 아프가니스탄 국군을 8만 명에서 13만 5천명으로 증강하여 종지부를 찍을 작정이다. 하지만, 애당초 아프가니스탄에게 그만큼의 국군을 유지할 힘은 없다.”

 
헌법 9조의 의미 살려 ‘비무장지대’ 제안

 
이세자키 씨는 고이즈미 정권 하에 이루어진 ‘테러 특별조치법’에 근거한 자위대의 급유활동은 “위헌”이라고 말한다. ‘테러 특별조치법’의 정식명칭에는 ‘유엔 헌장의 목적달성을 위해’서라고 되어있는데, 미국의 개별적 자위권으로 시작한 공격이 이후 ‘불후의 자유작전’(OEF)이라 불리는 나토 조약에서 정한 집단적 자위권에 근거한 공격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세자키 씨는 “헌법 9조의 정신을 살려 자위대를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현재, 추진하고 싶은 것은 네오 탈레반이 대두한 부족지역을 개발하여 소프트 보더(soft border, 비무장지대)를 만드는 일이다. 치안유지는 부족에게 맡기고, 유엔의 신탁을 받은 비무장 군사감시단에게 감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을 조금씩 넓혀서 아프가니스탄 안정화의 길을 찾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신뢰조성이 필요한 곳에 비무장 자위대를 보내 헌법 9조를 살린 활용은 이런 것이라고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은 노골적인 ‘국익’을 위해 자위대를 파병해 버리는 모양새가 된다. 소말리아 앞바다에 대한 파병도 ‘해적퇴치’라고 하지만, 직접적으로는 ‘국익’을 위해서다. 그래도 괜찮은가?”

 
이세자키 씨의 생생한 아프가니스탄 현장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의 오만함과 ‘미국에게 도움이 되는’ 것밖에 하지 않는 일본의 비뚤어진 지원의 전모가 드러났다. ▣ 가시와라 스키코 /
<페민> 제공 . 고주영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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