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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혜의 그림책 읽기> 조오 글‧그림 『나의 구석』

‘회복 탄력성’이라는 개념을 처음 들었을 때, 무척 기뻤다. 몇 해 전, 한 강연에서 선생님은 누구에게나 역경을 이겨내는 마음 근력이 있다면서, 회복 탄력성에 대해 알려 줬다. 그리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사람을 단 한 번이라도 만난 경험이 있으면, 회복 탄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상처받은 누구든 회복될 수 있다는 믿음이 바탕에 깔린 이 개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올봄에 나는 이 말을 떠올리며 화가 치밀었다. 누군가가 어떤 고통에서 영영 회복되지 않는다면, 그게 그의 회복 능력이 낮아서라는 건가? 싶어지는 거다. 그즈음 그림책 『나의 구석』(조오 글‧그림, 웅진주니어, 2020)을 보았다.

 

 
▲ 조오 글‧그림 『나의 구석』(웅진주니어, 2020) 

직사각형 판형 책이 있다. 세로가 가로보다 두 배쯤 길다. 책을 양옆으로 펼쳐 보자. 한가운데는 두 페이지를 가르는 제본선이다. 이 제본선 아래쪽 한 점에서 양옆 아래쪽으로 비스듬한 선을 그려서 책 모퉁이까지 잇는다. 그러면 삼각형 모양 공간이 생긴다. 그곳을 회색빛으로 칠한다. 구석진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림책 『나의 구석』은 이 ‘구석’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이 책의 첫 장은 까마귀 한 마리가 빈 구석을 바라보며 서 있는 모습이다. 아무것도 없는 구석을 까마귀는 어떤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걸까? 지금부터 나는 이 까마귀를 ‘당신’이라고 부르고 싶다.

 

다음 장에서, 당신은 구석에 기대어 앉아있다. 그다음 장에서는 아예 벽에 다리를 올리고, 구석진 바닥에 누워있다. 얼마나 오래 누워있었던 걸까? 등이 배겼던 걸까? 당신은 어디선가 푹신한 침대를 가져온다. 그다음엔 책과 스탠드, 그다음엔 작은 화초를 가져온다.

“안녕?”

화초에게 인사를 건네고, 화초에게 물을 주고, 화초 옆에서 책을 읽고, 화초 옆에서 잠이 들며 고요히 살아가는 당신! 그러던 어느 날, 당신은 조금 자라있는 화초에게 묻듯이 혼잣말을 한다.

“뭐가 더 필요할까?”

그날 이후, 당신은 벽에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불빛 같고, 햇빛 같은 무늬들을 온 벽에 가득 그린다. 화초 옆에도 그리고, 책장 옆에도 그리고, 마침내는 사다리에 올라가서 윗벽에도 온통 그림을 그린다. 그 사이 화초는 더 자랐고, 어느새 당신의 구석진 공간은 환한 공간으로 바뀌어 있다.

“그래도 허전한데…….”

당신은 아직 뭔가가 더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이번에는 벽에다 창문을 내어 보는데….

 

모든 책이 그렇지만, 그림책은 특히 독자가 누구인지, 언제 어떻게 읽는지에 따라 의미와 해석이 다채로워지는 것 같다. 나는 오랫동안 화면을 채워 나가는 리듬감과 강약, 빛과 어둠의 이미지 조화, 만듦새에 감탄하며 『나의 구석』을 만나왔다. 올봄에는 이 책을 회복과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로 읽으며 위로받는다.

 

≪일다≫ 구석진 마음을 세상과 연결시켜 봐!

‘회복 탄력성’이라는 개념을 처음 들었을 때, 무척 기뻤다. 몇 해 전, 한 강연에서 선생님은 누구에게나 역경을 이겨내는 마음 근력이 있다면서,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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