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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가 중장년 여성인 LG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의 실태 보고돼

 

“백신 맞으면 쉬어야 하는데 쉬지도 못하니까….”

 

아파도 일을 쉴 수 없다는, 그래서 아플까 봐 코로나 백신을 맞는 것도 주저하게 된다는 토로는 LG전자 렌탈 가전 방문관리노동자들의 목소리다.


이제 많은 가정에서 정수기, 공기청정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안마의자, 정수기냉장고 등 렌탈 가전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관련 사업은 크게 확장되고 있지만, 이 제품들을 관리하는 방문점검 노동자의 노동 환경과 지위가 어떠한지는 주목 받지 못했다.

 

▲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이 발표한 <LG케어솔루션 노동강도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 결과 보고 중 매니저들이 가지고 다니는 공구 현황

 

19일,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 주최로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LG전자 렌탈 가전 방문관리노동자 안전‧건강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각 가정을 방문해 렌탈 가전을 점검하는 LG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의 노동 실태가 밝혀졌다.

 

LG케어솔루션 매니저는 LG전자의 렌탈사업 전문 자회사인 하이케어솔루션과 1년 단위 업무위탁 계약을 맺고서 수수료를 받고 일하는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다. 이들의 평균 급여는 약 200만원이지만 업무 비용 지출을 빼면 180만원 정도다. 건당 수수료 체계에 의해 급여가 정해지다 보니 노동시간도 불안정하고,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일도 잦다.

 

불규칙한 노동시간, 식사와 화장실 문제, 반려견 물림까지…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금속노조 서울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LG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는데, 온라인 설문에 참여한 총 386명 중 거의 대부분이 여성(383명)이며, 평균 연령은 47.79세였다. 조사연구자들은 그 중 4명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를 진행하며 심층 면접했다.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은 많은 노동자들이 안전과 건강을 보장받지 못한 환경에서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 렌탈 기기를 청소하고 보수, 수리하기 위해 약 10kg이 넘는 공구 가방을 항상 들고 다녀야 하며, 고객과 방문 일정을 맞추기 위해 수시로 연락을 취해야 한다. 고객의 요청에 의해 일정이 바뀌는 일도 있고, 노동날짜와 노동시간이 불안정하다. 휴식시간도 마찬가지다.

 

이런 노동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식사 횟수도 불규칙하다. “하루에 한 끼를 먹는다”는 응답이 54.7%로 가장 높았고, “한 끼도 먹지 않는다”는 응답도 16.8%나 나왔다. “세 번 혹은 그 이상을 먹는다”는 응답은 고작 3.1%에 불과했다.

 

화장실 이용 문제도 심각했다. 화장실을 가지 않기 위해 “참는다”는 응답이 31.6%, “근무 중 화장실을 안 간다”는 응답이 15%였다. 계속 이동을 해야 하는 노동인데다, 이들의 노동 현장이라 할 수 있는 ‘고객의 집’은 편히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나래 연구원은 “노동자들이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이나 음식물을 먹지 않는다는 응답부터 공공화장실, 개방형 화장실 등을 파악해 놓거나 사비를 내고 카페 등을 방문해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심한다”고 했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비뇨기계 관련 질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이 발표한 <LG케어솔루션 노동강도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 결과 보고 중 업무 현황 관련


그 뿐이 아니다. 무거운 장비를 가지고 다니는데다 구부리고 앉아서 기기 청소, 부품 교환 등을 하다 보니 “뼈, 근육 또는 관절 질환”을 앓고 있다는 노동자는 76.7%나 되었다. “요통”은 51.6%, “비뇨기계 관련” 35.8%, 불규칙한 식사로 인한 “위장질환” 31.3%, 스마트폰으로 스케줄 등을 계속 확인해야 하다 보니 “시력저하”도 30.1%나 겪고 있었다.

 

다양한 ‘사고’로 위험에 노출되는 일들도 있다. 무거운 장비를 들고 다니다 보니 균형을 잃어 넘어지거나 떨어지는 일도 있고, 부품 교체 및 수리 등을 하다 ‘절단, 베임, 찔림’을 경험하기도 한다.

 

특이한 것은 “반려견에 의한 물림” 사고다. 32.9%(127명)가 경험했다는 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고객인 반려인들이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며 낯선 이(방문 노동자)와 반려견을 제대로 분리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다.

 

김진희 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이런 사고가 반복되어 트라우마가 생긴 매니저들도 많지만, 아직 회사의 적절한 대응은 없다”고 했다. “노동조합이 생기고 난 후,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고객한테 ‘매니저가 방문했을 때 반려견을 분리시켜 달라’는 안내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되었지만 이 또한 매니저가 직접 고객한테 발송해야 하며 의무 사항도 아니다.”

 

끝없는 감정노동, 사측의 보호 없이 성적 폭력까지 노출

 

부상을 입거나 질병이 발생하는 문제만큼이나 심각한 건 정신적인 부분이다. 고객을 직접 마주해야 하는 일이 많고, 노동 현장 또한 고객의 집이다 보니 방문관리 노동자들의 감정노동 강도가 높다. 이나래 연구위원은  “고객의 무리한 요구나 부당한 언행에도 참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감정노동으로 인한 어려움이 상당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진희 LG케어솔루션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심지어 매니저가 어떤 피해를 본 상황에서도 고객에게 ‘괜찮다’거나 오히려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고객과 연락을 할 때나 대화할 때도 늘 그런 말들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 렌탈 사업 시장이 커짐에 따라 경쟁도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사측에선 매니저들에게 더 강도 높은 친절과 감동을 주문한다고 했다.

 

▲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이 발표한 <LG케어솔루션 노동강도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 결과 보고 중 감정노동 및 고객/직장 폭력 경험 관련


불안정한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기 때문에, 자신의 성과로 연결되는 고객만족도 조사에 더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지정된 관리 서비스가 아닌 별도의 ‘청소’를 해달라는 고객의 요구에도 불응하기 어렵고, (매니저가 다녀간 뒤로) 귀중품이 사라졌다는 고객의 항의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고객이 불만을 표시하면 그에 따른 책임은 오롯이 방문점검 노동자의 몫이 된다. 김 수석부지회장은 “매니저에겐 소명할 기회도 없다”고 말했다.

 

고객에게 성추행을 당해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성추행 피해를 입은 한 매니저는 회사 측에 전달했지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답을 들었을 뿐이다. 피해자는 이에 대한 대응을 계속 요구하다간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 더 이상 후속조치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감정노동을 요구 받고 사측의 보호 없이 폭력적인 상황에 놓이는 일까지 겪다 보니 정신질환을 얻어 치료를 받는 일도 생기고, 결국 견디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기도 한다.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매니저에겐 담당 고객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도 없으며, 그런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문점검 매니저들은 왜 중장년 여성들일까? 

 

공인노무사인 최은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은 렌탈 가전 방문관리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가사서비스나 요양서비스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의미심장한 분석을 했다. “노동자로서 제대로 보호받고 있지 못하고, 노동시간이 매우 불특정하며, 노동시간에 비해 그 가치가 제대로 인정되지 못해 심각한 저임금” 상태라는 점에서다.

 

LG케어솔루션의 경우, “회사로서 노동자를 간접고용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간접고용 노동자에 그치지 않고, 매니저를 특수고용노동자로 계약해 건당 비용을 지급할 뿐”이며 노동자에게 발생될 “연장근로수당, 주휴수당, 연차 퇴직금 등의 부대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객들은 LG전자 소속 직원이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실은 연차도, 휴일근무수당도, 퇴직금도 없고, 백신휴가도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다.

 

최은실 노무사는 애초에 왜 여성들이 이 직군에 많이 분포하게 되었는지도 주목했다. 그렇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라는 것. 기업들이 “이 노동의 ‘서비스’를 받는 대상이 여성이라고 가정했고(맞벌이 부부라 하더라도 여성이 이 노동자를 맞이할 것이라 생각), 고객과 대면하는 노동에 있어 필수적으로 부가될 감정노동에 여성이 더욱 적합하다는 인식”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 정의당 강은미 의원과 금속노조가 공동 주최한 “LG전자 렌탈 가전 방문관리노동자 안전ㆍ건강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 현장. (출처: https://youtu.be/fXRqxiuYAEQ)


실질적인 노동을 살펴보면, 상당한 육체노동을 수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관리 서비스’로 홍보했다. 그리고 “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면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노동자”를 찾았는데, 저임금과 불안정 노동을 ‘감당’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건, 중장년 여성들이었다는 것이다. 설문 결과에서도 노동자들이 회사로부터 ’아줌마들이 어디 가서 이런 대우를 받겠냐’는 말을 들었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최은실 노무사는 감정노동에 대해서도 “새로운 평가와 접근,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단지 사후에 감정노동으로 인해 우울증 등의 질병이 발생했을 때 산재를 적용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전에 감정노동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거다.

 

그 방안으로 “감정노동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조성하고 평가지표를 수정”할 것, “고객에 대한 안내와 홍보, 직원에 위해를 발생시키는 고객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절차 마련” 등을 제시했다. 또한 “감정노동이 업무의 내용으로서 ‘당연하다’는 기업과 고객의 사고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5일 근무, 2인1조 체계 등 노동/건강 권리 보장해야

 

렌탈 가전 방문점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생생한 현장에 동행한 이나래 연구원은 이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노동강도가 알려져야 할뿐 아니라, 변화가 시급하다며 다음과 같이 제언했다.

 

먼저, 다수 노동자(58.5%)가 주 6일 이상 근무하고 있다고 한만큼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해야 하며 “노동강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 노동자들의 휴게시간과 휴게공간이 마련되지 않고 화장실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 만큼, 이 부분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안으론 “현재 주로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등이 이용하는 이동방문 노동자 쉼터를 마련하는 것”과 “(아파트 등) 관리사무소와 협약을 맺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언급했다.

 

“감정노동과 다양한 폭력 상황을 대비해, 안전을 위한 2인1조 체계”의 가능성 타진 등 다양한 방안이 고민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동자들이 ‘가전제품 관리에 대한 교육이 부재’한 점을 이 노동의 어려움으로 꼽은 만큼, “전문적인 교육과 더불어 안전보건교육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품 교체 등 보수 관리 중에 일어나는 사고 등에 대비해 “안전보호구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인가구, 고령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도 렌탈 가전 시장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에 따라 방문점검 노동자들 또한 많아질 것이다. 이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권리와 안전한 노동 환경을 보장 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변화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박주연 | 일다 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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