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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생리’ 공동대표 다니구치 아유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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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빈곤의 양상 중 하나로 ‘생리(월경) 빈곤’이 있다. 일본에서 그 심각한 실태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 있는데, 바로 다니구치 아유미(谷口歩実) 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모두의 생리’ 설문조사다.

 

‘생리 빈곤’ 실태…사회생활에서도 다양한 기회 잃어

 

올해 2월, 고등학생부터 대학원생까지 학생들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671명이 답변한 결과에는 다니구치 씨 자신도 놀랄 만큼 심각한 현실이 보였다.

 

다섯 명 중 한 명이 경제적 이유로 생리용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27%가 비용 때문에 생리대 대신 화장실에 비치된 휴지 등을 사용한다. 생리대 교체 빈도를 줄인 사람은 37%에 이른다. 휴지를 생리대 대신해서 사용하거나, 제때 생리대를 교체하지 못하는 이들은 피가 샐까 봐 신경이 쓰여 학교를 쉬거나, 구직활동을 포기하거나,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입는 등 다양한 기회를 잃는 리스크를 떠안고 있었다.

 

▲ 다니구치 아유미 씨(23세). 대학 4학년 때 생리용품 경감세율 적용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해 ‘#모두의 생리’를 설립했다. 올해 5월에는 NPO법인 Posse, 종합서포트유니언과 함께 갱년기를 둘러싼 조사를 실시했다. (사진: 오치아이 유리코)


이 조사 결과는 국회 심의에서도 참조되어 생리용품을 무상 배포하는 각 단체들에 대한 지원금의 형태로, 정부에게 ‘생리 빈곤’ 문제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일본 정부의 정책에 생리에 대한 관점이 들어간 것은 발전이죠. 하지만,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지원입니다. 소비세 경감세율 적용이나, 학교 화장실에 생리대를 무상 비치하는 등의 시스템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단 한 번의 ‘보은’을 임시방편으로 삼지 말고, 이 문제를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식하고 구조적인 해결을 요구한다는 것. 자신들의 활동에 ‘모두의 생리’라고 이름 붙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또 한 가지, ‘모두의 생리’는 다양한 젠더를 고려한다. “여성이지만 생리를 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생리를 한다고 해서 ‘여성’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생리를 하는 트랜스젠더도 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사람을 포용하고자 합니다.”

 

왜 생리와 생리용품은 사회적인 이슈가 되지 못할까?

 

다니구치 아유미 씨(23세)가 활동을 시작한 것은 일본에서 소비세율이 10%로 인상되었던 2019년 가을 무렵이었다. “왜 평상시에 화제로 거론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생리를 주제로 졸업논문을 쓰던 시기였어요. 외국에서는 생리용품은 사치품이 아니니 ‘탐폰 택스’(Tampon tax, 생리용품에 붙는 세금)를 철폐하라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생리용품에 대해 경감세율을 적용하라고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을 혼자 시작했는데, 금세 4만 명의 서명이 모였다. 각 정당에도 제출했지만, 아직 진전은 없다. 세계적으로 보면 스코틀랜드와 뉴질랜드 등 여성이 국가원수인 나라를 필두로 생리용품 무상 배포가 진척되고 있다. 또한 한국, 케냐, 캐나다, 인도, 영국 등에서 차차 비과세가 실현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생리용품에 부과되는 부가세 일부가 면제되고 있지만, 제품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어왔다. 최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국내업체의 월경용품 생산가격을 인하하고 수입업체의 부가세까지 면세하여, 월경용품 독과점 구조를 막는 한편 제품 가격을 내리는 ‘월경용품 가격 안정화를 위한 법안’ 3건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월경용품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하고, 학교 등 공공시설에 무상 배포하는 등 ‘월경 빈곤’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지: pixabay)


얼마 전 NHK의 방송 <클로즈업 현대> 촬영을 통해 영국의 로라 코리튼(Laura Coryton) 씨와 연결됐다. “로라 코리튼 씨는 학생이었던 7년 전, 생리용품에 대한 과세 철폐(Stop Taxing Periods)를 요구하며 온라인 서명을 시작한 사람이에요. 존경하는 그 분과 이야기할 수 있어 흥분했죠!”

 

다니구치 아유미 씨도 학교 화장실에 생리용품 무상비치를 목표로 시민들 대상 서명운동과, 지자체에 직접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원이 된 지금도 “오전에 회사에 반차를 내고 다녀왔어요”라고 할만큼 행동력이 넘치지만, 장벽은 높다.

 

“의사결정권자가 남성인 경우가 많아서, ‘생리’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거부반응을 일으키기도 해요. 월경을 올바르게 이해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제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초경을 맞는 어린이들도 있다.

 

“저학년용 화장실에는 생리대 수거함도 없고, 주위에 얘기할 사람도 없으니 얼마나 불안하고 고독할까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공들여 성교육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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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월경’이 갱년기 여성의 고용차별과 만날 때

 

다니구치 아유미 씨가 젠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어른이 되어가면서 쌓이고 쌓인 갑갑함에서 싹텄다. “여자니까 입 다물고 앉으세요”, “그렇게 하면 시집 못가요” 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느꼈던 갑갑함에 언어를 제공해준 것이 페미니즘이었다.

 

생리를 둘러싸고는 트라우마가 된 경험도 있다. 초경이 늦는 것을 걱정한 어머니에게 이끌려 갔던 산부인과. 남자 의사는 중학생인 다니구치 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남자한테 설레지 않으면 생리가 안 와.”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를 못 하고 그저 싫은 느낌만 들었다. 정치와 마찬가지로, 남성의 관점으로 만들어진 의료에도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생리용품 가격 인하와 학교 등에 무상 배포를 요구하는 서명 활동을 시작하기까지 특별히 사회운동의 경험은 없었다는 다니구치 씨지만, 학생 시절에 아르바이트 임금 체불로 노동조합 문을 두드린 적이 있다. “겨우 1~2만엔이지만, 열 받잖아요.”

 

그는 학생이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참지 않고, 정의를 쟁취했다. 조용히 살 것을 요구하는 일본 사회에서,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다니구치 씨의 경쾌함은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해외에서 살았던 영향일까. “국제학교에서는 인종차별이나 역사에 대한 관점을 엄하게 배운 것 맞죠.”

 

그 노동조합으로부터 얼마 전 이런 제안이 들어왔다. “갱년기 장애로 일을 쉬었더니 해고되었다는 여성이 있습니다. 공동투쟁하지 않겠습니까?” 제도화된 생리휴가조차 사용율은 겨우 0.9%에 불과하다.(2014년 후생노동성) 권리가 있어도 그걸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

 

이 제안을 듣고 다니구치 씨는 ‘#모두의 생리’라는 자신의 활동에 완경 후까지를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그 끝에 있다고 믿는 것은 누구든 평등하게 공부하고 평등하게 일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다.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나카무라 토미코 기자가 작성하고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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