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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세월호를 기억하려고 한다> 2탄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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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사무실 내 책상에는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정기후원을 하고 있는 굿네이버스에서 보내준 사진과 세계난민기구에서 제작한 달력이 놓여있다. 직장을 때려치우고 싶을 때마다 마음을 다잡는데 도움을 준다. ‘조금만 더 견뎌보자’라는 동기를 얻게 된다고나 할까?

 

어느 날 회사 동료가 내 책상을 보더니 ‘우리나라에도 굶는 아이들이 있는데 다른 나라 아이까지 후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한국 아이부터 후원하는 건 어때?’라며 하지 않아도 되는(하지 않아야 하는) 말을 건넨다. ‘뭐지?’ 그 사람은 내가 초록우산어린이재단도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관심도 없을 것다. 의외로 이런 사람들을 주위에서 종종 보게 된다. 유기된 동물들에 대해 관심을 두고 보호활동에 나서면 ‘불쌍한 사람들을 돕지’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

 

사실 이런 반응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나, 다른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쉽게 매도하고 침묵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진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별다른 고민이나 노고나 설득하려는 시도조차 없이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잖아’라고 말하면서, 타인의 고민과 변화를 위한 노력을 사소하거나 감정적인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성폭력’ 문제를 이야기하면 ‘그게 나라보다 중요해?’라고 하는 식이다.

 

며칠 전 내가 쓴 <나는 다시, 세월호를 기억하려 한다>라는 칼럼에 대한 포털 댓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반응이다. ‘다른 참사는 안 중요하냐?’

 

▲ 지난 주말,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에 반대하는 1인 시위에 참여했다. ‘세월호 기억공간’으로 가는 길은 막혀 있었다.  ©너울


모든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만 발언할 권한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모든 곳에 후원을 해야만 그것이 공정하고 가치있다고 한다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어쩌면 그들은 이런 상황을 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진행중인 사건이다

 

아동성폭력 생존자인 나는, 예전에는 주로 성폭력에 대해 공부하고 시간을 할애해서 글을 썼다. 세월호 참사 이후, 너무 마음이 쓰여 그에 관한 기사와 정보를 계속 찾아보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성폭력 사건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주어진 시간과 자원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이 더 가는 쪽으로 움직이고, 덕분에 세상엔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제주 4.3사건, 4.19혁명,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기억하면서, 국가의 폭력이 시민국민을 어떻게 희생시키는지 상기한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무능할 때 시민들이 어떤 희생을 당하게 되는지를 목도하게 했다. 세월호를 기억한다는 것은 적어도 다시는 이런 비극을 만들기 않기 위해서 진상을 밝히고,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일 테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밝혀져야만 하는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이다.

 

‘세월호 기억공간’…연대는 기억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사회적 의미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잊히지 않는 사건으로 남아 있다. 아마 많은 이들에게 그러할 것이라 믿는다.

 

2014년 4월 16일, 나는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에 진도에서 배가 침몰물 중이라는 뉴스를 접했다. 그 배에는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들이 타고 있다고 했다. 곧 ‘전원 구조’라는 소식이 들렸으나 오보임이 밝혀졌고, 방송에서는 캄캄한 바다만 보여줄 뿐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 상황은 이해가 되지도 않았고, 이해할 수도 없었다. 적어도 살릴 수 있는 수많은 생명이 그렇게 사라져서는 안되는 거였다.

 

▲ ‘세월호 기억공간’은 7월 27일 결국 광화문 광장에서 철거되고 서울시의회 1층 전시관으로 임시 이전했다.  ©너울


세월호 참사는 나에게 ‘좋은 어른의 부재’처럼 다가왔다. 이익 극대화보다 안전을 우선시 하는 좋은 어른이 해운사에 있었다면,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좋은 어른들이었다면, 대부분이 학생들인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 하고 자기들만 탈출하지는 않았을 거고, 청와대의 책임자들이 아이들을 구조하고자 했던 좋은 어른들이었다면 국가의 부재 사태는 없었을 거고, 언론 기자들이 좋은 어른들이었다면 학생들의 희생 원인을 좀더 제대로 취재했을 거고, 시민들이 성숙한 어른들이라면 단식하는 유가족들 앞에서 ‘폭식 투쟁’을 하거나 희생자들을 조롱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 장의 사진처럼 선명하게 남겨진 세월호 참사는 개인적으로는 나에게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좋은 어른이 되도록 노력하자 다짐했던 계기가 되었다. 연대는 기억하는 것이다. 더구나 진행중인 참사는 잊혀서는 안 된다.

 

지난 주말,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에 반대하는 1인 시위에 동참했다. 폭염이라 저녁이 되어도 날이 더워 한 시간 서 있는데 옷은 땀으로 다 젖었다. 1인 시위를 하는 동안 지나가는 시민들과 눈을 맞추고자 노력했다. 수고한다는 인사를 건네며 지나가는 어르신도 있었다.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미안해하는 모습의 청년들도 보였다. 사진을 찍고 욕설을 하는 보수 유튜버도 있었다.

 

거리의 한 시간도 이럴진대 7월 27일 2,660일을 거리에 섰던, 내가 미처 헤아릴 수도 없는 유가족들의 시간이 광화문 광장에 새겨져 있었다.

 

[필자 소개] 너울. 『꽃을 던지고 싶다–아동성폭력 피해자로 산다는 것』(2013)의 저자. ‘고통을 가장 잘 아는 자가 고통을 가장 잘 그린다’라는 말을 믿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가끔 글을 쓴다. https://blog.naver.com/neoul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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