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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청년정치’와 어느 ‘노년의 여배우’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21. 6. 25. 09:00

반전운동가, 여성운동가, 기후운동가 제인 폰다의 정치 

 

나는 뜨겁게 보고 차갑게 쓴다

여성 저널리스트가 뜨거운 시선으로 발굴한 한국사회. 이 책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한국 사회 의제를 어려운 이론을 빌리지 않고 “인간의 긍정적인 힘”이나 “용기”, “믿음”과 같은 가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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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년정치, 청년정치인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청년정치란 무엇이고 청년정치인은 누구인지 생각에 잠기게 된다. 물론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오랫동안 ‘기득권 정치’가 외면했던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하고 우리 사회에 자리잡은 불평등을 바꾸고자 앞장서서 행동하는 정의당의 장혜영 의원이나, ‘파격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영리하게 사회적 편견에 맞선 의제를 드러내고 있는 류호정 의원, 국회의원 임기 중 출산을 하고 ‘국회 회의장 아이 동반법’을 발의하는 등 활발히 의정활동을 펴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원내 진입하지는 못했지만 정치인으로서 꾸준히 목소리 내며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CNN이 꼽은 2019년 아시아 내 변화를 이끈 청년 5명 중 한 명인 양지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대표 등 시민사회 영역에서 정치활동을 펴가는 이들도 있다.

 

급진적인 정책과 목소리로 트럼프 대통령과 대적했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 기후운동 최전방에 있는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홍콩 우산 혁명을 이끌었던 조슈아 윙과 아그네스 차우, 미얀마 군부에 대항하고 있는 청년들도 떠오른다. 

 

▲ 제인 폰다는 그린피스의 기후정의운동 프로젝트인 ‘파이어 드릴 프라이데이즈’(Fire Drill Fridays)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 중이다.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국회 앞에서 선 모습. (출처: Greenpeace USA 유튜브)


신체적으로 청년으로 분류되는 이들만 생각나는 건 아니다. 청년의 얼굴을 하지 않았을 뿐 청년정치를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에게 할리우드 배우로 알려져 있는 제인 폰다(Jane Fonda)도 그 중 한명이다.

 

1937년생, 올해 85세를 맞이한 제인 폰다는 1947년생인 박막례 할머니와 윤여정 배우보다 10살이 더 많다. 하지만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증명하듯 넷플릭스 시리즈 <그레이스& 프랭키>의 주인공으로 출연, 활발히 활동 중이다. 물론 배우로서의 왕성한 활동 때문에 ‘청년정치’라는 이름을 부여하려는 건 아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가 늘 기득권 정치에 대항하고자 목소리를 내어왔다는 사실이다.

 

제인 폰다는 1970년대 미국이 베트남과 전쟁을 치르던 시절, ‘반전운동’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는 청년 중 한 명이었다. 국가의 거대한 미션에 반기를 들고 자신의 의견을 내는 젊은 ‘여배우’의 행보를 응원하는 이도 있었지만 매서운 말을 던지는 이들도 많았다.

 

그는 실제로 폭행 및 살해협박을 받기도 했으며 바로 눈 앞에서 ‘니 목을 그어버리고 싶다’고 말하는 남성을 마주하기도 했다. 보수 정권인 닉슨 대통령 시절엔 공공연한 정치적 표적 중 한 명으로 지속적인 감시와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했다. FBI가 집 안을 뒤집어 놓고 간 일도 있었고, 마약 운반 혐의에 내몰려 체포되기도 했다. (결국 마약이라 의심받았던 약물은 비타민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제인 폰다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반전운동뿐만 아니라 인종차별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고, 과격한 행동으로 불순집단으로 낙인 찍혔던 흑인 좌파 모임 ‘블랙 팬서’를 지지했다. 페미니즘 운동에도 끊임없이 참여하며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에 앞장섰다. 자신이 12살 때 자살한 엄마가 사실 아동 성폭력 생존자였으며 평생 트라우마와 싸워왔음을 알게 된 그는 여성들의 정신건강 이슈에도 큰 관심을 가지며 다양한 지원 활동을 벌였다. 자신 또한 오랫동안 우울증, 식이장애와 투쟁해 왔음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언제든, 어떤 나이였든 상관없이 늘 기득권 정치에 대항했고, 드러나지 않았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목소리를 전달, 증폭시키는 역할을 자처했다. 80대가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미투 운동이 일어났을 때,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이후 BLM(black lives matter)운동이 거세질 때도 나섰다. 때론 마이크를 쥐고 앞에 서기도 했지만, 자신이 가진 유명세와 특권을 발판 삼아 연대와 지지를 보낼 줄도 알았다.

 

그런 제인 폰다가 지금 가장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분야는 기후정의를 위한 운동이다. 기후위기가 자신의 위기라고 전혀 생각지 않고 외면하고 미뤄온 기득권층과 달리, 제인 폰다는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이것이 미래 세대에게 미칠 영향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재빨리 파악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청년정치’ 운동가답게 전방에 나섰다. 2019년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정의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것도 그런 운동의 연장선상이다. 자신이 체포되더라도, 쉽게 변호사를 부르고 보석금을 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걸 알고서 수많은 청년과 청소년들을 대신해 앞에 섰다. 뜨거워진 지구를 알리기 위한 빨간 코트를 입고서.

 

▲ 데미 로바토의 토크쇼 “4D with Demi Lovato”에 출연한 제인 폰다 (출처: Demi Lovato 유튜브 채널)


바로 얼마 전, 제인 폰다는 미국 디즈니 채널의 아역 스타로 성장해 배우이자 가수로 전방위 활동을 벌이고 있는 데미 로바토가 진행하는 토크쇼에 출연했다. 세대를 뛰어넘어 다양한 이슈와 관련된 의견을 주고받던 두 사람은, 데미 로바토의 논바이너리(Non-Binary,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에 저항하는 성별정체성) 정체화 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섹시한 팝 스타가 되길 강요당했던 시절을 지나 “가부장제 안의 누가 뭐라하든 진실된 자신을 위해 살겠다”고 말하는 데미 로바토의 말에, 제인 폰다는 섣불리 조언하지도 않았고 의문을 가지지도 않았다. 그는 “정말 용기 있다. 당신이 자랑스럽다. 너무 멋지다”고 응답하며 데미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또한 젊은 여성들에게 어떤 지혜를 전하고 싶냐는 데미 로바토의 질문에 “‘싫어/아니’는 완전한 한 문장이라는 걸 기억하라”고 말한 뒤, 한 가지 조언을 덧붙였다. “흥미로운 사람이 되는 것보다 주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멋지고 흥미로운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보다 주변에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며 진화하는 사람이 되자”고.

 

이 ‘노년의 여배우’의 말을 빌려 다시금 ‘청년정치’의 의미를 생각해봤으면 한다. 자신이 관심 받고 흥미로운 사람이 되려는 게 청년정치인일까? 주변에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탐구하며 진화하는 사람이 청년정치인일까? 

 

‘기득권 정치’에 질릴 대로 질린 우리가 봐야 하는 건 얼굴, 신체, 나이가 아니라 이 질문에 대한 답이지 않을까?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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