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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미국인 동성 커플, 일본에서 국가 상대로 소송 제기
최근 삿포로지방법원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결이 난 ‘결혼의 자유를 모두에게’ 소송과 별개로, 2019년에 일본 국적과 미국 국적의 동성 커플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미국인 파트너에게 ‘배우자로서의 재류 자격’을 줄 것을 요구하는 재판과 국가에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이 그것이다.
일본 지자체 100곳 넘게 ‘동성 파트너십’ 제도 도입
일본 사회도 아직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동성 간의 혼인을 인정하지 않지만, 2015년 도쿄 시부야구와 세타가야구에서 동성 커플을 지자체가 증명하거나 서약을 접수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후 제도가 확산되면서 올해 4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103개 지자체가 동성 파트너십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들 지자체의 인구를 합하면 전국 총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된다.
이 파트너십 제도는 국가가 법률로 인정하는 ‘결혼’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생활의 면에서 상속이나 친권, 외국인의 재류 자격 부여 등, 동성 커플이 직면하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단, 동성 커플의 존재가 가시화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동성혼 실현에 탄력을 줄 가능성도 있다.
▲ 일본은 2015년 도쿄 시뷰야구와 세타가야구를 필두로, 동성 커플을 지자체가 증명하거나 서약을 접수하는 게 가능해졌다. 올해 1월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이며, 4월 기준으로 103개 지자체가 파트너십 제도를 도입했다. 출처: ‘Marrige for All 결혼의 자유를 모든 사람에게’ 웹사이트 marriageforall.jp |
고헤이&앤드류: 일본에서 쫓겨나기 전에 할 수 있는 마지막 일
동성 파트너에게도 재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원고인 고헤이(康平) 씨와 앤드류 씨는 다음과 같이 소송의 동기를 밝혔다.
“우리가 제소를 결정한 것은 일본에서 쫓겨나기 전에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동성 커플의 정주가 인정되지 않는 것은 차별이며, 부당한 대우입니다.
앤드류가 안정된 비자를 받지 못한다면, 이대로 일본에서 생활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저 함께 살고 싶을 뿐인데, 그마저 허락되지 않는 환경은 비인도적입니다. 자신의 인생, 가족, 장래를 국가의 불합리한 정책에 좌우 당하지 않고 안심하고 만들어갈 권리가 모든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패소할 경우, 우리는 일본을 떠나야만 합니다. 일본인인 제가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싶다는 이유로 내 나라에서 쫓겨나는 것은 황당한 이야기겠죠.
앤드류는 미국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있었는데, 제가 미국에 계속 있을 수 없게 되자 모든 것을 버리고 일본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일본에서 쫓겨나게 될 상황입니다. 7년 동안 함께 만들어온 일본에서의 생활을 또다시 버리도록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이 재판이 일본의 법 제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어, 우리와 같은 상황으로 고통을 받는 커플이 줄기를 바랍니다.”
▲ 일본에서 ‘배우자 재류 자격’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일본 국적과 미국 국적의 동성 커플 고헤이, 앤드류 씨. 두 사람은 모두 개를 좋아하지만 불안정한 재류 자격으로 미래가 불투명해 입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2020년, 새 가족 구성원인 반려견 Lila를 맞이했다. (촬영_kayin) |
아키코: 결혼의 자유도 ‘시민권’(Civil Rights)의 하나이기에
스페인 국적의 동성 파트너와 함께 살고 있는 일본인 여성 아키코(あきこ) 씨 역시 파트너의 재류 자격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코 씨는 다음가 같이 이야기한다.
“저는 20대 때부터 ‘호적제도 반대, 결혼은 하지 않겠다’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혼이란 일본의 호적제도에 포섭되는 것이고, 개인의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페인 사람인 여자친구는 달랐습니다. ‘결혼의 자유는 누구나 갖는 시민권 중 하나이며, 시민권을 갖는 것이 우리의 ‘자유’와 ‘평등’의 토대가 된다‘고 하였죠. 그 말에 설득되어 2006년, 스페인에서 법적으로 결혼을 했고 이후 그 생각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결혼할 수 있는 권리는 다른 나라에서 배우자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권리, 아이의 부모로서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권리, 그리고 어디에서 누구와 살지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한 권리’를 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싸울 생각입니다.”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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