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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더미 같은 문제를 안은 채 통과된 일본 생식보조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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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 정자 공여와 대리출산 등 제3자가 관여하는 생식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싸고 세계적으로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일본에서 작년 12월, 배우자나 커플이 아닌 제3자로부터 난자나 정자를 제공받는 ‘재생산 보조의료’로 태어난 아이의 친자관계를 명확히 하는 민법 특례법(생식보조의료법)이 단시간 심의로 졸속 성립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생식보조의료 제공 및 이에 의해 태어난 아이의 친자관계에 관한 민법 특례에 관한 법률’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성이 자기 이외의 난자를 활용해 생식보조의료에 의해 출산했을 때는, 그 출산한 여성을 아이의 어머니로 한다.

-아내가 남편의 동의를 얻어, 남편 이외의 정자를 활용한 생식보조의료에 의해 임신한 아이에 대해서, 남편은 그 아이가 적출(嫡出, 자신의 아이라는 의미)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생식보조의료에 의해 태어날 아이에 대해서는 심신 공히 건강하게 태어나고 자랄 수 있도록 필요한 배려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이 생식보조의료법에 대해 비판하며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을 들어보았다. ‘비배우자 간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사람들의 자조모임’(DOG) 멤버인 이시즈카 사치코(石塚幸子) 씨와 게이오기주쿠대학 강사인 나가오키 아키코(長沖暁子) 씨의 글이다.

 

일본에서는 1949년에 처음으로 ‘익명의 제3자 정자 제공’(AID)에 의해 아이가 출생한 이래 현재까지 약 1만 명의 당사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5년, 비배우자 간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자조모임을 꾸렸고, 이시즈카 씨도 당사자 중 한 명이다. [편집자 주]

 

▲ 2020년 11월 24일, 후생성에서 열린 기자회견. 왼쪽부터 필자 이시즈카 사치코, 나가오키 아키코, 메이지가쿠인대학 쓰게 아즈미 교수 (현수막에는 “생식보조의료법안 수정을 요구합니다”라고 적혀있다.)  ©페민 제공


태생을 알 권리를 보장하라: 이시즈카 사치코 기고

 

익명의 제3자 정자제공(AID)을 통해 태어난 당사자로서, 내가 어떤 방식으로 태어났는지를 알고 유전적 뿌리인 제공자를 알 권리(태생을 알 권리)를 보장하라고 정부에 오랫동안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법률에는 그런 내용이 담기지 않았습니다.

 

정자 제공 출생은 지금까지 비밀로, 익명을 기반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현재, 자신이 제3자의 정자 제공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가정 내 문제(부모의 질병이나 이혼)가 발생한 후에야 알게 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이미 시기가 너무 늦고, 심지어 부모의 적극적인 알림이 아니지요. 오랫동안 진실을 숨겨왔다는 사실에 부모에 대한 믿음이 깨졌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습니다. 부모자식 간의 신뢰관계가 크게 흔들리죠. 또한, 이 생식기술 자체를 감추려고 함으로써, 자녀는 자신이 부모에게 뒤가 찜찜하고 부끄러운 존재인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내 인생이 부모의 거짓말 위에서 만들어졌다’는 감각은 AID로 태어난 많은 사람들에게 공통적입니다. 사람은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쌓으며 자신을 형성해갑니다. 그 토대에 태생이 있습니다. 그곳이 갑자기 무너지면, 그 위에 쌓아온 것 모두가 무너지고, ‘나는 대체 무엇인가’라는 큰 불안에 노출됩니다. 정체성 상실이라는 체험은 큰 충격입니다. 한 번 무너진 자신을 재구축하는 데에는 ‘난자/정자 제공자 정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에게 제공자를 알 길은 없습니다. 자신의 유전정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의료진단 때 불안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같은 제공자의 정자에서 태어난 이복형제(혹은 제공자 자신의 자녀)와의 근친혼 가능성도 제외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로부터 조기의, 그리고 적극적인 사실 고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적어도 부모자식 간의 신뢰 관계는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식보조의료에 의해 태어난 사람이 난자/정자 제공자에 대해 알고 싶다, 혹은 알고 싶지 않다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공자 정보를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죠. 제공자 정보는 단편적이지 않은,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부분까지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무엇을 알고 싶은지, 언제 알고 싶어질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또한, 모든 자녀가 제공자 정보를 원하는 것도 아니지요. 하지만, 알고 싶어졌을 때 알고 싶은 정보가 보장되는 환경을 조성해두어야 합니다.

 

지금도 AID라는 기술로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우리와 같은 고민을 떠안은 아이들이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법률로 ‘태생을 알 권리’를 인정하고, 제공자 정보를 보관·관리하는 제도가 확립되어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이러한 사실을 어떻게 알릴지에 대한 지원도 필요합니다.

 

진짜로 필요한 것은 재생산 권리다: 나가오키 아키코 기고

 

스가 정권이 들어서면서 불임치료에 보험적용을 확대하는 등 불임치료 지원대책이 연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그에 호응하듯, 2020년 임시국회에서 생식보조의료 법안이 여야 6당의 의원입법으로 제안되어 12월 4일에 성립되었죠. 이 법을 불임치료에 대한 지원으로 받아들인 사람도 많지만, 실질적으로는 민법 친자법 개정이라는 형태로 일본에서 제3자로부터 정자, 난자, 배아 제공을 인정한 첫 법률입니다.

 

그럼에도 생식보조의료로서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인정하지 않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이념과 규제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2003년에 후생과학심의회가 5년의 시간을 들여 정리한 “정자, 난자, 배아 제공을 인정하고 대리출산은 금지한다. 태어날 아이가 태생을 알 권리를 인정한다”라는 결론에서 크게 후퇴하는 내용입니다.

 

그 때문에 부칙 제3조에 ‘앞으로 2년간 검토할 사항’이 3항목 기재되고, 15항목에 이르는 부대결의가 붙은 이례적인 법률이 되었죠. 태생을 알 권리뿐 아니라, 생식보조의료를 제공하는 대상에 동성 커플이나 싱글도 포함되는지, 대리출산을 인정하는지, 상업적인 난자/제공 제공을 억제하는지 등도 향후 검토사항이라는 것입니다.

 

이 법에 대해서 우선, 태어난 당사자의 ‘태생을 알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리출산을 다시 생각하는 모임’의 경우에는, 이 법이 생식비지니스를 확대시켜 여성에 대한 수탈을 가속화시킨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죠. 또한 제3조 4항 “생식보조의료로 태어나는 아이에 대해서는 심신 공히 건강하게 태어나고 자랄 수 있도록 필요한 배려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조항에 대해 일본장애인협의회(JD)와 DPI일본의회 등의 장애인단체는 우생사상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의 재생산권 운동을 해 온 단체 소시렌(SOSIREN 여자의 몸에서부터)은 ‘태어날 아이’라는 단어가 태아(胎)를 가리키는 것에 주목합니다. ‘태아’가 법률의 대상이 된 것은 일본에서 처음 있는 일이며, ‘낙태죄’ 등 다른 법률에 영향을 주지 않을지 문제시하고 있습니다.

 

임시국회 폐회 후인 12월 9일에는 초당파 ‘바람직한 생식보조의료를 생각하는 의원연맹’이 발족했는데, 제3자로부터의 난자/정자 제공에 적극적인 노다 세이코 의원이 회장이 되었습니다. 이번 법안에서 ‘향후 검토사항’으로 미뤄둔 앞으로의 논의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임치료는 여성에게 있어 정신적, 신체적으로 많은 부담을 줍니다. 스가 정권의 지나치게 앞으로 내달리는 불임치료에 대한 지원 정책에 의해, 점점 더 자녀를 낳지 않으면 여자로서 제 역할을 못하는 여자로 몰리게 되지 않을지 우려가 됩니다. 피임과 임신중단을 포함해 임신·출산과 관련된 모든 사항에 관한 정보가 제공되고, 각각이 언제, 몇 명의 자녀를 낳을지, 낳지 않을지를 선택할 수 있는 구조와 환경이 만들어져야만 그제야 불임치료도 선택지의 하나로서 의미를 갖습니다.

 

일본의 피임·임신중단은 해외와 비교해 가격이 높고, 선택지도 적습니다. 긴급피임약(애프터필)의 온라인 처방이 여성들의 운동으로 겨우 가능해졌지만, 약국에서의 판매는 아직 검토 단계입니다. 해외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초기 임신중단에서 표준’으로 삼은 중단약(어보션필)을 사용한 자택에서의 임신중단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아직 병원에서도 이 중단약을 쓰지 못합니다.

 

지금 정말로 필요한 것은, 생애에 걸친 성과 생식의 건강,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재생산권리에 대한 지원이 아닐까요?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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