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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23일 오전, 머리를 감는데 바깥에서 “어떡해…”라는 비명소리가 들려서 뛰어나가보니, TV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알리는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덕수궁에 모여든 시민들이 설치한 분향소 ©일다

얼마 전 검찰의 조사를 받기 시작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TV로 가슴 아프게 바라보며, 오랜 시간 검찰의 권력과 싸워온 그가 굴하지 않고 잘 견뎌주길 바랬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는 글을 보니 말문이 막혔다.

전철을 타는데, 사람들은 어제와 같은 평온한 일상이어서 그만 눈물이 쏟아졌다.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전직 대통령의 상황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약속된 자리에 나가 지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광화문에 가보니, 작년 촛불시위에서 많이 보아왔던 경찰버스들과 경찰들이 이미 인도까지 점령한 상태였다. 작년 2월까지 이 나라 대통령이었던 사람의 죽음에, 이렇게 신속히 경찰버스로 길을 막은 정권의 잔인함에 놀랄 뿐이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서글픔에 눈물이 나와 견딜 수 없었다.

분향소가 마련된 시청 일대는 경찰차들로 완전히 포위됐고, 부근 교통도 통제됐다. © 일다

시청 앞 덕수궁으로 가니 시민들이 국화와 촛불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10배는 족히 넘는 경찰들이 에워싸서 마치 포위된 모습이었다. 나도 그곳에 앉아있는데 무척 두려움을 느꼈다.

용산참사 이후, 경찰들이 정말 무서워졌다. 시민들은 겨우 국화와 촛불을 들고 있는데, 경찰들은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을 했다. 시민들은 항의했지만 경찰들은 무시했다. 경찰버스 곳곳에 붙어있는 국화의 의미를 그들은 정말 몰랐을까?

무엇이 그리 무서운 것일까. 아무리 이 정권이 노무현을 미워했고, 시민들이 모이는 것을 두려워한다지만, 그의 죽음을 이렇게까지 두려워할 줄은 몰랐다. 시민들은 그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함께 슬퍼하고, 위로를 받고 싶어 하나 둘 모인 것이다. 누구나 다닐 수 있는 시청 앞 거리를 이렇게 전투경찰로 봉쇄해버린 이 정권의 태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와 이명박 정권에 대한 항의글을 적어 경찰버스에 붙였다.

낡은 정치를 바꾸고자 했던,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는 정치인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 당분간 그와 같은 대통령도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어떻게 해야 할까?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 이후 칠레를 장악했던 피노체트가 생각난다. 그의 죽음을 슬퍼할 공간마저 빼앗아가려는 자들에게서 우리들은 어떻게 희망을 만들어가야 할지, 너무도 막막하다.

하지만 지금은, 암담한 이 땅의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떠난 이를 위해 슬퍼하련다. 비록 참여정부의 정책을 모두 지지한 것은 아니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여줬던 민주주의의 실현 가능성은 잊지 않을 것이다. 정안나 일다

우리의 미래는 그들의 현재보다 아름답다
  더 튼튼한 민주주의 사회를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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