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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혈통 중심’ 한국 사회는 이제 우리가 필요없대

<귀환 이주여성을 만나다> 결혼이주여성 몽골 상담원의 기록


* 한국 남성과의 결혼을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가 본국으로 되돌아간 <귀환 이주여성을 만나다> 기획 연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보도됩니다. 이 기사의 필자 나랑토야 님은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 몽골 상담원입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두 번의 유산, 폭력을 겪고 ‘추방’되는 A씨를 보며


“언니는 운이 좋아서 좋겠다. 남편이 때리지도 않고 잘해주니까. 언니, 나 고향 가면 숨어 살 거야. 친구들도 만나고 싶지 않아. 창피하잖아요.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잘 산다고 큰 소리 치고 왔는데, 이렇게 돌아가니까…. 우리 언니는 고향에 돌아오라고 말은 하지만 마음 속으로 그렇게 생각 안 하고 있어. 그래서 언니를 보기가 부끄럽고, 형부 보기도 껄끄러워.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이제 ‘너는 필요 없으니 한국에서 나가’라고 하는 것 같아. 한국 사람의 아이는 아이고, 내 아이는 아이가 아닌가 봐. 아이가 불쌍해서 어떡해. 한국에 와서 적응하느라 고생시켰고, 고향 가면 또다시 적응하느라 고생할 텐데.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어떡해.”


나는 오늘도 이렇게 귀환할 수밖에 없는 이주여성을 맞이한다. 몽골 여성 A씨를 지원하게 된 시기는 2018년 여름이었다. A씨는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고 두 번이나 임신했지만 유산하고 말았다. 남편의 무관심과 폭력, 시어머니의 폭언을 참아가면서 결혼생활을 버텨왔지만, 결국 남편은 A씨를 집에서 쫓아냈다.


A씨는 상담센터의 도움을 받아 이주여성 쉼터에 입소했는데, 남편이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법정 싸움이 길어졌고, A씨는 남편의 귀책 사유를 법적으로 증명하지 못했고 이혼당했다. 남편과 A씨 사이에서 자녀가 없어 A씨에겐 더이상 한국에서 거주할 수 있는 체류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다. 지금 A씨는 결혼 당시 본국에서 데리고 온 아이와 함께 몽골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귀환”,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나에게는 고급스럽고 어려운 단어다. 본래 귀환은 설레고,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기쁜 일이다. 그런데 이주여성 현장에서의 “귀환”은 겁나고, 창피하고, 미안해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나는 A씨와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지난해 여름 현지 조사 당시 귀환 이주여성 인터뷰 통역을 하며 느꼈던 분노와 화가 또다시 차오르면서 A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남성혈통 중심’의 다문화 정책을 펴는 한국 사회에서, 원치 않는 귀환을 앞둔 결혼이주여성을 볼 때마다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


남편에게 맞고도 B씨가 이혼을 결심할 수 없는 이유


“선생님, 저 이혼 안 할래요. 그냥 참고 살아 볼게요. 가족에게 이혼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언니는 제 말을 무시하고, 아빠는 제가 이혼하고 돌아오면 엄마와 이혼하겠대요. 그래서 저는 이혼을 못 하겠어요.”


몽골 여성 B씨는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한국인 남편을 만났고, 결혼한 지 1년밖에 안 되었다. 20살 나이 차이가 나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에는 늘 갈등이 있었다. 나이 차이, 세대 차이, 문화 차이, 음식 차이 등으로 인한 부부싸움은 끝이 안 보였고, 폭력으로 이어졌다. B씨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이주여성 쉼터에 입소하며 이혼을 결심했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포기해야 했다.


B씨의 귀환을 본국의 가족 누구도 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딸의 이혼이 가문의 흠이 된다고 생각했다. 가족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생각하겠지만, 이것이 B씨의 현실이다. B씨는 지금 귀환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언젠가는 A씨처럼 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 같은 나쁜 예감이 든다.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을 상담하고 지원해오면서, 솔직히 나는 이들을 위해 보다 현실적인 제안을 해주고 싶을 때가 있다.


-한국 국적의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할 것

-한국 국적을 취득할 것

-남편과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일을 해서 돈을 모아 유학 비자로 체류 자격을 변경할 것


물론 난 B 씨에게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남성혈통 중심’의 다문화가족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동안에는, 폭력피해 이주여성들은 한국에서 살아갈 다른 방법이 사실상 없다. 10년 전에도, 5년 전에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비자가 더이상 주어지지 않아 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결혼이주여성들이 존재했는데, 지금도 달리진 것이 없다.


이렇게 암담한 처지에 놓인 결혼이주여성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이번 <귀환 이주여성을 만나다> 연재를 통해, 부디 한국 사회가 관심을 가지게 되길 바란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이 기사는 일부 요약문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남성혈통 중심’ 한국 사회는 이제 우리가 필요없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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