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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는 좋은 거예요, 나쁜 거예요?”

달리의 생생(生生) 성교육 다이어리: 금기와 혐오 사이에 갇힌 ‘성’



‘예/아니오’로 답할 수 없는 질문 앞에서


중학교 성교육 시간, 학생들에게 성(性)에 대해 궁금한 것을 쪽지에 써서 자유롭게 물어보라고 했다. 쪽지를 하나씩 펴자 공통적으로 많이 나오는 질문이 있었다.


‘성관계는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나는 학생들에게 되물었다.

“성관계는 좋은 걸까요?”


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킥킥거리기도 하고 웅성거리기도 했던 학생들은 순간 조용해졌다.


“좋고 나쁜 것을 누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저는 질문의 순서를 바꾸어서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성관계는 좋은 것일까’가 아니라 ‘좋은 성관계란 무엇일까’로요.”


살짝 긴장되어 있던 학생들의 얼굴이 “아하!”로 바뀌었다.


“성관계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어요.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마음이 달라질 수 있고요. 지금은 좋을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싫어질 수도 있고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죠. 모든 성관계를 하나로 정의할 수는 없어요.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알고 있는지, 그리고 상대에 대해서도 그러한가 살펴보는 거예요.”


▲ 성에 대한 질문과 대화로 진행한 성교육에 참여한 학생의 수업 소감.  ©달리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렸다. 이제 막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아쉬운 45분의 성교육 시간. 어쩌면 이 학생들과 평생 단 한 번 만나는 기회에 솔직하고 용감한 질문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은 나의 답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앞으로 ‘좋은 성관계’를 어떻게 정의하게 될까? 그것을 알아갈 충분한 과정과 기회를 만날 수 있을까?


한편 교육활동가로서의 나에게도 숙제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아이들은 왜 성을 이분법적인 가치관으로 보게 되었을까?’


‘아름다운 성(性)‘에 갇힌 (여자)아이들


다른 중학교에서 성교육을 하다가 인상적인 일이 있었다. 그 학교는 학급별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모든 학급의 여학생 그룹에서 ‘성’하면 연상되는 단어로 ‘아름다움’이라 쓴 것이다. 그런데 이유를 묻자 명쾌한 답이 나오진 않았다.


▲ ‘성’하면 연상되는 단어쓰기 활동. 여학생 대부분이 ‘아름다움’을 떠올렸다. ©달리


“성이 왜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생명을 잉태할 수 있어서….”

“아, 그럼 임신을 이야기한 거네요. 그럼 임신은 왜 아름다울까요?”

“…모르겠어요.”

“모두 같은 답을 써서 신기해요. 다들 성이 아름답다는 건 어떻게 생각하게 됐어요?”

“성교육 시간에 배웠어요!”


알고 보니 학교의 성교육 담당교사가 수업 시간에 “성은 아름답다”고 강조한 것 같았다. 머리와 마음이 동시에 복잡해졌다.


같은 수업을 받은 남학생들은 아무도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를 연상하지 않았다. ‘성은 아름답다’는 메시지가 왜 유독 여학생들에게만 주입되고 강하게 자리 잡았을까? 남학생과 여학생 각각에게 그 메시지는 성에 대한 어떤 가치관과 태도를 갖게 할 것인가? ‘성=임신=아름다움’으로 연결되는 도식이 품은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이것이 아동․청소년을 위한, 그들에게 필요한 성교육의 철학이자 방향일까?


사실 이것은 한 학교나 한 교사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에서 만든 성교육 표준안의 체계와 교수․학습 지도법을 소개한 자료에도 ‘아름다운 성’이라는 교육목표는 여러 번 언급되어 있다.(2017년 교육부 주최 <학교 성교육 표준안 운용의 실제 직무연수> 자료집 참조) 누구에게, 어떻게, 왜 아름다운가. 성인들에게도 성이 진정 아름다운가?


성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아름답다’에 포함된 내용, ‘아름다워야 한다’고 강조하는 방향이 무엇이냐가 문제이다. 


(이 기사는 요약문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섹스는 좋은 거예요, 나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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