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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젠더의 경계를 넘어라

<2020퀴어돌로지>⑤ 팬덤이 아이돌을 젠더퀴어하게 만든다?!



몇 년 전, 남성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인 태민의 솔로곡 “Move”(무브)가 공개되었을 때를 기억하는가? 아마도 퀴어 ‘케이팝 처돌이’라면 그 때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태민의 춤과 움직임, 그의 신체가 내뿜는 에너지는 완전히 남성의 것이라고 하기 어려웠고, 그렇다고 해서 여성의 것도 아니었다. 어딘가 경계에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또한 케이팝 내 대표 ‘톰보이’로 꼽히는, 여성아이돌 그룹 f(x) 멤버인 엠버의 솔로곡 “Borders”(보더스)는 가사를 통해, 두려워하지 말고 Borders(‘경계’ 혹은 ‘한계’)를 넘으라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던진다.


엠버 솔로곡 Borders 뮤직비디오 중 (출처: https://youtu.be/bNT-zFJKifI)


케이팝의 ‘젠더퀴어한’ 이미지는 케이팝 산업의 변화 속에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아직 이에 대한 해석과 논의는 많지 않다. (관련 기사: 케이팝과 퀴어가 무슨 관계냐고요?, 일다 2020년 6월 28일자 http://ildaro.com/8770)


아트콜렉티브 서울퀴어세제션이 주최한 행사 <2020 퀴어돌로지>의 세 번째 세미나는 8월 1일 “케이팝의 젠더퀴어한 신체, 이미지, 수행”을 주제로 열렸다.


세미나 기획자이며 서울퀴어세제션 멤버인 연혜원 씨는 “기존에 우리가 이분법적 틀 안에서 이해하던 젠더를 분석적으로 해체하고, 다양한 스펙트럼 안에서 새롭게 의미를 부여해 보자는 의미로 젠더퀴어한 몸의 이미지를 이야기해보자”고 제안했다.


젠더퀴어라고 하면 보통 ‘성별 이분법을 벗어난 사람, 여성과 남성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여성과 남성에 모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러나 연혜원 씨의 발제에서는 ‘젠더교란적인, 젠더 경계를 흩트리는’의 의미로 쓰였다.


남성아이돌과 비(非)남성 팬덤의 ‘젠더 위계’ 역전 현상


“케이팝은 가사와 춤뿐만 아니라 패션 그리고 아이돌그룹 멤버 간의 다양한 관계성이 드러나면서, 장르를 넘어서 ‘매체’로써 기능하고 있다. 이런 매체적 특성을 통해 케이팝은 젠더퀴어한 이미지를, 복잡한 맥락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고도 보다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이렇게 설명하며 연혜원 씨는 “케이팝은 이미지 산업인 동시에 섹슈얼리티 산업이라는 점에서, 케이팝에서 팬덤과 아이돌은 필연적으로 섹슈얼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고 짚었다.


그런 점에서 케이팝 산업은 다분히 성별 이분법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케이팝 산업이 10, 20대 여성층을 타겟팅하면서, 이들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흔히 말하는 ‘미소년’, ‘소년미’를 강조하고 (남성아이돌의) 이미지에서 ‘마초성’을 소거해나가기 시작했다.”


8월 1일 <퀴어돌로지> 마지막 세미나가 “케이팝의 젠더퀴어한 신체, 이미지, 수행”을 주제로 서울시NPO지원센터 1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서울퀴어세제션이 주최하고 서울문화재단 후원으로 열린 행사에서, 연혜원 씨가 “케이팝의 젠더 허물기: 팬덤은 어떻게 아이돌을 젠더퀴어하게 만드는가”에 관해 발제하는 모습.


또한 “비(非)남성 팬들이 주요 소비자라는 권력을 쥐게 되고, 남성의 기호였던 ‘능동성’을 획득”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남성아이돌은 그런 소비자를 만족시켜주기 위한 대상이 됨으로써 기존의 젠더 위계가 역전된 산업구조가 형성”된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연혜원 씨는 “여성의 대상이 된 남성은 기존의 남성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었던 마초성을 제거해나가고 오히려 ‘무해함’을 내세우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남성이 아닌 존재’가 된 측면”을 주목했다. “이렇게 되면서 케이팝 시장이 원래 타겟으로 하고 있었던 걸 넘어서서, 레즈비언의 욕망과 젠더퀴어의 욕망까지 재현하게 되는 파급력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최근엔 남성아이돌에게도 화장을 하는 것이 어필 요소로 작동하며 팬들이 ‘제모’에 집착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화장과 제모 모두 남성아이돌에게 의무사항”이 되었고, 그만큼 “남성아이돌은 사회적으로 ‘남성성’으로 받아들여지는 이미지와는 멀어지고 있”다.


“샤이니의 ‘View’(뷰) 뮤직비디오나 태민의 ‘Move’(무브) 뮤직비디오에서는 이 남성아이돌이 여성의 시선에 머무는 존재로 대상화”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카메라/관객의 시선 주체가 남성이라는 인식을 깨뜨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듯 남성아이돌이 팬덤을 위해 “전략적으로 대상화되고 상대의 능동적인 욕망에 내맡겨진 대상을 연기하는 몸짓을 선보일 때, 이런 이미지는 ‘남성성의 균열’을 보여준다. 또한 이 같은 남성아이돌의 이미지를 더 이상 ‘남성’이라는 젠더로 한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연혜원 씨는 이처럼 “남성아이돌과 팬덤의 젠더퀴어한 ‘관계’ 속에서 젠더퀴어한 이미지가 생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사가 계속됩니다) 

 

 이어진 전체 기사 전체보기: 여성아이돌에게서 젠더퀴어한 이미지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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