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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성 충전

액션영화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찍는 이유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20. 8. 19. 09:00

액션영화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찍는 이유

영화 <섬에서>, <벚꽃나무 아래> 감독 다나카 케이



일본 야마가타현 사카타항에서 하루에 한 편 다니는 정기선으로 75분, 동해 먼 바다에 둥실 떠 있는 외딴 섬 도비시마(飛島)를 무대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쫓은 다큐멘터리 영화 <섬에서>(島にて)가 일본에서 상영 중이다.


예전에는 원양어업과 농업을 생업으로 1천8백 명이 살던 도비시마였지만, 고령화의 영향으로 지금은 140명만이 살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딱 한 명의 남자 중학생이 졸업을 하면 초중학교는 휴교에 들어간다. 이대로 인구가 줄면, 지자체 운영마저 어렵다.


이러한 사실만 들으면 ‘한계취락’(일본어로는 限界集落으로 표기. 고령화, 도시화 등으로 인구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의 고령자로, 관혼상제와 같은 사회 공동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집락) ‘쇠퇴’ ‘소멸’... 같은 단어가 머리에 연달아 떠오른다.


하지만 영화 <섬에서>가 그리고 있는 것은 섬살이의 풍요로움과, 개성 넘치는 섬사람들이 강인하게 살아가는 모습이다. 몸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아도 매일 배를 타고 나가서 바다가 주는 먹거리를 따고, 산에 올라 밭을 일구며 섬의 베풂 속에서 살아가는 고령자들. 거기에 유턴 귀향으로 섬에 이주해 사업을 시작한 젊은이가 섞여, 섬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조금씩 혁신을 만들어낸다. 미미하지만 확실한 변화와 희망의 빛도.


다큐멘터리 영화 <섬에서>(島にて) 공동감독 중 한 명인 다나카 케이(田中圭) 씨. 촬영_오치아이 유리코


논픽션의 매력 “만드는 사람의 상상을 뛰어넘더라고요”


영화의 공동감독 중 한 명은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 다나카 케이(田中圭) 씨이고. 또 한 명의 감독은 <야간 어린이집>(夜間もやってる保育園) 등을 만든 오미야 코이치(大宮浩一) 씨다. 다나카 씨가 다니던 일본영화학교(현재 일본영화대학)에서는 오미야 감독의 작품을 교재로 쓸 정도였으니, 오미야 감독은 다나카 씨의 대선배. 오미야 감독은 도비시마에서 교사를 하던 친구로부터 ‘마지막 한 명의 중학생이 졸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나카 씨에게 공동 연출을 제안했다.


“작업을 하면서 오미야 감독과 의견이 부딪힐 때, 어떻게 내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가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웃는 다나카 씨지만, 눈동자 깊은 곳에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 그래도 다나카 씨에게서 풍기는 부드러운 분위기가 있어서 도비시마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마음을 열고 자기 얘기를 들려주어 이처럼 가까운 거리감의 영상이 만들어졌으리라.


다나카 케이(1987년 가나가와현 출생) 씨는 맞벌이 부모 아래에서 자랐고, 어릴 적부터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다. 특히 재키 첸(성룡)을 좋아해 중학생 때는 대여 비디오를 통해 그의 모든 출연작을 봤을 정도.


“원래 앞에 나서는 걸 잘 못 하는 성격이에요.”라고 말하는 다나카 씨는 초등학교 학예회에서도 무대에 나서기보다는 무대 뒤의 일을 맡으며 보람을 느꼈다. 결국, 영화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일본영화학교에 입학. 액션 영화를 찍게 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었지만, 학교의 졸업 작품을 준비하던 중에 본 한 다큐멘터리 작품에 마음이 요동쳤다.


“드라마 영화는 그때까지의 제 짧은 인생 경험에서 끌어낸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는데, 다큐멘터리는 학생이 영상을 만들면서 부모나 어른과 부딪혀나가는 일이 많고, 그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 나오고… 만드는 사람의 상상을 뛰어넘더라고요. 그 점이 흥미로웠어요.”


다나카 케이 씨의 첫 감독작 <벚꽃나무 아래>(桜の樹の下, 2015) 포스터. 이 작품으로 마이니치영화콩쿠르 ‘다큐멘터리 영화상’ 등 다수 상을 수상했다.


전성기를 지나 보이기 시작하는 사람의 강인함


첫 감독작 <벚꽃나무 아래>(桜の樹の下, 2015)는 고향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 있는 공영아파트단지에 사는 고령자들을 담았다.


고도경제성장기에 지방에서 온 노동자를 받아주던 공영아파트 단지가 이제는 고향을 떠난 고령자들의 거처가 되었고, 그중 대다수는 혼자 살고 있다. ‘고독사’가 이어지는 이 단지는, 바깥에서 보면 ‘생명을 다한’ 곳일 것이다. 하지만 다나카 씨는 그 속으로 슬며시 들어가 거기에 사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기쁨, 웃음, 우정, 그리고 고독과 맞서면서도 씩씩하게 사는 모습을 그렸다. 이 작품은 제71회 마이니치영화콩쿠르 ‘다큐멘터리 영화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사람의 강인함 같은 것은 전성기가 아닐 때에 오히려 보이고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좋아해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워주셨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길에서 종종 제가 이야기를 걸기도 하고, 저에게 이야기를 걸어주시기도 해요.”   (기사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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