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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관계’ 원한다면 차별금지법을 미루지 말라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의미와 쟁점 논의한 국회 토론회


국가인권위원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4월 전국 성인 1천명(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3%가 ‘차별은 그 해소를 위해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사회문제’라는 데에 동의했다.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기독여민회, 대구여성회, 유니브페미, 제주여성인권연대, 한국여성연구소, 한국한부모연합 등 44개 여성단체는 ‘여성의 목소리로’ 올해 안에 반드시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킬 것을 요구하며 2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한국여성민우회)


차별이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72.4%가 동의했으며, 이런 차별 문제가 ‘자연적으로’ 완화·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선 32.1%만 동의했다.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 차원의 종합적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데에 찬성한 건 87.2%다. 학교에서 인권·다양성 존중 교육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에 찬성하는 의견은 90.5%,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데에 찬성하는 의견도 88.5%에 달했다.


지난 노무현 정부의 공약이었고 2007년에 발의됐지만 종교계 일부의 거센 반발로 제정이 좌절된 이후, 차별금지법은 사회적 논쟁을 책임 있게 돌파하는 정치인들의 부재로 10년 넘게 ‘나중에’로 밀려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때라는 여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치권의 움직임을 촉구하고 나선 이는, ‘여성’ ‘청년’ 정치인으로 21대 국회에 진입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다. 장 의원은 6월 29일 정의당 6명(장혜영, 심상정, 배진교, 강은미, 이은주, 류호정), 더불어민주당 2명(권인숙, 이동주), 열린민주당(강민정)과 기본소득당(용혜인) 각각 1명 의원, 이렇게 법안 공동발의 요건인 10인의 국회의원 명단을 채워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런데 법안 발의 이후, 근거 없는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왜곡된 루머가 양산되고 있다. 이에 정의당 차별금지법제정추진운동본부와 장혜영 의원실은 법안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지금 논의해야 할 쟁점을 짚어내기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2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7월 2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하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 수어통역사 이현정.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는 우산


현재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은 사실 두 개다. 6월 29일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안과 6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시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시안’이다.


홍성수 숙명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이 두 가지 안을 토대로 차별금지법 입법 과정에서 논의해야 하는 것들을 설명했다.


먼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정말 필요한가에 대한 부분이다. 이미 기존 법에도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 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양성평등기본법,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기간제 및 단기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홍성수 교수는 “이를 ‘개별적’ 차별금지법이라고 한다면, 지금 논의되는 차별금지법은 ‘일반적’ 혹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고 칭했다.


이어 “개별적 차별금지법은 특정 사유나 영역과 관련하여 특별히 차별을 금지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제정되거나 발의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개별 사유와 영역마다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더라도 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유와 영역을 포괄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차별 구제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차별시정기구를 단일화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차별 구제 및 차별금지 정책 수행에 유리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개별적인 사유와 영역마다 차별금지법을 각각 제정할 수 없는 것처럼, 차별시정기구도 사유와 영역별로 설립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유승익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김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이진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서수정 차별시정총괄과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수어통역사 윤남.


무엇보다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는 “복합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가령 비정규직 장애여성이 일터에서 차별을 겪었을 경우, 피해자는 비정규직 차별금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중에서 어떤 법에 구제를 요청할 수 있을까?


홍성수 교수는 “영국의 경우도 각각의 차별시정기구가 있었지만, 통합형 인권기구를 설립하는 게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주장에 따라 2006년 평등법이 제정되었고, 평등·인권위원회가 설립되었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은 ‘차이’와 ‘차별’을 인식하는 토양 만들 것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에 대해, 홍성수 교수는 “한국 헌정질서가 평등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기본법’이 제정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기본법이란 어떤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기본이 되는 사항, 예컨대 기본 용어의 정의, 정책 추진 원칙과 방향, 추진체계, 재원 조달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규정하는 입법의 한 유형으로서, 보통 비슷한 목적으로 제정된 여러 법률들의 우산 역할을 한다.”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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