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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를 ‘지켜보는 노동’을 하는 여성들

[기록되어야 할 노동] 관제요원 황미란 씨의 이야기 


※ <일다>는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과 공동 기획으로, 지금까지 기록되지 않은 여성노동자들의 ‘일’을 이야기하는 인터뷰를 싣습니다. “기록되어야 할 노동” 연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보도됩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지자체 관제요원이라는 새로운 일자리


차태현이 주연을 한 <슬로우 비디오>(김영탁 연출, 2014)라는 영화가 있다. 흥행을 한 영화가 아니라 아는 사람이 많진 않다. 나 또한 우연히 보았을 뿐이다. 이 영화를 떠올린 것은 관제센터에서 일한다는 그녀를 만나고서다.


“죄송하지만, 무슨 일을 하시는지 잘 몰라요.”


시에서 운영하는 관제센터가 직장이라는 그녀의 일이 잘 와 닿지 않았다. 그녀는 온종일 cctv 화면을 보고 있는 일에 대해 들려주었고, 듣다 보니 이 영화가 떠오른 게였다. 당시 영화의 카피는 이랬다. ‘지켜보고 있다.’ 영화가 개봉한 2015년은 불법촬영물 문제가 불거지기 전, 지금으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문장이지만 영화 속 차태현은 정말로 지켜보는 사람이다. 차태현의 극 중 직업이 관제센터 직원이었던 것.


내가 만난 황미란 씨도 지켜보는 이였다. 몇 해 전부터 지자체들은 cctv관제센터를 개설했다. 방범용 cctv를 관리해 범죄와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목적이라 했다. 실제 범죄율이 낮아졌다며 각 시구군은 보도자료를 배포하지만, 누군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유쾌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어째 좀 으스스한데요.”


나는 허공을 향해 두리번거렸다. 일부러 찾지 않아도 장소가 시청 인근인지라 고공에 달린 방범 카메라가 두어대 눈에 들어온다. (실제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의 무분별한 관제로 인해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위반하는 불법 감시 행위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인권・시민단체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런 직업이 있는지 전부터 아셨어요?”

“관제센터라는 존재도 몰랐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좀 그렇지만 저희 같은 경우는 일자리가 있으면 가야 하는 거예요. 계약직이기 때문에. 가서 정 안 맞으면 그만두고.”


그래, 그녀는 관제센터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세상 모든 일이 노동으로 이뤄지는지라, 관제센터에도 노동자가 있다.


▲ 자료 이미지: 영화 <슬로우 비디오>(2014) 중에서   


200여 개의 화면을 지켜보는, 그림자 노동


황미란 씨가 일한 곳은 김천시 CCTV통합관제센터. 관제센터에 일하는 이가 당시만 해도 36명이었다. 당시라고 한 것은 그녀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 일할 당시 이야기를 해보자.


“앞에는 벽면 하나가 다 모니터이고, 개인 자리에는 모니터가 2대씩. 모니터 하나당 9분할 해서, 그럼 18개잖아요. 그게 13초마다 돌아가니까. cctv 화면을 1인당 150개, 많이 보면 200개.”


200여 개의 화면을 보며 사건 사고의 위험을 감지해내는 것이 이들의 직업이다. 기계가 365일, 24시간 쉬지 않으니 사람도 3교대라고 했다.


“우리가 24시간 지켜보고 있다가. 교통사고가 난다던가, 자살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던가. 소매치기나 뺑소니 각종 사건을 감지하고 112 또는 119에 연락을 하는 거죠. 학교 인근에서 일이 있으면 학교로 연락을 하고. 여기는 시골이다 보니까, 밤에 계절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가시는 어르신이 있으면 가보라고 해요. 치매 어르신일 경우가 많더라고요.”


종일 작게 분할된 화면을 보는 일이다. 어디가 고장이 날지 뻔하다. 눈은 뻐근하고 어깨는 뭉치고. 안 그래도 그녀는 ‘예비 2번’이라고 했다. 계약직원 2명을 뽑는 면접에 서류전형 통과자 10명이 왔다. 경쟁률이 높아 걱정했지만, 공공기관 기간제로 일한 경력이 많으니 유리할 거라 믿었다. 그런데 탈락이었다. 아니, 예비 2번이라고 했다. 별로 기대하진 않았다. 그런데 며칠 되지 않아 연락이 왔다. “못 견뎌서 하루 만에 나가는 사람도 있어요.” 이 직업도 ‘돈 벌어 병원 가져다준다’는 일인가 보다.


그럼에도 황미란 씨는 관제센터 일이 적성에 맞는다고 했다. “저는 자세히 살펴보고 그런 거 좋아하거든요. 오늘은 어디가 바뀌었네? 신기해서 찾아보고.” 호기심이 많고 바지런한 성격이다. 자신의 말로도 “앉아서 거저 돈 받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김천경찰서로부터 표창도 받았다.


“그런데 요즘은 제 (상 받은) 기사가 안뜰 거예요.”


맞다. 이제 그녀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다른 것이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김천관제센터분회장 황미란.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김천통합관제센터지회 황미란 분회장의 모습(우측)   ©노동조합 제공 사진

 

공공기관 기간제 인생


황미란 씨가 공공부문 일자리에 첫발을 들인 것은 2005년. 통계청에서 보름짜리 조사원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찾아간 것이 시작이었다.


“인구조사같이 통계청에서 조사하는 게 엄청 많거든요. 조사원을 짧으면 보름 정도 해서 뽑아요. 내근으로 들어가면 3개월. 시청에도 그런 일자리가 있어요. 3개월 단위 일을 전전하다가. 2015년에 농산물품질관리원이라고 국가기관에서 11개월짜리 기간제를 뽑는 거예요. 그 일이 끝날 즈음에 다른 데 공고 뜬 것 없나 알아보다가 여기를 본 거죠. 계약이 끝나면 그만둬야 하니까. 재계약 연장해주는 일이 없거든요.”


10년 세월 동안 그녀는 내내 기간제 일자리를 떠돌았다. 그런데도 자신이 비정규직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기간을 정해두었기에 기간이 끝나면 나가는 일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것의 다른 이름이 비정규직이다. 아니, 아예 몰랐던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 일자리는 다 그래, 그 마음이 더 컸다. 다 그랬다.


일터를 취재하다 보면, 기간제‧단시간 계약직을 가장 많이 발견하게 되는 곳이 아이러니하게도 공공기관이다. 근무 기간이 1년을 넘지 않는 기간제 노동자가 수두룩하다. 3개월, 6개월 단위로 쪼갠다. 대부분 여자 일자리다. 아니 여자밖에 들어올 수 없는 일자리를 만든다. 그녀도 그중 한 명이었다. 김천시 관제센터에 첫 출근을 해 쓴 것도 2년짜리 근로계약서가 아니었다고 한다.


“(2016년) 12월 1일에 첫 근무를 했거든요. 한 달짜리 계약서를 처음 썼죠. 밑에 당구장 표시하고 2017년 이후에 재계약할 수 있음이라고 써있더라고요. 그다음 해에도 계약서를 바로 쓴 게 아니고, 그해 12월이 다 되어가지고 계약서를 쓰게 하고.”


이상하게도 우리는 일터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일이 잦다. 엉망인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을 받아들게 된다. 이 글을 읽는 이 중에 ‘취업규칙이 뭐지?’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 발달로 모두가 준전문가라는 요즘, 여전히 일터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권리가 넘친다. (자사의 노동조건과 규율을 명시한 것이 취업규칙이다. 근로기준법은 사업주에게 취업규칙을 작성해 일터에 비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녀 또한 법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오랜 직장생활 경험으로 부당함을 감지했다.


“아무것도 없었어요.”


‘아무것도’에는 회식, 워크숍 같은 정규직은 가고 비정규직은 못 가는 행사부터 교통비, 식대까지 포함된다. 출근 첫날 다른 동료의 월급명세서를 봤는데 한숨이 나왔다고 한다. “3교대 하고 야간근무하니까 꽤 되겠지 했거든요. 이건 아니잖아. 야간까지 하는데.”


비정규직은 5월 1일만 쉬는 날?


적은 임금에는 이유가 있었다. 휴일 수당이 거의 붙지 않았다. 3교대 특성상 휴일 근무가 일상이었는데, 빨간 날이 휴일로 인정되지 않았다. 성탄절도, 어린이날도, 개천절도, 명절도 휴일이 아니라고 했다. 휴일 수당이 인정된 날은 5월 1일(노동절)뿐이었다. 바로 옆 사무실 공무원들은 그날 다 쉬는데, 자신들은 관제센터에 나와 일을 해도 휴일 수당이 붙지 않았다.


황미란 씨는 주무관을 찾아갔다. 인터뷰를 하며 느낀 바지만, 그녀는 꽤나 당찬 성격이다. 동료들이 계약직이라 말 못 하는 사안을 그녀는 “어차피 2년 있으면 나갈 건데 뭐가 무서워서 말을 못 하냐”고 되받아쳤다. 주무관을 찾아가 물었다.


“휴일을 어떻게 5월 1일 하루만 해놓을 수 있어요?”

주무관은 이리 답했다고 한다. 

“공무원 아니잖아요?”


‘법정 공휴일’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정직원들에게 해당하는 휴일이라는 소리였다. 허나 그녀의 상식으로는 납득되지 않는 말이다. 여태까지 크리스마스를 공무원만 쉬는 휴일이라 생각해본 적 없다. 그래도 한발 물러서 명절 휴일을 이야기했다. 명절조차 휴일이 아닌 것은 이상하지 않냐고.


“너희들은 다 쉬고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일을 우리는 집에 안 가고 하고 있지 않냐. 그랬더니 기억나는 게 주무관이 근로기준법 이따만한 책을 나에게 짝 펴고. 봐라. 법정 공휴일이 5월 1일 하루라고 법에 명시했다. 저는 근로기준법을 처음 봤어요. 아니, 내가 떡값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휴일에 나와 일하는 사람 돈을 달라는데.”


분한 마음에 그녀는 집에 와서 밤새 인터넷으로 근로기준법을 검색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문구를 찾아냈다. ‘회사의 재량에 따라.’ 그 문구를 들고 다음 날 또 주무관을 찾아갔다. “여기 회사의 재량이라 써 있지 않냐. 그러면 시장님께 가서 재량을 보여달라고 하라고.”


결국 명절 휴일을 인정받았다. 만만하게 넘어가는 성격이 아니다. 그런 그녀가 “정규직 전환이란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는 소리를 들었다.


좋은 소식 기다리다가 노조를 만들다


작년 봄, 주무관은 관제센터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고 했다. 여기 직원들은 상시 업무자로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관제센터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 라인>에 해당하는 직종인 것이다. 그런 지침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내심 기대가 됐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었다.


시간만 갔다. 5월이 되자, 시는 계약 기간이 만료된 사람들을 나가라고 했다. 재계약도, 정규직 전환 얘기도 없었다. 이번에도 쫓아가 물었다. 예산 부족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황미란 씨도 계약종료 시점이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도 11월 30일이 되면 저들처럼 집에 가겠구나.”

고심하던 중에 라디오 광고가 귀에 꽂혔다.

“당시에 라디오에서 민주노총 광고가 매일 같은 시간에 나왔어요. 오후 2시쯤인가. 그 번호를 받아 적었어요. 여기 전화해볼까.”


한참 고민했다. 예전에 고용노동부에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어쩔 수 없다는 상담원의 무성의한 답변에 별 말 못 하고 전화를 끊은 경험이 오래 남았다. 그래도 결국 전화를 했다. 그 후 김천통합관제센터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정식 명칭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경북지역지부 김천통합관제센터지회) 김천시청 앞에 농성 천막도 세웠다.


▲ 300일 넘게 시청 앞에서 복직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농성을 했던 황미란 분회장과 조합원들.  ©출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김천관제센터분회


스마트한 일자리 줄이기와 ‘안전’의 비용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금까지 계약만료 통보를 받은 이는 27명. 다들 떠났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들이 떠난 후 관제센터에는 15명만이 일한다고 했다. 36명이 일하던 곳이었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 수를 줄이자는 꼼수인 것 같은데, 김천시청이 내세운 이유는 ‘선진 기술 도입’이다. 스마트 관제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했다.


스마트 시스템은 사물의 움직임을 자체적으로 감지할 수 있어, 사람이 일일이 변화를 감지하는 수고를 줄인다고 했다. 이제 한 사람이 더 많은 화면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은 반으로 줄고 봐야 할 화면은 2배로 늘었다. 4개 모니터 속 36개 분할된 화면을 이제 한 사람이 본다. 13초 단위로 변경되던 화면은 9초로 단축됐다.


시의 행동은 여러모로 황미란 씨의 상식을 거슬렀다.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해서 더 적은 사람이 많은 화면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인력충원이 힘들어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일할 사람이 있는데도 기술을 도입해 일자리를 줄이는 거잖아요.”


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일을 섭리처럼 받아들이는 요즘이지만, 어떤 기술을 사용할지 결정에는 의도가 분명 있다. 김천시의 예산 배치에 따른 일이다. 시가 말하는 예산에 걸맞은 고용이란, 초 단위로 전환되는 400여 개의 화면을 종일 들여다보다 1년 기간이 되면 짐을 들고 떠나는 노동을 말하는 걸까.


“관제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보는 건 누구나 눈만 뜨면 봐요.” 그렇지만 잘 보는 것은 숙련된 사람의 몫이다.


“카메라만 보면 되는 게 아니라 길을 알아야 하잖아요. 사고가 나도 그렇고 범죄자가 도주할 때도, 내 카메라에 보이는 길이 어디로 이어지고, 몇 번 카메라랑 연결이 되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새로 오신 분들은 몰라요. 적어도 2년은 일해야 알지. 카메라는 요만큼만 보이거든요. 이어지는 길이라고 카메라 화면도 바로 붙어 있는 게 아니고.”


황미란 씨는 연등 행사와 같은 퍼레이드가 있는 날이면 자체적으로 교육을 했다고 한다.


“우리 팀원들 보고 연등이 여기서 출발했으니까 그다음 카메라 어디? 지금 거기 켜놓고 있어봐라. 그렇게 길을 익힐 수 있거든요. 연등은 눈에 확 들어오잖아요.”


그녀만의 노하우다. 하지만 계약은 종료됐다. 숙련의 경험이 이어지지 못한다. 1년이면 사라진다. 길어봤자 2년이다. 비용문제를 말하지만, 늘 그렇듯 숙련된 노동자가 책임지는 안전의 가격은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노조원과 노동자


27명이 해고됐지만, 시청 앞 농성장에 남은 이는 9명. 야금야금 수가 줄었다. 황미란 씨는 자신은 무탈하고 평범하게 살아왔다고 했다. 거리에 나와 하는 1인시위도, 시청에 들어가서 하는 관계자 면담도 모두 처음 하는 일. 얼굴이 빨개지면 모자로 가리고 다리가 후들거리면 1인시위 피켓으로 가렸다고 했다.


“아는 언니가 모자를 하나 사줬는데. 얼룩무늬에 얼굴 가리는 그물망이 있는. 제가 그랬어요. 언니, 이거 마법모자다. 내 얼굴이 빨개지는 걸 옆 사람이 모르고. 내가 이 모자 때문에 시장실 앞이고 어디고 가서 서 있었다.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그이에게 무탈한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큰 시련이겠네요? 물었다. “아니에요. 지금도 재미있어요” 한다.


설마 재미있었을까. 황미란 씨의 포상 기사를 찾으려다가 그녀를 ‘노조원’이라 부르는 기사들을 발견했다. 관공서와 지역 언론은 그녀와 8명의 동료들을 그렇게 불렀다. 노조원 앞에는 폭력, 생떼, 점거 같은 단어가 붙는다. 존재조차 모르던 그림자 노동을 하다가 그 존재를 드러내려는 순간, 노조원이 되어버리고 만다.


몇 해 전 지금과 같은 기획으로 <기록되지 않은 노동>을 담았다. 여성들의 그림자 노동을 기록하는 연재였다. 당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노동도 기록됐다.(“욕설은 기본” 톨게이트 女노동자의 호소, 변정윤 기록, http://ildaro.com/6646) 고속도로에서 쉽사리 마주치지만 그이들을 노동자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었을까. 그이들 또한 황미란 씨처럼 목소리를 내는 순간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노조원이 됐다. 직접고용을 요구한 요금수납원 1천5백여 명이 해고됐다. 지난 6월, 40여 명의 요금수납원들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서울 톨게이트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고공농성 중인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인증샷 릴레이에 참여한 황미란 분회장과 조합원들.  ©출처: 공운수노조 김천관제센터분회


아스팔트 길목 중간에서, 관제센터 모니터 앞에서 소리 없는 노동을 할 때 그이들은 노동자가 아니었다. 권리도 모르는 노동을 했다. 소리를 내면 노조원 딱지를 붙이고 떼를 쓴다거나 무리하다는 반응이 돌아온다. 이들이 고공에 오르고 천막을 치는 상황으로 몰린 이유는 묻지 않는다. 그래서 싸움이 더 힘들어진다.


‘재미있다’는 황미란 씨의 말은 사실일 게다. 고작 9명이 300일을 버텼다. 원래 즐거움이란 고난을 함께 누린 사람들 간의 유대와 정을 말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그녀의 재미를 함부로 추측하려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재미가 일터에서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반가운 소식! 복직과 정규직 전환 합의


김천시청 앞 천막에 내리쬐던 땡볕도 한결 가실 즈음,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됐다. 8월 23일, 김천시가 관제센터 노동자의 복직과 정규직 전환에 합의한 것이다. 천막농성 387일, 그리고 해고 266일째였다.


그 소식을 들으며,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에게도 올 좋은 소식을 기다렸다.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결과가 코앞으로 다가온 때였다. 8월 29일, 368명의 요금수납원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은 이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했다. 이들의 재미도 일터에서 이뤄지기를 조금 더 희망을 갖고 바라본다. (기록노동자 희정)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기록되어야 할 노동” 기획 연재를 위해 자문해주신 분들입니다. 고주영(공연예술 독립프로듀서), 박준우(프리랜서 작가), 이민영(비전화공방서울), 이충열(여성주의 현대미술가), 최하란(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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