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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여성’ 혐오 발언의 출처가 페미니즘이라고?

오차노미즈여자대학 트랜스젠더 여학생 수용키로 밝힌 이후


일본에서도 트랜스젠더(transgender, 태어날 때 주어진 성별과 스스로 인지하는 성별이 달라서 다른 성으로 살고 있거나, 살기를 희망하는 사람)로서 자신의 성을 여성이라고 인지하는 사람(이하, 트랜스 여성)에 대한 차별 발언이 횡행하다. 이 문제에 관해 올해 2월 “트랜스 여성에 대한 차별과 배제에 반대하는 페미니스트 및 젠더/섹슈얼리티 연구자 성명”이 발표되기도 했다. 그 발기인 중 한 명인 호리 아키코 씨의 기고를 싣는다.


대학 강사인 호리 아키코(掘あきこ) 씨는 <분단된 성차별-페미니스트에 의한 트랜스 배제>(2019년, 여성들의 21세기 no.98),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영화)에 나타난 트랜스 여성의 신체 표상과 ‘모성’>(2019년 인권문제연구 16) 등의 논문을 썼다. 국내에는 <‘조롱하기의 정치’와 2018년의 현재>(2018년 문화과학 No.95)가 번역, 소개되어 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2019년 2월 발표된 “트랜스 여성에 대한 차별과 배제에 반대하는 페미니스트 및 젠더/섹슈얼리티 연구자 성명” 발기인 중 한 명인 호리 아키코(掘あきこ)씨. (페민 제공)


여자대학교 트랜스 여성 입학에 관한 부정적 여론


작년 7월, 2020년부터 여성이라고 스스로의 성을 인지하는 트랜스젠더 학생을 수용하겠다는 오차노미즈여자대학의 방침이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미국의 여자대학을 대상으로 트랜스젠더 학생 수용과 관련한 조사를 하고 있는 츠다주크대학 다카하시 유코 학장은 이 방침에 대해 “21세기에 여자대학의 존재의미를 갱신해야 할 필요와 마주한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여자대학교의 원류는 여성이 역사적으로 고등교육에서 배제되었던 현실적인 배경에 있습니다. 그 배제가 여성멸시와 가부장제에 유래하는 성별 이원론에 의해 발생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때문에 젠더 억압에 저항해온 여자대학이 ‘젠더를 이유로 한 성소수자 억압 문제와 싸운다’는 트랜스-인클루시브(trans-inclusive, 트랜스젠더를 포함) 방침을 취하는 것은 현대 여자대학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 보도 직후 온라인상에서는 오차노미즈여자대학의 방침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들끓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이, 트랜스 여성이 다른 여성들과 화장실이나 옷 갈아입는 곳, 샤워실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입니다. 트랜스 여성은 성범죄를 저지를 의도를 가진 남성과 외관상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화장실 등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작가 햐쿠타 나오키 씨는 “나는 여성이다”라고 주장하기만 하면 여자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인 양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성 정체성(성 동일성, 젠더 아이덴티티)은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자기 자신에 관해 어느 정도의 일관성을 가진 감각입니다. 의학적으로 실시되는 성별 위화감 진단에서도 ‘반대 성별에 대해 강하고 지속적인 동일감을 느끼는지’가 검토됩니다. 따라서 햐쿠타 씨의 발언은 악의적 오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트랜스 여성에 대한 차별적·배제적 발언은 온라인에서 확산일로에 있습니다. 가령, 미국 스포츠경기에서 트랜스 여성이 상위를 차지했다는 보도를 인용해 ‘트랜스 여성에게 시스 여성(타고난 성별과 성별 정체감이 일치하는 여성)의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의 방식입니다.


트랜스젠더의 개념이 광범위해서 남성 성기를 가진 트랜스 여성도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그러한 사람과 화장실이나 공중목욕탕을 공유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며 성범죄자와 트랜스 여성을 연결 짓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여자 화장실을 사용할 경우, 트랜스젠더임을 표시하는 배지를 달게 하면 된다는, 마치 강제수용소를 떠올리게 하는 의견도 보입니다.


이에 더하여 트랜스 여성은 성별 적합 수술을 받더라도 Y염색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남성이다, 트랜스 여성은 남성으로 태어나 ‘남성 신체의 특권’을 갖기 때문에 ‘진짜 여성’은 될 수 없다, 등의 생물학적 성별만을 근거로 하는 본질론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올해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에 도쿄에서 열린 여성행진에서는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선동하는 피켓과 구호를 금지한다’는 주최 측의 사전 안내방송이 있었다. “Trans Women Are Women”(트랜스 여성은 여성입니다)라고 내건 피켓도 등장했다. (페민 제공)


트랜스 혐오 발언의 출처가…


트랜스 여성이 겪고 있는 삶의 어려움은 무시한 채 매일 트랜스혐오적인 발언들이 쌓이고 있는 가운데, 무엇보다 주목해야 하는 현상은 ‘페미니스트’라고 자칭하는 여성들로부터 이러한 발언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의 주장은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성차별을 받고 성폭력을 당하고 있는데 “남성의 특권을 향유해 온 트랜스 여성이 우리의 작은 권리마저 박탈하려고 한다” 혹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없애는 것이 선결 과제이며, 그것이 해결된 후에 트랜스 여성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것입니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경험을 소중히 다뤄왔습니다. 여성의 공포에 귀를 기울였고, 그것이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을 통찰했으며, 그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키워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SNS에서는 #MeToo 운동을 비롯하여 페미니즘이 논해온 미소지니(misogyny, 여성혐오)와 젠더 규범 강요에 대해 비판하며 사회를 바꾸려는 수많은 목소리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한편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페미니스트’가 트랜스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고 존엄을 손상하는 성차별의 주도자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성으로 살고, 살기를 희망하는 트랜스 여성을 ‘남자 몸을 가졌다’, ‘여자 코스프레’라고 비방하며, 임신하는 성으로서 차별을 받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여성으로 대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트위터상의 차별 발언으로 인해 심신이 무너지고 있다고 호소하는 트랜스 여성 당사자에게 “타고난 여성에게 죄를 전가한다”며 트랜스 배제의 말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도 말합니다. “해외에서 유래한 트랜스젠더라는 개념이 어느샌가 우리 사회에도 침투해왔지만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없으며, 여성이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차별’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다. 나는 차별 받는 여성으로서 남자의 신체가 두렵고 남성에게 권리를 빼앗기고 싶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라고요.


‘배제’의 현실을 변화시킨 여자대학, 페미니즘의 역할


여성은 남성중심 사회 안에서 불공평한 대우를 받아 왔고 현재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클루시브(inclusive; 수용, 포함)가 필요한 것은 익스클루시브(exclusive; 배제, 배타)라는 상황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성으로 사는 트랜스 여성은 성차별을 당하고 성폭력 피해를 입고 저임금과 비정규고용에 고통받는 여성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의 사회는 트랜스 여성의 존재를 무시하고 배제해왔습니다. 이 배제의 책임은 시스젠더라는 주류 쪽에 있습니다.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가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된 지금, 시스 여성은 트랜스 여성과 자매애로 연결되어 성차별 사회에 맞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트랜스젠더라는 존재가 나타난 게 아니라, 우리는 이미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 겪는 배제와 차별, 삶의 어려움을 무시해왔습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배제의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이 이 사회에서 페미니즘이 갖는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호리 아키코 님이 기고하고,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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