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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女노동자 ‘임금차별,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
 
“한 공정에서 똑같이 기계 8대씩 보는 일을 했는데, 임금을 똑같이 받냐 하면 아니에요. 같은 일을 하는 남자들에 비해 임금을 너무 적게 받았어요. 호봉이 그렇게 (성별로) 나뉘어져 있어요. 여자는 35구간이고 남자는 64구간이에요. 나이가 많을수록, 근속년수가 더 많을수록 차이는 더 많이 나죠. (임금총액이) 65%까지 차이가 나요.”
 
화학섬유제조업체 효성 울산공장에서 8년째 일해온 김원주(28)씨는 동료 세 사람과 함께 임금차별에 관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처음부터 남녀의 호봉체계 달라
 

김원주씨는 효성 울산공장에서 8년간 일했다

효성공장은 입사 때부터 남성은 ‘기능직’, 여성은 ‘생산직’으로 분리된 호봉체계를 가지고 있다. 김원주씨는 “기능직이라는 것이 정말 기능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말한다. “공고를 나온 것도 아니고,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기능직에 배치되어서 그때부터 일을 배우는 것일 뿐”이므로 이러한 구분 자체가 성차별이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김씨는 입사 후 6년간 재직공정에서 근무했는데, 같은 공정에서 일하는 남성들과 똑 같은 일을 했다고 말한다.
 
“당시에 함께 일하던 언니가, 같이 입사한 남자에 비해 너무 월급 차이가 많이 나지 않냐며 불만을 많이 표했었어요. 같은 일을 하는데 왜? 남자가 일하다 빠지면 그 라인에서 내가 들어가 작업을 하는 구조인데, 왜 월급차이가 나는지 하고요. 근데 그때는 원래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는 걸 어쩌겠냐 하고, 부당하다곤 생각해도 (우리가) 바꿀 수 있단 생각은 못했죠.”
 
김원주씨가 우리 법에 동일노동동일임금이 규정돼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2006년 사측으로부터 권고사직 압박이 심해져 대응을 모색하려고 모였을 때다. 노무사와 상담을 하면서, 남성들과의 임금격차가 성차별에 해당한다는 정보를 얻게 됐다.
 
국가인권위 ‘분리호봉제는 성차별’, 동일가치노동 인정
 
김씨와 동료들 4인은 효성공장의 임금차별 건에 대해 울산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같은 공장의 5급 생산직 여성들 8인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넣을 때 대리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효성 측이 성별에 따라 기능직과 생산직으로 분리 채용해 배치하고 분리된 호봉제를 적용함으로써 남성에 비해 합리적 이유 없이 임금에서 차별한 점이 인정된다며, 주식회사 효성 대표이사에게 임금제도를 시정하고 미지급된 임금을 지급하도록 권고했다.
 
사측은 생산직과 기능직의 구분은 성별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 등의 차이로 인한 “직무가치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자체 조사결과 효성의 임금제도를 합리화할 수 있는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즉, 채용 시 기능직 근로자들이 자격증이나 직무기술을 요구 받지 않았으며, 채용 후에도 배치에 앞서 별도의 능력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채용자격요건이 생산직과 동일하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생산직에는 모두 여성만, 기능직에는 모두 남성만 채용, 배치했고 호봉에 있어서 차이를 두었다는 점은 ‘성차별’에 해당한다는 것.
 
효성공장 여성노동자들은 특히 인권위가 생산직 업무와 기능직 업무의 직무가치를 비교해 ‘동일가치노동’이라고 판단한 점을 의미 있게 보고 있다. 김원주씨는 남성과 여성의 직무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남자들은 순간 힘을 필요로 한 일이 많지만, 대신 여자들은 하루 종일 서서 일해야 해요. 쉴 시간이 없어요. 쉬면 사고가 나니까.”
 
사측은 남성들의 직무가치가 여성보다 높다고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몇몇 작업공정에서 남성들이 난이도가 높은 일을 하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여성들이 오전과 오후 각 20분을 제외하고는 직립상태로 지속적인 근무를 수행하는 다른 측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확인했다.
 
울산지법 ‘동일가치 아니다’ 결정에 女노동자들 항소
 

항소 건으로 논의 중인 이선이 공인노무사(좌)와 김원주씨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미지급된 임금을 지급하거나 임금제도를 변경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김원주씨를 비롯한 4인이 제기한 민사소송의 결과도 1심에서 원고 패소판결이 나왔다.

 
지난 2월 19일 울산지방법원은 인권위원회의 판단과는 달리, 기능직 남성들의 노동과 생산직 여성들의 노동이 ‘동일가치노동이라고 볼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김원주씨 측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관건이 되고 있는 것은 비교대상이다. 법원은 “비록 (여성노동자가 속한) 제직공정에서 일하는 기능직, 생산직 근로자의 작업조건이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사업장에서 전체 기능직, 생산직 근로자들의 전체적 작업조건이 동일가치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 공정 안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직무가치가 비슷하다 하더라도, 다른 공정 남성의 직무와는 차이가 있으므로 ‘동일가치노동’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것. 문제는 효성공장 안에 여성들은 불과 십 수명밖에 되지 않는 인원이 2~3개의 공정에서 일하고 있는데 반해, 남성들은 훨씬 많은 인원이 다양한 작업공정에 전환 배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선이 공인노무사(울산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각 공정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고 일의 종류도 다른데, 법원의 판단대로라면 소수의 여성들이 해당 사업장 안에 존재하는 모든 남자들과 똑같은 일을 해야만 동일가치노동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라며 “말이 안 되는 판결”이라고 반박했다.
 
이선이 노무사는 또한 “서로 다른 공정에서 일하는 남자들 간에는 같은 임금을 받아도 문제가 되지 않고, 남자와 여자가 같은 임금을 받는 것은 문제 삼는가?”라고 반문하며, 항소심에선 ‘성차별적인 선입견에서 벗어난 법적 판단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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