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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에 ‘안녕’을 선언하기까지
[Let's Talk about Sexuality] 미레나 시술 이후 (채은)
※ <일다>는 여성들의 새로운 성담론을 구성하기 위하여, 몸과 성과 관계에 대한 다양한 가치관과 경험을 담은 “Let's Talk about Sexuality”를 연재합니다. 이 기획은 한국여성재단 성평등사회조성사업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월경, 여성들만의 일?
친구들이 하나둘 초경을 하던 때, 한 친구는 ‘여자가 됐다’며 집에서 축하 파티를 열어줬다고 했다. 꽃도 받았다. 사촌은 이제는 아이가 아니고 여자가 된 것이라 몸을 소중히 해야 한다며 금반지를 선물 받았다고 했다. 이전에는 여자가 아니었던 걸까? 생리를 하지 않으면 영원히 어른도 여자도 아닌 걸까? 완경이 온다면 여자가 아니게 되는 걸까?
우리 집에서 생리는 은밀하고 수치스러운 것이었다. 초경이 시작되었을 때 엄마를 은밀히 불러 “나 그거 하는 것 같아” 라고 말했더니 엄마가 바로 돈을 줬다. 이후에도 집에 생리하는 사람이 둘이나 있는데 생리대는 각자 방의 서랍 속 깊이 보관했고, 월경 관련해서는 항상 조용히 말했다. 우리 집 화장실에는 쓰레기통이 따로 없었는데, 생리대 포장지라도 두고 나오면 칠칠치 못하다고 잔소리를 듣기 일쑤였다.
집에 양육자는 둘이었지만, 월경은 철저히 여성 어른만의 일이었다. 엄마가 없을 때에는 도저히 아빠한테 말을 할 수 없어서 마냥 엄마를 기다렸다. 아빠는 딸자식이 있는데도 얘가 생리를 하는지 안 하는지, 생리대는 언제 사며, 화장실에 쓰레기통이 없는데 어떻게 처리하는지 한번을 알지 않은 채 나는 독립했다. 아마 아빠는 그걸 영영 모를 것 같다.
원인도 알 수 없고 치료도 할 수 없는 ‘월경통’
학교 체육 시간에 매트 위에서 놀다가 피가 샌 적이 있었다. 친구가 귓속말로 “너 샜어.”(여기서 포인트는 주어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다.) 알려주더니 반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에게 흰 매트에 피가 묻었다고 말하는데, 엄청난 치부를 들킨 것 마냥 얼마나 수치스럽던지 정말 딱 죽고 싶었다.
왜 그렇게 부끄러웠던 걸까? 월경은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이고 월경혈은 내가 어떻게 조정할 수 없는 것인데도 그땐 그랬다. 체해서 구토를 하면 몸이 아픈 거라 그러려니 하고 나도 다른 사람들도 넘어가지만, 이상하게도 월경과 관련된 것은 은밀한 것이고 드러나면 칠칠치 못한 것으로 연결되어 그러려니 할 수 없게 된다.
정작 피 흘리는 친구들과 냄새에 대해 이야기한 적은 없는데, 친구들도 나도 강박을 갖고 있었다. 다들 그러듯 나도 점점 몸가짐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월경 중에는 냄새가 날까 치마를 입지 않았고, 팬티 위에 속바지를 입고도 어두운 색의 바지를 입었다. 시시때때로 옷의 앞뒤를 확인하고, 피 냄새를 덜 나게 해준다는 오일을 속옷에 발랐다. 생리대를 담은 파우치와 탐폰 파우치, 약과 핫팩, 오일, 물티슈까지 담아 월경용품만 한보따리 가지고 다녔다.
▶ 깔창 생리대 파문과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올해 5월 26일 오후, 서울 하자센터 앞에서 열린 2018 월경페스티벌 <어떤 피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에서. ⓒ채은
열일곱쯤부터 시작된 월경통은 갈수록 심해졌다. 처녀막에 대한 (잘못된) 소문과 함께 탐폰 사용을 무서워하고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다행히 나는 별 관심이 없어 일찍부터 탐폰을 사용했고, 약을 신봉하여 진통제를 마구 먹었다. 일본 진통제까지 구해다 먹었다. 아직 탐폰을 사용해본 적 없고 진통제 먹는 것에 죄책감 느끼는 친구들이 많은 것에 비하면 꽤 자유로운 월경을 한 편임에도 아팠고, 번거롭고 귀찮았다.
월경 전에는 PMS(월경 전 증후군)로 우울했다. 월경 중에는 진통 주사를 맞기도 하고 약을 처방 받아 먹기도 했다. 병원에 수시로 다녔지만, 내가 묻기 전까지 호르몬 조절기구에 대해 안내 받은 적은 없었다. 어떤 병원에서는 의사가 미레나, 임플라논 등 호르몬 조절기구에 대한 설명은 전혀 하지 않은 채 백만 원이 넘어가는 비싼 레이저 치료를 권하기도 했다.
각종 진통제들을 복용했음에도 생리통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고, 생리 자체도 불편하고 짜증났다. 잠에서 깨어난 시점부터 잠들 때까지 신경 써야 했다. 생리대를 쓰면 피부가 짓무르고 질염이 심해졌다. 생리컵도 내게 맞는 걸 찾지 못했다. 그나마 탐폰이 나았는데 안전한 탐폰과 팬티라이너, 생리대는 비쌌다. 주사 맞으러, 처방 약을 타러 병원 오가며 드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시간 맞춰 생리대 가는 것도 번거로웠다.
월경 긍정하기, 월경하는 나와 잘 지내기
횟수로 백 번 넘게, 월경 중인 시간만 따져도 1년 넘게 했을 월경. 그러나 월경을 하는 나는 계속 어색했다. 월경하지 않는 때의 내가 원래의 내 멀쩡한 몸이고 월경하는 나는 문제 있는 아픈 몸 같았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이변이 없는 이상 몇 백 번을 더 하게 될 월경과 잘 지내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친구들과 “자궁아, 정자는 오지 않으니 포기하렴.” 이런 농담을 종종 했다. 성교육 시간에 난자가 정자를 기다리며 집을 지어 놨는데 임신하지 않아서 내벽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월경, 질, 난자, 자궁, 생식기, 임신. 물론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지만 이것도 논리적으로 이상한 부분이 있다.
페미니스트들의 ‘월경 긍정하기’ 자료를 보다가 임신의 실패로 월경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피임의 성공 또는 임신하지 않음의 확인으로 월경을 바라보는 관점을 접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관점이라 신기했다. <월경의 정치학>의 저자(박이은실) 강연에서는 월경이 임신을 위한 거라면 왜 완경까지 매달 하겠냐는 내용이 있었다. 또 다른 측면에서의 해석이었다. 이렇게 월경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는데 성교육은 왜 하나의 관점만 제공하는가. 이제는 보충할 때가 되었다.
그렇게 월경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알아가던 중, 처음으로 호르몬 조절기구에 관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피임기구의 일종으로 안내된 탓에, 남성과 섹스를 하지 않는 나에겐 먼 이야기였다. 시술 경험담도 주로 출산 경험자들이 말하는 피임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피임이 아니라 무월경, 생리통 완화의 방법으로서 접하게 된 건, 자신의 생리를 ‘선택’하는 용도로 미레나 시술을 한 분의 체험 영상(‘너나나나’ 링크 https://youtu.be/Uiuysy4Wvvk)을 본 게 계기였다. 그제서야 그런 방법도 있다는 게 나의 인지 속에 들어왔다. 그 이후 무월경을 위해, 더 나은 생리를 위해 임플라논 또는 미레나 시술을 한 사람들이 주변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미레나(mirena)는 자궁에 삽입하는 호르몬 조절장치로 생리양과 기간이 줄거나 중단되며, 수정과 착상을 예방한다. 5년 정도 효과가 있으며, 장치를 제거하면 이전 상태로 돌아온다고 의료계는 설명하고 있다. 임플라논(implanon)은 피하(주로 팔뚝 안쪽)에 이식하는 배란 억제 장치이며, 효과는 3년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쉬쉬하는 사회에 반기를 들며 월경에 대해 이야기할 곳을 마련하려는 취지로, 지난 5월 26일 하자센터 앞마당에서 열린 월경페스티벌(여성환경연대 주관)에 참석했다. 무대 위에 선 가수 슬릭은 공연하러 다니는 삶에서 월경의 번거로움을 겪어 임플라논 시술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가수뿐 아니라 배우들도 바쁘거나 일정이 불규칙한 사람들이 많을 텐데, 마치 월경하지 않는 것처럼 아무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연예인이 그런 이야기하는 것은 처음 봐서 신기했다. 참고로 슬릭은 무월경 상태가 되었고 만족한다고 밝혔다.
▶ 월경에 대해 이야기하자! 2018 월경페스티벌에 참여했을 때 나의 모습. ⓒ채은
월경통보다 월경에 대한 사회의 태도가 더 ‘짜증나’
미레나 시술을 잠정적으로 결정하고도 혹시 내 월경통에 다른 원인이 있을까 싶어 여러 검사를 했는데, 문제가 없었다. 결국 나는 월경통과 월경 과다에 대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러니 계획했던 대로 시술할 수 있어서 차라리 안심되기도 하고, 병원을 더 전전하지 않아도 되어서 걱정도 덜었다. 한편으론 화가 났다. 그럼 나는 왜 매달 아파하고 불안에 떨었던가?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로 아프고 불편한데 현대 의학은 여성의 삶을 외면하는 것일까?
진통제를 장기 복용하면 내성이 생긴다는 설은 매우 퍼져있다. 친구들에게 ‘약 신봉자’라는 말을 듣는 편인 나조차도 병원에서 약 복용 타이밍을 안내 받기 전에는 최대한 약을 덜 먹으려 매번 ‘조금 후’를 기약했었다. 월경통으로 아프면 챙겨봐야 할 것도 엄청나다. 월경용품 종류부터, 유해물질이 있는지, 진통제도 이것저것 복용해봐야 하고, 챙겨 먹어야 하는 영양제까지 참 많다. 월경과 여성 신체에 대해 터부시하는 문화에서는 월경 뿐 아니라 피임, 질염 등의 정보에 관해 어디에서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고, 심지어 병원에 가도 충분히 알려주지 않는다. 내 주변 여성들은 주로 직접 검색하고, 친구들과 정보를 나눈다.
미레나에 대해 인터넷을 검색했을 때도 치료 목적이라는 걸 증빙하기 위해 생리통으로 내방한 병원 기록이 있어야 한다거나, 의사가 먼저 권유해야 보험 적용이 된다는 등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정보가 많았다. 지인들은 믿을 만한 병원을 찾아서, 보험이 되는 병원을 찾아서 인천에서 안산으로 가기도 하고 경주에서 울산으로 가기도 했다. 나도 미레나 처방을 잘 해준다는 병원을 찾아 집 근처 산부인과를 두고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병원으로 갔다.
미레나 시술 후, SNS에 간단히 후기를 몇 개 작성했는데 생각보다 관심을 많이 받았다. 처음 알았다는 반응도 있었고, 비용은 얼마인지, 시술 과정에서 아팠는지, 보험은 되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어느 병원인지 등을 묻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여성들에게 산부인과의 문턱이 낮고, 미레나가 잘 알려져 있어서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쉬웠다면 거의 나오지 않았을 질문들인 것 같아 씁쓸했다.
▶ 생리를 ‘선택’하는 용도로 미레나 시술한 분의 유튜브 영상(너나나나) 중에서’ https://youtu.be/Uiuysy4Wvvk
보험에 가로막힌 선택지, 미레나 시술기
임플라논은 보험이 안 됐다. 의사가 먼저 임플라논이 좀 더 저렴하고 쉽고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들이 많이 하지만 보험이 안 된다고 말했다. 생리통과 생리 관련 완화 목적이라면 자궁에다 해야 한다는 일차원적 생각 때문인지, 아니면 피임이 목적인 경우에 보험 적용을 아까워하는 건지, 건강보험도 실비보험도 안 된다고 한다. 가격도 더 저렴하고 덜 아프고 시술도 수월한 임플라논은 그렇게 나의 선택지에서 강제로 제거됐다.
인터넷에는 자궁 내 장치는 통증 없이 15분만에 끝난다며 시술이 간단하다는 홍보물이 잔뜩인데, 실상은 전혀 아니었다. 미레나 시술은 번거로웠다. 생리 끝나는 무렵에 맞춰 시술을 해야 하고 병원은 멀었다. 금식도 해야 했다. 나는 아픔에 취약해 수면 마취도 했다. 밑이 아프고 헤롱한 상태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택시를 타야했다.
생각보다 소요되는 시간이 길었고, 인터넷에서도 병원에서도 사전에 안내 받지 못한 자궁경부 이완제도 넣었다. 시술도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수면 마취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밥을 먹으러 갔는데 피가 너무 많이 나서, 병원에서 시술 후 준 대형 생리대가 다 젖어 피가 넘쳐흘렀다. 그 와중에 유해물질이 나왔다던 생리대를 피해 할인하지 않는 생리대 대형을 샀다. 교체하고, 밥을 먹고 혹시 몰라 화장실에 갔는데 또 금방 다 젖었다. 또 생리대를 갈았다. 출혈이 생각보다 심한데 병원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이만 원 택시를 타고 집에 가보니, 대형 생리대를 또 갈아야 했다. 자다가 피바다가 될 것 같았다. 내 몸과 안 맞는 건가. 삼십 만원 날리는 건가. 이 정도로 피를 많이 흘린다는 얘긴 안내 받지 못했는데, 빈혈로 병원에 가야하는 거 아닌가 무서워하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병원에 전화했더니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미리 안내를 좀 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며칠이 지난 후에야 이전처럼 지낼 수 있었다. 그래도 조금씩 피가 비쳐서 계속 팬티라이너를 하고 다녔다. 몇몇 팬티라이너는 ‘의약외품’(보통의 생리대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된다)으로 취급되지 않고 ‘제품’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안전에 더 취약하다는 기사를 봤었다. 그래서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여 영국 회사 제품인 팬티라이너를 구매했다.
그 외에도 계속 허리가 쑤셨는데 ‘미레나 허리통증’으로 검색해보니 정보가 별로 없고, 잘못 자리 잡았거나 안 맞는 거라고 단언하는 글들만 나왔다. 물리치료를 받고 침을 맞았다. 지금까지 들인 돈과 내 고생을 그렇게 쉽게 날릴 수 없는데, 가는 병원마다 안 맞는 것 같으니 삽입된 기구를 제거하라는 말을 들었다.
산부인과에선 ‘적응기’라는 말로 일관했다. 6개월은 적응해야 한다고, 길면 1년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내 궁금증과 불안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돈과 시간을 날릴까봐 그냥 참았다. 미레나도 안 맞으면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했고, 기분이 쳐질 때면 미레나 부작용인가 싶어 또 걱정했다.
내가 월경과 미레나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는 이유
약 한달 후, 시술 전과는 확연히 양이 줄었다. 팬티라이너로 커버가 가능한 정도였다. 가장 큰 수확은 생리통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일상에 지장이 생기거나 약을 먹는 일이 전혀 없어졌다. 그것만으로 나는 만족했다. 두 번째 달에는 생리를 건너뛰고 세 번째 달에는 생리를 조금 했다. 현재 무월경에 가까워지는 중이라고 믿고 있다. 미레나와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찜찜하다. 내 부작용들이 만약 적응하지 못해 나타난 거였다면? 적응 신호와 그렇지 않은 신호를 구분하지 못해 몸이 상했다면? 미레나 시술이라는 선택지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찝찝함이 너무 많이 남는다.
왜 오랜 시간동안 내게 이런 선택지가 없었는지 추적해본다. 우선 이성애 중심인 한국 성교육은 나를 소외시켰다. 그저 피임법으로만 안내되었고, 다른 효과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피임법으로 쉬쉬되기 때문에 정보가 한정적이고 가격은 비싸다.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다.(여러 나라들에서 매우 저렴하게 시술되고 무료인 곳도 있다.) 보험 여부에 따라 몇십만 원 차이나는 비용, 보험이 적용되는 병원을 직접 찾아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나 지난한 과정, 높지 않은 성공률은 여성들에게 장벽으로 다가올 것이다.
미레나 시술을 했다고 하면 바로 “피임 때문에 한 거예요?” 묻는 오지랖만 넓고 상상력은 부족한 사람들도 있고, “정체성과 관련된 선택이에요?” 라는 질문도 들었다. 성 정체성에 관련된 질문이었을까? 나는 ‘정부 부처에서 가임기 여성을 지도에 수치화하는 정도의 나라에서 나 스스로 기꺼이 가임여성임을 발로 걷어차는 행위’라고 대답했다. 몸에 좋지 않다고 단언하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이런 시술이 정말 건강을 해친다면 의학 연구가 더 이뤄져야 하는 게 아닐까? 이런 질문들과 잣대들 또한 여성들에게 장벽으로 다가올 것이다.
왜 어느 병원에서도, 어느 학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았을까? 왜 나는 이 모든 과정을 스스로 찾아 나서야 했을까? 왜 정보와 연구가 부족할까?
그래서 나는 말할 기회만 생기면 계속 월경과 미레나 이야기를 한다. 시술을 권하려는 게 아니라, 한 명이라도 더 알아야 사회적 논의가 더 활발해지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뒤늦게 남동생에게도 월경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스러워했다. ‘자기가 알 필요 있냐’며 ‘다 큰 자신한테 왜 이러냐’고 물었다. 월경에 대해 하나도 모르면 아빠처럼 계속 모르게 된다고, 애인이나 딸에게 그런 존재이고 싶냐고 말했더니 볼멘소리는 줄었다. 사실 이것도 썩 마음에 차진 않는다. 인류에 대해, 인체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듯이 월경도 하나의 인체 생리현상으로 모두가 지금보다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피 흘리는 수많은 여성들이 월경에 대해 지금보다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월경통과 해결 방식에 대한 연구와 접근성이 낮아졌으면 좋겠다. 호르몬 조절장치 등이 실비 보험 없어도 선택할 수 있는 가격의 선택지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계속 월경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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