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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으로 몸은 이미 말하고 있다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본능적인 반응 이해하기
※ 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가 연재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세 개의 뇌
신경과학자 폴 맥린의 삼위일체 뇌(Triune Brain)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크게 세 개의 층으로 나뉜다. 첫 번째 층은 호흡, 심장 박동, 체온 유지 같은 생명 유지 기능을 담당하는 원시적인 뇌로 “파충류의 뇌”라고 부른다. 두 번째 층은 감정적 행동을 담당하는 감정의 뇌로 “포유류의 뇌”라고 부른다. 마지막 세 번째 층은 추론하고, 논증하고, 판단하고, 창조하는 이성의 뇌로 “인간의 뇌”라고 부른다.
▶ 뇌의 3층 구조 ⓒ출처: pureaffair.com/triune-brain
우리가 안전에 위협을 느끼거나 감정에 휩싸일 때는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인간의 뇌”가 아니라, 두 가지 동물의 뇌 “파충류의 뇌”와 “포유류의 뇌”가 강하게 작동한다. 그래서 갑작스런 폭력과 위험 상황에서 우리 모두는 생각이 멈추고 몸이 굳는다. 즉 신속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좋은 결정을 내리기는 매우 힘들다.
3F 생존 반응
생존하기 위해, 또는 고통이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두 가지 동물의 뇌가 즉각적으로 취하는 반응이 3F라고 불리는 얼어붙음(Freeze), 도주(Flight), 투쟁(Fight) 반응이다. (관련 기사: ‘연습을 해야만’ 위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http://ildaro.com/7643) 실제로 인간을 포함해 동물들이 위험에 반응하는 방식은 흔히 얼어붙음, 도주, 투쟁의 순서다.
얼어붙음 반응은 포식자가 접근할 때, 또는 위험상황에 놓였을 때 발각되지 않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것이 위험을 극복하는 데 적절하지 않거나 최선이 아닐 경우 뇌는 두 번째 방법인 도주 반응을 내보낸다. 얼어붙음 반응으로는 발각되는 것을 피할 수 없고, 거리를 벌리거나 도망치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때, 이제 남은 것이 투쟁이다.
투쟁 반응은 최후의 수단일 뿐, 피할 수 있을 때 피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셀프 디펜스에서 모면과 회피가 최고의 미덕이라고 강조한다.
알아두면 좋은 몸의 말
인간은 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을 사용해 의사를 전달한다. 흔히 언어적 표현은 “인간의 뇌”인 대뇌신피질과 연결되고, 비언어적 표현은 인간의 감정과 오래된 습관으로 “포유류의 뇌”인 변연계와 연결된다고 한다.
의식하든 안 하든 순간순간 우리는 반사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즉 몸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몸의 말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적절히 사용한다면 셀프 디펜스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 눈
우리의 생존 본능은 ‘눈 가리기’를 통해 정보를 차단한다. 걱정이 있거나 두렵거나 싫을 때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눈을 가리거나, 실눈을 뜨거나, 눈을 꽉 감거나, 고개를 돌리거나, 등을 돌려서 보지 않으려고 한다.
연인 사이나 엄마와 아기처럼 사랑이나 호기심이 있을 때는 서로의 눈을 응시한다. 그러나 상대를 복종시키거나 위협할 때도 상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뇌는 사랑, 관심, 증오를 전달하기 위해 ‘강한 응시’를 이용한다.
▶ 본능적인 반응 ‘눈 가리기’ (pexels.com의 CC0 라이센스 사진입니다.)
- 손과 팔
직립보행을 하면서 우리는 손과 팔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됐다. 외부 위협에 대해서도 일차적으로 손과 팔이 반응한다. 물체가 날아오거나 사람이 가까이 올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손과 팔을 사용해 막으려고 한다.
심지어 누군가 총을 쏴도 손과 팔을 들어 방어하려고 한다. 팔로 총알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 몸통
우리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지배하려고 할 때 가슴을 부풀린다. 화가 나서 흥분하거나 상대를 위협할 때 가슴을 부풀리고 헐떡거린다. 실제로 상대를 때리려고 할 때 가슴이 부풀려지는 사례가 많이 관찰된다.
몸통에는 심장, 폐, 간, 소화기관처럼 생명과 직결된 내장기관이 집중돼있고, 특히 몸통의 앞면은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그래서 뇌는 위험한 상황이나 감정적으로 불편한 상황에 처하면, 몸통의 앞쪽을 보호하려고 몸을 돌린다.
- 발과 다리
발과 다리는 수백만 년 동안 우리의 주된 이동 수단이었다. 인류는 발과 다리를 이용해 도망치고, 일하고, 생존했다. 예를 들어 바닥이 뜨겁거나, 해충을 만나거나, 열매를 떨어뜨리기 위해 발을 떼거나 멈추거나 도망치거나 차면서 발과 다리를 사용했다.
이러한 행동은 여전하다. 우리는 위험하거나 기분이 나쁘면, 발을 멈추거나 거리를 벌리고, 달리고, 무언가를 걷어찬다. 그리고 생존을 위한 투쟁 반응에 돌입했을 때 발차기를 배우지 않았다 해도 발과 다리는 싸우고 찰 준비를 한다.
▶ 본능적인 몸이 하는 말 ⓒ출처: flickr.com/photos/stuant63/2255781557
우리에게 필요한 것
이처럼 우리의 뇌에는 생존 본능이 내재돼있다. 예를 들어 거리에서 누군가 갑자기 일직선으로 다가온다면, 본능적으로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뇌가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위험을 느끼거나 불편하다면, 본능적인 반응을 무시하지 말고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발과 다리가 하고 싶은 대로 거리를 벌리며 멀어지고, 몸통이 하고 싶은 대로 몸통의 앞을 보호하고, 손과 팔이 하고 싶은 대로 민첩하게 막는 데 사용한다.
그리고 때로는 본능적인 반응을 극복해야 한다. 두렵고 싫어도 ‘눈 가리기’를 해서는 안 된다. 눈을 뜨고 고개를 돌리지 않고 보면서 위험상황에 대한 정보를 인식할 때 제대로 대응하고 안전해질 수 있다. 증오심으로 상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기보다는 시야를 넓게 가져 상대의 움직임과 주변 상황까지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여러분은 지금 이 글을 읽음으로써 정보를 얻었다. 직접 경험하고 연습할 기회를 갖는다면 정보는 지식이 될 것이고, 신뢰할 만한 효과적인 해법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자산이 될 것이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 우리에게 필요한 것 ⓒ스쿨오브무브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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