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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하지 않지만, 뚱뚱하다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다이어트 vs 건강(상)


※ 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가 연재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다이어트 사회


다이어트(diet)라는 낱말을 세심하게 살펴보면 여러 뜻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넓게는 우리가 소비하는 일상적인 음식이라는 뜻이 있고, 건강을 위해 음식이나 식사를 조절하는 식이요법이란 뜻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다이어트’라는 낱말이 주는 가장 강렬한 의미는 “살 빼자!”일 것이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새해 계획으로 가장 많이 언급한 낱말을 발표했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이어트’가 1위(다음소프트 2018년 1월 8일)를 차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7년 비만백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성인 비만율은 28.6퍼센트로 남성의 35.7퍼센트, 여성의 19.5퍼센트가 비만이다. 그러나 한 설문조사(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17년 11월 1일)에 따르면 만13세~59세의 남녀 56.3퍼센트가 자신이 살찐 편이고, 81.1퍼센트는 자신에게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7년 여성의 생애주기별 건강인식 조사결과>를 보면 정상 체중인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은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고, 청소년기 여성에게서 그 비율이 더 높았다. 그러나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7>을 보면 여자 청소년의 비만율은 14.1퍼센트다.


스마트학생복이 초·중·고생 1만9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살펴봐도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자신을 과체중이라고 생각하고, 80.4퍼센트가 다이어트를 해본 경험이 있다. 다이어트를 처음 시도한 시기는 중학생 때가 47.4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초등학생 때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한 경우도 45.4퍼센트에 달했다.


▶ 온라인에서 회자되고 있는 표준 체중과 미용 체중 표. 일명 미용 체중은 표준보다 8~10kg이나 덜 나간다.


위 표는 여성의 키에 맞는 ‘표준 체중’과 옷맵시가 좋아 보인다는 일명 ‘미용 체중’을 비교해 놓은 것인데, 청소년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정도로 온라인에서 유명하다. ‘예뻐 보이는’ 체중은 표준보다 무려 8~10kg이 덜 나간다. 학생들에게 해당 표에 대한 생각을 묻자 41.9퍼센트의 학생들이 표준 체중이 적정하다고 했지만, 비슷한 수치인 38.9퍼센트의 학생들은 미용 체중이 적정하다고 생각했다.


다이어트는 성공중인가


뇌의 시상하부는 배고픔, 갈증, 체온, 피로, 수면과 호르몬 조절 등 대사과정과 자율신경계 활동을 관장한다. 갑자기 살이 빠진다면 뇌는 몹시 배고픈 것처럼 반응한다. 다이어트를 시작했을 때 뚱뚱했든 날씬했든 뇌의 반응은 상관없이 똑같다. 체중이 줄면 몸은 더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고, 장기적으로 체중은 원래대로 되돌려질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다이어트 서바이벌 쇼 <더 비기스트 루저>(The Biggist Loser)에서 평균 58.5킬로그램을 뺀 사람들이 6년 후 빠진 체중의 70퍼센트가 복구된 이유이기도 하다.


▶배고픔을 조절하는 시상하부 ⓒ출처 BruceBlaus. Blausen.com staff 2014(CC BY 3.0)


다이어트 이후 5년 안에 대부분 다시 체중이 늘어난다. 그리고 그들 중 40퍼센트는 다이어트 시작 전보다 체중이 더 늘어나기도 한다.(Mann et al. American Psychologist 2007 April;62(3):220-33)


심지어 다이어트 산업조차 다이어트를 하고 체중을 유지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내부 보고서에서 그들은 “2002년 2억3천1백만 명의 유럽인들이 다이어트를 시도했지만, 오직 1퍼센트만이 줄어든 체중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Sandra Aamodt, 뉴욕타임즈 2016년 5월 6일자)


다이어트 vs 건강


갈수록 더 어린 나이에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특히 아이들은 절식과 폭식의 순환에 훨씬 더 취약하다. 십대 초기에 다이어트를 시작한 여자 아이들은 심지어 정상 체중에서 다이어트를 시작했어도 5년 후에 과체중이 되는 확률이 3배나 높다.(Stice, E. et al. Journal of Consulting and Clinical Psychology, 67(6), 967-974) 다이어트를 자주 하는 십대 여성이 2년 후에 폭식을 할 확률은 다이어트를 하지 않은 경우보다 12배나 높다. (Alison E. Field et al. Pediatrics October 2003, Vol. 112/ Issue 4)


미국의 경우 거식증(Anorexia Nervosa)과 폭식증(Bulimia Nervosa) 환자의 85~95퍼센트가 여성이며, 대부분 만12세~25세에 시작된다. 미국의 만10세 소녀들은 80퍼센트가 다이어트를 해봤다고 한다. 위에서 제시한 국내 조사 결과들을 보면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회가 강요하는 왜곡된 기준 ⓒ출처 Flickr.Courtney Emery(CC BY-ND 2.0)

 

많은 사람들이 새해 소망으로 다이어트를 꼽는 것이 마음 편치 않다. 왜냐하면 사실상 자유로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섹시한 건강미”를 선동하고 압박하는 시장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지배적인 생각에서 우리 자신은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외모와 성을 상품화하는 사회는 반대로 식욕도 상품화한다. 그러나 우리 몸의 원리는 시장 논리가 아니라 자연 법칙을 따른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가 아닌가. 다음 편에서는 대안을 모색하겠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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