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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라는 목발이 필요하다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인간, 복잡한 유기체
※ 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가 연재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육체와 정신의 분리
▶ 미래소년 코난 중에서 ⓒStudio Ghibli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신’이라는 우리가 ‘육체’라는 기계에 올라탄 것일까? 비유나 상상은 가능하다. 철학적으로는 데카르트가 380년 전에 시도했고, 예술 표현으로도 새삼스럽지 않다.
실제 우리 삶에서 신체활동과 정신활동은 분리된 듯하다. 우리는 종종 일과시간 내내 마치 육체와 분리된 ‘정신’처럼 산다. 일과를 끝내고 체육관에 와서야 비로소 ‘육체’를 기억해낸다.
우리 삶은 다양한 활동이 자연스럽게 통합된 생활이 아니다.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운동 시간이 따로 필요하다.
대부분 운동 공간도 따로 필요하다. 현대의 생활 공간은 점점 더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그 공간 안에서는 뛰기(skip, step, hop, jump, stomp, dash, sprint, run)를 할 수 없다. 즉 체육관이 따로 필요하다.
다양한 활동이 통합된 생활을 대다수가 누리려면 세상 전체를 뒤바꿔야 할 것이다. 아니면, 세상과 아예 담을 쌓고 살거나 특별한 극소수 사람들만 제한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운동 시간과 운동 공간의 필요성은 정신활동과 신체활동의 분리가 확고해 보이는 세계에서 균형을 잃고 사는 우리 대다수에게 불가피하게 필요한 ‘목발’과 같다.
인간, 복잡한 유기체
우리는 기계보다 복잡한 유기체다. 그래서 차를 바꿀 수 있고 집을 바꿀 수 있고 배우자도 바꿀 수 있지만, 육체를 다른 육체로 교체할 수 없다. 평생 이 하나의 몸이다. 한 명당 오직 하나의 몸이다.
우리는 식물도 광물도 아니다. 그러니 가만히 집중해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래서 장시간 학습과 장시간 노동은 우리에게 특히 나쁘다.
우리는 동물이다. 동물 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움직임을 할 수 있는 동물이다. 그래서 뇌 비중이 가장 크고 초보 시절(아기)이 가장 길다. ‘초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움직임이다.
▶ 넘치는 호기심, 과감한 욕구 ⓒ스쿨오브무브먼트
기계도 식물도 광물도 아니라서 우리는 정서적 문제를 겪는다.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걱정, 불안, 우울감을 운동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 물론, 장시간 학습과 노동이 심신에 끼치는 해로움도 운동을 통해 줄일 수 있다.
꾸준한 운동은 정서적 문제들에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적절한 운동은 심지어 휴식보다 효과적이다.
단기적인 운동도 효과가 있다. 한 번의 운동만으로도 자신감과 활력 같은 긍정적 정서는 늘어나고 불안, 긴장, 우울, 분노 같은 부정적 정서는 줄어든다.
그러려면 운동 시간이 진지하면서도 즐거워야 한다. 즐거울 때 움직임이 보수적이지 않고 적극적이다. 변화에 개방적인 상태가 된다. 운동을 지속할 가능성도 커진다.
강해지기 위해, 날씬해지기 위해, 창의적인 생각을 위해 운동하라고 말하긴 싫다. 자기 경쟁력 증강을 위해 사회가 요구하는 기나긴 목록에 운동이라는 항목 하나를 추가하라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운동이 좋을까?
그러면 어떤 운동이 좋을까? 세 가지를 고려해보자.
첫째, 우리의 타고난 소질, 즉 움직임을 건강하게 발달시키는 활동이 좋다.
둘째, 여럿이 함께 운동하는 게 더 좋다. 뇌 과학은 여럿이 함께 운동할 때 뇌가 서로 연결된다 한다. 파시아 이론은 파시아(근막)의 교감과 통합이 생긴다고 한다. 인간 움직임의 3대 쾌감 요소인 달리기, 공놀이, 춤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는 여럿이 함께 달렸고, 여럿이 함께 공을 다뤘고, 여럿이 함께 춤을 추었다.
▶ 여럿이 함께 ⓒ스쿨오브무브먼트
셋째, 대인운동이라면 더욱 좋다. 대인운동은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며 이해하고 협력한다. 대인운동은 대면하고, 파악하고, 해결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운동을 해도 너무 고독하게 운동하는 현대의 풍조는 앞서 말한 ‘분리’가 심화된 현대 사회의 반영물이다. 다른 사람들과 서로 접촉하며 운동하는 과정에서 주고받는 자극은 달리 대체할 만한 것이 없는 훌륭한 정서적 건강 요소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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