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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셀프 디펜스를 배우러 왔나요?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실상사 작은학교 학생 인터뷰
※ 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가 연재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5년 9개월 전, 나는 셀프 디펜스(self-defence)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세르비아에 갔다. 그 다음 해에는 이스라엘과 체코에 가서 여성을 위한 셀프 디펜스 지도자가 됐고. 작년에는 독일에 가서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셀프 디펜스 지도자가 됐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셀프 디펜스가 좋은 운동이고 또 즐거운 활동이기 때문이다.
지난 4년여 동안 내 수업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이 왜 셀프 디펜스를 배우러 왔는지, 배워보니 어떤지,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유엔이 정한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11월 25일~12월 10일)을 앞두고 그들을 인터뷰하고, 셀프 디펜스 기술들도 소개하고자 한다. 첫 인터뷰는 지리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3개월 동안 <스쿨오브무브먼트>에서 셀프 디펜스를 배우고 활동한 이지현 씨의 이야기다.
▶ 지리산 2박3일 셀프 디펜스 캠프 ⓒ스쿨오브무브먼트
Q. 왜 스쿨오브무브먼트에 왔나요?
올해 5월, 지리산 셀프 디펜스 캠프에서 선생님을 처음 만났는데요. 그때 수업이 무척 재미있었어요. 정말 오랜만에 격렬하게 움직이고 뛰는 운동을 한 건데 저하고 잘 맞는 것 같았어요.
제가 다니는 실상사 작은학교 언니네(고등학교에 해당) 2년차가 되면, 미래시민교육이라는 이름으로 3개월 동안 자신이 해보고 싶은 일을 경험하는 과정이 있어요.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데, 선생님이 계신 스쿨오브무브먼트가 생각났어요. 또 학교 선생님들이 “너 캠프 때 보니까 소질 있더라! 최연소 셀프 디펜스 강사가 되어보는 것 어때?”라고 장난처럼 말씀하셨던 것도 있었고요.
원래는 생협이나 공정무역과 관계된 곳, 이런 익숙한 곳에 가고 싶었는데요. 선생님이 제가 전화해서 미래시민교육을 설명하자마자 “그래? 와!”라고 하셔서 꼭 가야할 것만 같았어요.
셀프 디펜스를 배워두면 좋을 것 같고, 제 친구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을 다룬 것을 보고 엄청 불안해하고 무서워하는 거예요. 그래서 셀프 디펜스를 더 배워서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 펀치와 킥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스쿨오브무브먼트
Q. 크라브 마가(Krav Maga) 수업은 어떻습니까?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생각해보면 제가 어렸을 때부터 사촌오빠들 하고 부딪치고 달려들고 도망가고 때리고 노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렇다고 뭘 특별히 배운 것은 없어요. 미국에 잠깐 있을 때 운동 삼아 처음으로 태권도 도장에 한 번 갔었는데, 사범님이 잘 한다고 칭찬해주신 경험이 있는 정도고요. 복싱을 배워보고 싶었는데,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데서 배우려고 생각하니까 좀 두려워서 시도를 못 했어요.
제가 스쿨오브무브먼트에 있는 크라브 마가 수업 포함해서 요가랑 툴 수업까지 세 가지 수업을 모두 다 듣잖아요. 제일 좋아하는 수업은 힘 안 들고 노곤노곤하게 몸 풀고 시원하게 스트레칭 하는 요가고요. 재미로 치면 크라브 마가 수업이 제일 재미있어요. 성취감이 최고예요.
두 시간 넘게 승급 심사를 보고 P1레벨을 땄는데요. 아직 초보지만, 뭔가 성장한 느낌이 들어요. 뭐랄까? 예전에는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지금은 아직 힘들지만 수업이 다 끝나고도 정신 차리고 잘 서있을 수 있어요. 아하하.
그리고 펀치랑 킥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선생님도 잘 한다고 칭찬해주시니까 좋고요. 지금까지 못 해왔던 것이 지금 때를 만나서 확 터진 것 같아요!
▶ 운동을 하고 살아야 해요. ⓒ스쿨오브무브먼트
Q. 앞으로의 계획은요?
우선 학교를 졸업하고요. 그 다음은 졸업한 후에 생각해보려고요. ‘최연소 셀프 디펜스 강사’가 돼볼까 하는 마음은 일단 접어놓았어요. 지금은 감히 그런 생각이 안 들어요. ‘P1레벨 올라가는 것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강사까지 어떻게 가나…’ 싶어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계속 크라브 마가를 배우는 것은 괜찮은 것 같아요. 몸에도 좋고, 재미도 있고, 유용하고, 소질도 있는 것 같고요.
그리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안 되고 힘들던 것이 돼요. 척추롤링을 할 때 발이 바닥에 안 닿았는데, 이제는 닿고요. 푸쉬업도 좋아요. 아직 완전한 푸쉬업을 하진 못해서 도구를 사용해서 하고 있지만, 푸쉬업을 하면 뿌듯함이 생겨요.
사람들이 3개월 동안 뭐 했냐? 그러면 나는 근육이 생겼다, 이럴 수 있는 거죠. 선생님은 푸쉬업을 잘 하시잖아요. 푸쉬업 하는 여자 멋있어요.
사람은 운동하고 살아야 해요. 안 하고 살면 위험합니다.
테크닉: 인사이드 디펜스
누군가를 상대할 때 손을 들고 있을 것을 권한다. 손이 올라가 있을 때 방어가 훨씬 더 신속하고 유리하다. 여기서는 일단 밀치는 공격을 막고, (때리거나 차는) 반격이 없는 소프트 솔루션을 소개한다. 멱살을 잡거나 이마를 툭툭 치는 것처럼 방어자의 손 안쪽으로 들어오는 공격이라면 어느 것이든 막을 수 있는 기술이다.
이 인사이드 디펜스 기술에 때리거나 차는 반격 기술을 함께 쓰면, 칼로 찌르는 공격과 같은 심각한 위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하드 솔루션으로도 이어지니 꼭 이 테크닉을 알아두면 좋겠다. (관련칼럼: 꼭 알아야 할 다섯 가지 ‘반격’ 테크닉)
▶ 인사이드 디펜스 ⓒ스쿨오브무브먼트
① 자연스러운 반응에서 출발해 공격적으로
-> 갑자기 벌레가 얼굴 앞으로 날아들면, 우리는 벌레를 쫓기 위해 자연스럽게 손사래를 친다. 그런 반응을 기초로 더 강력한 공격 같은 방어를 하는 것이 목표다.
② 안쪽으로 막는 방어
-> 손바닥의 아랫부분으로 강하게 때린다는 느낌으로 위험한 것을 내 몸에서 멀리 대각선 앞으로 보낸다. 손목을 위로 당기고 손가락 끝이 위를 향하게 한다. 그러면 더 넓고 안전하게 막을 수 있다.
③ 바디 디펜스
-> 손으로 방어하면서 거의 동시에 공격자의 공격 방향에서 빠져나온다.
우선, 행동에 집중하고 나중에 말한다. 즉 먼저 막는 육체적 테크닉에 집중하고, 거리나 각도 상으로 멀어진 다음에 언어 테크닉을 사용한다. “하지 마세요.” “저리 가세요.” “하지 마!” “저리 가!” 등. 왜냐하면 말과 행동을 동시에 해내는 것이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 언어 테크닉의 기본 사항
- 경어 사용
- 상대에게 ‘어떻게’(해야 하는 지)를 짧고 분명하게 말해주기
- 강약 변화는 상황에 맞게(주로 처음에 강하게 그 다음 약하게, 타이르듯)
상대에게서 멀어질 때는 아래 영상처럼 거리와 각도 상으로 모두 멀어지는 것이 가장 좋다.
※ 인사이드 디펜스 영상 http://bit.ly/2zbmkk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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