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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욕망을 응원합니다”

<거침없는 2030 여성들의 인생 프로젝트> 웹툰 작가 민서영


※ 자신의 젊음과 열정을 바쳐 시작한 프로젝트를 통해 동등한 사회를 향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밀레니얼 여성들을 찾아가 인터뷰하는 시리즈입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 웹툰 작가이자 성인소설가 민서영 씨.  ⓒ사진: 민서영 작가

 

‘#썅년의 미학’이라는 사이다같이 톡 쏘는 웹툰 연재로 한 달만에 만 명이 넘는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웹툰 작가이자 성인소설가 민서영 씨를 만났다.

 

“난 야한 걸 좋아하지만 너랑은 섹스 안 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는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 같은 에티튜드를 발산하면서도, 실제로 만나니 발랄하고 나긋나긋한 말투로 쉴 새 없이 수다를 떨 수 있는 에너지를 발산했다.

 

#썅년의 미학 웹툰 시리즈는 주로 여성혐오와 관련된 작가의 경험에서 나오는 상황을 다루며, 그에 분노를 표출하는 대신 담담하고 조곤조곤 귀에 꽂히는 펀치라인을 날려주는 위트에 그 매력이 있다.

 

▶ 민서영 작가의 웹툰 #썅년의 미학 중에서 

 

민서영 작가가 말하는 #썅년의 미학에서 ‘썅년’은 가부장적 시각을 가진 남자의 욕망에 순순히 수긍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는 여성을 비하하여 지칭할 때 쓰이는 용어다. 민 작가는 스스로 그 프레임 안으로 들어가 여성혐오를 냉소적 유머로 꼬집는다. #썅년의 미학이라는 개념이 왜 팬들에게 격한 공감을 얻었을까?

 

“여성들은 항상 착하게, 다소곳하게, 예의 바르게를 강요받아 왔는데, 여자가 막상 ‘아니, 나 그런 거 안 할 건데?’ 이렇게 선언을 하니까 여성들 입장에서는 통쾌함을 느낀 거고, 또 한편으로 남자들 입장에서는 ‘그래 맞네, 여자들도 좀 더 자유로워져야지’ 하는 분들도 있고요.”

 

▶ 민서영 작가의 웹툰 #썅년의 미학 중에서 

 

“저는 리얼리티를 가장 중시하거든요. 제 작품에 나온 내용은 다 실제 제가 경험했거나 주위 사람들이 경험한 이야기들이에요. 또 ‘내가 그 때 이렇게 말할 걸’하는 후회 섞인 경험에서 나오는 것도 많구요.”

 

때문에 민 작가의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조금씩 다 다른 생김새와 스타일을 가진 이유는 작가가 아는 누군가를 생각하고 그린 이유에서이다.

 

#썅년의 미학 연재 전에 민 작가는 ‘민피디’라는 필명으로 성인소설 <아저씨와 조카의 사정>을 레진코믹스에 연재해서 인기순위 1위를 하기도 했다. 성인소설 역시 기본 배경은 픽션이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장면 묘사, 캐릭터 간의 대화 내용과 말투는 역시 그녀의 웹툰에서처럼 지극히 현실적이고 직설적이다.

 

크고 작은 줄거리와 내용 구성보다 “질펀하고 노골적인” 묘사가 주를 이루는 작품 스타일이 “남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이 30대 중반의 남자작가로 오해를 했다. 그에 민 작가는 “여성성이 강한” 작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주로 보이즈 러브(남성 캐릭터 간의 로맨스를 그린 만화 장르) 혹은 소위 엄마들의 포르노라고 불리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50 Shades of Grey”) 같이 두리뭉실하게 장면 묘사를하는 작품 스타일과 다르게, 젊은 여성들도 노골적인 야설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 민서영 작가가 컨셉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재혁 작가


민서영 작가가 만화의 길을 택한 데는 큰 계기가 있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한국 순정만화나 일본만화, 유럽만화 등 다양한 종류의 만화를 좋아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나나와 카오루> 같은 일본 성인만화나 성인소설들을 접하게 됐다. 그러면서 판타지(fantasy), 페티시(fetish), S&M(sadomasochism)에 관해 알게 되고 작품의 소재와 영감을 얻었다. 요즘에는 텀블벅에 올라오는 인디 페티시 잡지나, 트위터 상에서 참신한 글(“다이소에서 BDSM 도구 찾기”)을 읽기도 한다.

 

반면에 최근 연재하는 #썅년의 미학 시리즈의 모티브가 된 여성혐오, 그리고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계기가 있었다. 바로 많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큰 충격이자 경종을 울렸던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이다.

 

사건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그 이후에 더 논란이 되었던 ‘여성혐오 범죄냐 아니냐’를 두고, 사회적 범위에서는 페미니스트 단체들과 소위 ‘일베’ 지지층 간의 사회적 논쟁으로 이어졌고, 개인적 범위에서는 친구들 간에 혹은 연인 간에도 논쟁과 불화를 일으킨 사건이었다. 민 작가 역시 십년지기 친구와, 그리고 남자친구와 끝없는 논쟁과 싸움으로 이어졌다. 일반 대중은 물론 주위에 진보적이라고 하는 지인들조차 일상생활에서 여성들이 겪는 여성혐오나 성차별과 같은 젠더 이슈에 관해 느끼는 온도차가 너무 크다는 현실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

 

그 이후로 민 작가는 ‘내 주위에 세 명만 여성혐오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다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만화 연재를 시작했다. 연재 시작한지 두 달 여가 지난 지금 그녀는 다양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걸크러쉬” 를 외치는 젊은 여성 팬층부터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페이스북 메시지로 조심스럽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샤이”팬들도 있다. 다른 스팩트럼의 끝에는 작품을 보고 평가하기 보다 “너 메갈이지?” 라며 몰아붙이는 안티팬도 물론 있다.

 

그리고 그 중간쯤에는 매번 구독하고 댓글도 다는 “우수회원”이지만 항상 무지한 발언으로 SNS 상에서 다른 팔로워들의 열띤 질타를 불러일으키는 회원도 있다. 최근 올라온 웹툰 에피소드는 성범죄의 위험에 노출된 여성들이 평소에 갖는 불안감에 대해 다루었는데, 이에 대해 “남자도 밤에 다니면 무섭습니다” 라는 댓글을 다는 팬이 그런 열성팬 중 하나다.

 

“그런 분들은 단순히 내 관심을 받고 싶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데, ‘내가 페미니즘에 대해 좀 아는데…’ 이러면서 바지부터 벗고 오시는 분들이 제일 고통스럽죠, 하하.”

 

▶ 민서영 작가의 웹툰 #썅년의 미학 중에서 

 

물론 민 작가 역시 그녀의 작품에서는 여성혐오 발언에 맞서 과감하게 예리한 직격탄을 날리지만, 사실 작품을 쓰는 과정에서는 단어선택 하나하나에도 조심하고, 온라인 트롤의 협박 메시지나 혹여 밤길에 혼자 가다가 해코지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항상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움츠러들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저도 정말 평범한- 단지 머리색이 조금 화려할 뿐- 보통사람이에요. 보기보다 멘탈이 약해서 누가 남긴 악플 하나에도 곰곰이 곱씹어봐요…. 제가 그저 할 수 있는 건 우리의 평범함에 다양함을 넓혀가자 이런 거죠.”

 

작가 자신은 부담스럽다고 말하지만, 단연 민 작가는 밀레니얼 페미니스트를 대변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대략 1982년생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하고 그 중심에는 현재 20대들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전반적으로 SNS로 대부분의 소통을 하고, 24시간 온라인상에 연결되어있는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하다. 또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거침없이 이야기하고 낯선 사람과 트위터에서 사회 이슈에 관해 열띤 논쟁을 벌이는 일도 다반사이다.

 

민 작가 역시 여러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과 캐릭터를 브랜딩하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다. 최근에 <대학내일>에 “엄마 나는 섹스를 하고 있어요”라는 컬럼을 기고해서 화제가 되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대한민국 청소년의 첫 성경험 평균 나이가 12.8세로 낮아진 현실에서도(여성가족부 2014년 가장 최근 자료), 한국의 부모님들이 딸과 아들의 외박에 대한 상반된 태도를 보인다는 점은 굳건히 변하지 않는 우리네 가정사이다. 이렇듯 젊은 여성들에게 암묵적 혼전순결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박과, 위험하고 음지에 있는 “대실문화”의 현실에 민 작가는 지치고 피곤해졌다고 한다. 다 알면서도 입 밖으로 내지 않는, ‘방 안의 코끼리’인 섹스에 관해 좀 더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의 고백으로 시작한 에세이가 많은 20대의 공감을 얻었다.

 

▶ 민서영 작가는 만화와 칼럼을 통해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내보이는데 거부감이 없다. ⓒ사진: 민서영 작가

 

그녀는 또한 최근에 자궁경부암 매우 초기 상태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스물여섯 암에 걸렸습니다”라는 에세이 연재를 시작했다. ‘페미니스트니까 당해 싸다’라는 식의 모욕감을 주는 비난을 듣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글을 게재하는데 매우 고민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급증하고 있는 자궁경부암에 대해 ‘여성들만 걸리는 성병’이라는 부정적이고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는데 기여하고자 용기를 냈다.

 

이렇듯 담담하게 가장 사적인 이야기를 자신의 나약한 모습도 거침없이 내보이는데 민 작가의 열성팬들뿐만 아니라 일반독자들의 시선도 사로잡는 힘이 있다.

 

“(작품을 통해서) 제가 감히 큰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은 안 해요. 하지만 내가 요만큼 첨부하는 맛들이 다른 사람들의 입맛에도 맞아서 영양을 줄 수 있는 그런 작가가 되면 좋겠어요.”

 

당연해 보이지만 큰 포부를 가진 민 작가는 페미니즘에 관해 이야기하고 글을 쓰는 게 촌스러워지는 날이 오기를 꿈꾸며 매일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공유한다. 

 

[필자 소개] 강예원 님은 서울에서 외신기자로 활동하였고, 현재 PLATOON이라는 언더그라운드 예술문화를 다루는 잡지와 에이전시에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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