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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방식이 정반대인 두 사람과 동행

<초보여행자 헤이유의 세계여행> 라오스 루앙프라방과 방비엥 



※ 초보여행자 헤이유의 세계여행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서른여덟에 혼자 떠난 배낭여행은 태국과 라오스, 인도를 거쳐 남아공과 잠비아, 탄자니아, 이집트 등에서 3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혼+마흔+여성 여행자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일다) Feminist Journal ILDA


▶ 태국에서 라오스 가는 메콩강 위의 보트.  고생길로 유명하다. ⓒ헤이유

 

다담의 첫 코딩에 내 어설픈 장식을 수놓다

 

라오스의 메콩강은 좀 더럽다. 사람들이 오며가며 오염시켜서 플라스틱이 떠다닌다.

 

정확하진 않지만, 여행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있다. 중국에서 라오스의 젖줄 메콩강의 상류를 메울 계획이라, 태국 빠이에서 라오스까지 메콩강으로 가는 기회가 없어질 것이라는…. 그래서 고생으로 유명한 보트를 타고 라오스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 소음… 레이디가가 언니가 엔진의 소음을 물리쳤다. 라오스와 레이디가가라니… 만세!

 

라오스에서 다담을 만났다. 길도 방향도 모르니 그냥 정처 없이 느낌 가는대로 걷는 수밖에. 다담은 걷다가 만난 친구로, 집 담벼락 안에서 쪼그리고 앉아 수를 놓고 있는 라오여인이다. 봐도 되겠냐고 물으니, 선뜻 자기 자리까지 내준다.

 

정신없이 수를 놓는다. ‘라오스 여인처럼 잘한다’는 선생님의 칭찬에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그녀가 만들고 있는 것은 코딩이라는 건데, 라오여인들이 입는 옷을 가로지르는 장식이다. 다담도 처음 갖는 거고 한 달이 걸렸다고 한다. 중요한 행사에 쓰일 첫 코딩에 내 어설픈 장식이 놓을 걸 생각하니 더 행복해졌다. 길을 헤맨 시간이 언젠지 모르겠지만, 거의 세 시간을 쪼그리고 앉아 서로 안 되는 영어로 대화를 해댄다. 그녀는 한국어를 배우고 나는 라오말을 배운다.

 

▶ 다담과 함께 라오스 옷 장식하기.  ⓒ헤이유

 

고요한 므앙응오이의 밤을 미연과 함께

 

어렵게 배를 타고 들어간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이삼일을 있다가 빠이에서 만난 미연과 의견이 맞아 더 북쪽 므앙응오이를 함께 하기로 했다. 조용한 강가 마을로, 외국인 관광객은 서양아저씨 둘과 미연과 나뿐인 한적한 곳이다.

 

넷은 의기투합하여 옆 동네 마을 축제가 있다는 곳으로 배를 빌려 밤에 가게 되었다. 수면과 하늘에 가득 찬 별들을 넋 놓고 보다가 옆 마을로 조용히 입성했다. 옆 마을은 관광객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곳. 순박한 라오인들과 함께 빙글빙글 춤을 추었다.

 

미연은 23살로 20살부터 여행 중이다. 여행하는 방식이 굉장히 멋지다. 맘에 들면 한군데 한참 있어서, 인도 호주 방콕에서 몇 년 째 여행 중인데 안 가본 곳이 더 많은 아이다. 내국 빠이에서 마지막 밤 재즈 바에서 만났는데, 라오스로 가는 슬로우보트를 서로 예약해둔걸 알아서 동행하게 되었다. 우린 친구가 되었고, 미연이 많이 도와주었다.

 

시끌벅적 방비엥의 액티비티를 지선과 함께

 

방비엥. 이곳은 아름답다. 태국의 빠이같은 분위기지만 조금 덜 정돈된 느낌이다. 자연은 라오스니깐 당연히 더 아름답지만, 므앙응오이보다는 훨씬 시끄럽고 훨씬 밝다. 경치도 므앙응오이에는 비할 것이 아니다. 암, 사람도 수십 배일 거다.

 

방비엥은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은 곳이다. 아마도 자연경관은 이쁘고 루앙프라방보다 작고 소담하지만, 엑티비티 위주에다가 관광객들이 시끄럽기 때문일거나. 엑티비티 말고는 딱히 할 것이 없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더욱. 사실 엑티비티도 하루이틀이면 끝이지만…. 하지만 경치만 보아도 좋은 곳이니, 호불호가 확실히 있다. 그래서 올까말까 고민했지만, 난 조용한 곳만이 아니라 시끄러운 곳도 좋아하니깐. 나는 뭐든 신나는 게 최고니, 밑져야 본전 아닐까싶어 방비엥으로 건너왔다.

 

▶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해질녘.   ⓒ헤이유

 

방비엥에 오기 전날 미연과 헤어지고, 방비엥에 가기 위해 루앙프라방으로 돌아와 다시 스파이시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다. 전에 이곳에 있을 때 친해졌던 트레이시와 반갑게 인사하고는 방에 들어가 지선을 만났다.

 

초심자의 행운일까? 조용하고 감수성이 뛰어난 미연과는 모든 것이 반대인 지선은 밝고 씩씩한 아이다. 처음의 동행자가 미연인 것도 내겐 큰 행운인데, 방비엥을 지선과 동행한 것은 타이밍상 최고인 듯하다. 카약킹. 튜빙 등 시끌시끌 놀기 좋은 이곳에서 지선은 내게 웃음과 활력을 준다.

 

지선은 미연과 동갑으로 7개월의 세계일주를 끝내고 며칠 뒤 한국으로 돌아간다. 정말 모든 것이 미연과 반대다. 영어도 못하지만 먼저 사람에게 말을 걸고 장난을 친다. 한국말과 영어 단어로! 미연은 영어를 잘하지만 먼저 말을 거는 일은 없다. 조용하고 정적인 미연이 조용한 곳에서의 경치를 즐긴다면, 지선은 사람들과의 엑티비티를 즐긴다. 정말 내겐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행운이다. 내 여행의 내면을 미연이 가르쳐줬다면, 지선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쳐줬다. 나는 정말 인복이 많다.

 

방비엥에서 이틀만 있으려다 하루를 더 머물고 인도 가는 날 당일 방콕에 도착하기로 했다. 미연과는 5일을 함께 했고, 지선과는 4일을 함께하게 되는 셈이다. 미연과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지선과는 많이 웃는다. (일다) Feminist Journal I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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